1004개의 섬이 있는 전라남도 신안군. 이 곳에서 즐기는 해변 여행은 해수욕장 이상이다. 다리를 건너며 1박 2일로 돌아볼 수 있는 4개 섬 여행에는 각각 섬 특유의 삶과 풍경이 있다. 여행작가 최갑수
배를 한 번 타는 것만으로 네 곳의 섬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이야기다. 신안군 바다에 떠 있는 이 네 섬은 모두 다리로 연결돼 있다.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섬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25분을 가면 도착한다.
네 개의 섬 가운데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섬은 자은도다.
자은도의 풍경. 섬이지만 어업보다는 파농사가 주업이다. 그래도 유독 흰 모래가 빛나는 백길해변, 백합을 캘 수 있는 둔장해변 등 해수욕장은 발달했다. 여행작가 최갑수
‘자비롭고 은혜롭다’는 뜻을 가진 섬이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이여송 장군을 따라왔던 두사춘이라는 장수가 작전에 실패하자 처형당할 것이 두려워 자은도로 숨었는데 다행히 생명을 건져 보답하는 마음으로 섬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자은도는 전국의 섬들 중 12번째로 크다. 주민 2000여 명이 양파, 마늘, 대파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지금은 양파 수확철이다. 밭에는 양파를 캐 망에 담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섬이지만 어업에 종사하는 가구는 많지 않다. 손에 꼽을 정도다.
섬에는 놀거리가 많다. 섬의 드넓은 갯벌도 있고 소나무 숲이 울창한 백사장도 많다. 가장 인기 있는 해변은 분계해변이다. 해안 길이는 1km 정도로 비교적 작지만 모래와 뻘흙이 섞여 바닥이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는다. 경사도 완만하다. 한참을 걸어 나가도 허리 정도에서 물이 찰랑인다. 화장실과 샤워실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데다 한여름에도 많이 붐비지 않아 가족 여행객들이 피서를 즐기기에 알맞다.
해변에 빼곡하게 들어찬 노거수도 일품이다. 수령이 200년은 족히 넘었을 소나무들이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1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데, 2010년 시민단체 생명의 숲이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해변에서 보이는 섬은 소뿔섬이다. 소머리에 뿔 2개가 솟구친 모양이라서 이렇게 이름 붙었다. 자은도 맨 아래에 있는 백길해변은 백사장이 유독 흰 빛이다. 규사 성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신성, 양산, 내치 등 15곳의 크고 작은 해변이 섬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마음에 드는 곳에서 피서를 즐길 수 있다.
섬의 가장 북쪽에 자리한 둔장해변에서는 백합 캐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둔장마을에서 호미와 장화 등 조개 채취도구를 빌릴 수 있다. 백합조개는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많이 나는데, 살이 많고 육질이 부드러워 회, 탕, 찜으로 먹으면 맛있다. 전통 어로방식인 후릿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체험행사도 해볼 수 있다. 그물을 양쪽에서 잡고 당기면 숭어와 대하 등이 올라온다.
신안 천일염은 지난해 일본 방사능 유출 사고 당시 품귀현상이 일었다. 암태도에 딸린 추포도에서 만나는 추포 염전에서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행작가 최갑수
자은도에서 은암대교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오면 암태도다.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섬을 둘러싸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섬은 황량하고 척박하기만 하다. 고려시대부터 유배지로 손꼽혔다. 쌀 한 톨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마명방조제를 쌓으며 드넓은 갯벌이 옥토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했고 결국 일제강점기인 1924년 소작쟁의가 일어났다. 지주에게 7할이 넘는 소작료를 지불하던 소작인들은 논은 4할, 밭은 3할로 소작료를 내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치열한 싸움 끝에 쟁의는 소작인들의 승리로 끝났다.
암태도는 매향비로도 유명하다. 향나무를 묻은 곳에 비석이 서있는데, 향나무를 묻고 1000년 뒤 다시 떠오른 향나무로 향을 피우면 미륵이 출현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장고리에서 동쪽으로 2km 떨어진 바닷가에 매향비가 있다.
암태도에 딸린 추포도에도 가보자. 수곡리에서 노두를 건너면 추포도에 갈 수 있다. 노두는 썰물 때 드러나는 2.5km 길이 징검다리다. 추포도에는 추포해변이 숨어있다. 길이 600m에 달하는 백사장이 깨끗하다. 가는 길에 추포 염전도 있다. 작은 염전이지만 염전의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네 섬 중 가장 작은 팔금도는 여의도 면적의 2배가 좀 넘는 크기(약 18㎢)다. 허름한 집들이 많고 한적한 분위기인데 묘하게도 색상이 조화로워 동화에 나올 법한 정경이다. 여행작가 최갑수
암태도에서 다시 중앙대교를 건너 내려오면 팔금도다. 팔금도는 네 개의 섬 가운데 가장 작다. 인구도 가장 작다. 섬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마을은 시간이 정지된 듯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과 나무창틀, 녹슨 대문 등이 오래된 시간을 느끼게 해준다.
팔금도에서 신안1교를 건너면 안좌도다. 네 개 섬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면사무소 부근은 식당을 비롯한 이런저런 가게들로 북적이고 활기도 느낄 수 있다. 안좌도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읍동리에 자리한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생가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환기 화백은 안좌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안좌도 남쪽에 있는 천사의 다리. V자 형태인 이 다리를 쉬엄쉬엄 걷다보면 박지도와 반월도를 연달아 구경할 수 있다. 여행작가 최갑수
안좌도의 명소인 김환기 화백의 생가. 화백은 김광섭의 시 '저녁에'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섬을 구경하다보면 풍경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지도 모른다. 여행작가 최갑수
1969년 미국 뉴욕에 살던 김환기는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 밤이 깊을수록 /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 이렇게 정다운 / 너 하나 나 하나는 / 어디서 무엇이 돼 / 다시 만나랴.’ ―김광섭 ‘저녁에’
고향이 그리웠던 그는 보고 싶은 얼굴을 떠 올리며 점을 하나씩 찍었다. 그리고 ‘어디서 무엇이 돼 다시 만나랴’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 생가는 1910년 백두산나무로 기품 있게 지어졌다. 생가 건너편 마을에는 김화백의 그림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안좌도의 또 다른 명물은 천사의 다리다. 두리선착장에서 인근 부속섬인 박지도와 반월도를 ‘V’자로 연결한다. 길이가 1462m나 된다. 물이 빠지고 개펄이 드러나면 짱둥어 등 온갖 생물이 보이고, 해돋이와 해넘이를 즐기기에도 좋다.
* 여행 정보
[1일 여행 코스]
송공선착장→암태도 매향비→자은도 둔장해변→안좌도 김환기 생가→안좌도 천사의 다리→암태도 출발
[1박2일 여행 코스]첫째 날: 송공선착장→자은도 둔장해변 갯벌 체험→자은도 분계해변 해수욕→숙박둘째 날: 암태도 매향비→암태도 추포도→안좌도 김환기 생가→안좌도 천사의 다리
[문의] 지역번호 061신안군청문화관광과 240-8356신안군청 신안농협페리 271-4005자은면사무소 271-8377암태면사무소 271-1533 팔금면사무소 271-3434안좌면사무소 262-4050
[버스] 서울센트럴시티터미널-목포종합버스터미널: 05시30분~01시 운행, 약 4시간 10분 소요(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기차] KTX 용산역-목포역: 05시 20분~21시 40분 운행. 약 3시간 20분 소요(문의: 한국철도공사 1544-7788)
[여객선] 송공선착장-암태도: 07시~20시 1~2시간 간격 운항, 약 25분 소요.요금: 배삯 3300원(편도), 승용차 운임 1만 5000원(편도) (문의: 신안농협 송공매표소 061-271-0090)
[자가운전] 서해안 고속도로 목포IC-압해대교-송공선착장
[숙박정보]대성모텔: 자은면 구영리, 061-271-3488구영민박: 자은면 구영리, 010-2433-5373청수장: 암태면 기동리, 061-271-1565남해장: 안좌면 읍동리, 061-261-4059유성모텔: 안좌면 읍동리, 061-261-1223
[식당정보]신진횟집: 자은면 유각리, 활어회, 061-271-0008신육일관: 암태면 단고리, 병어회, 061-271-6767섬마을음식점: 안좌면 읍동리, 우럭강국, 장어탕, 061-262-2626
(자료협조=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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