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국에 거주하는 동포 청년 100명이 경주에 모여 한상(韓商)의 기본소양을 쌓았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는 글로벌 한인 무역인 양성을 위한 제10기 ‘재외동포 차세대무역스쿨 모국방문교육’을 7월 4~10일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진행했다. 1.5~4세대 동포인 참가자들은 한국어가 가능할지라도 모국에 처음 와본 사람이 많다. 이들은 전문가 특강, 국내 대학생·청년사업가 50명과 창업계획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 구축은 물론 한민족 정체성을 생각하게 됐다고. 캐나다와 중국에서 온 동포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내건축디자이너 김윤희氏 “캐나다 이민1세대 위한 장소 만들 생각”
16세 때 캐나다에 이민 간 김윤희 씨는 월드옥타 차세대 무역스쿨을 통해 난생 처음으로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전경림 기자
“현지화 되기 위해 내가 한국인인 걸 굳이 드러내고 살지 않았는데,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캐나다 밴쿠버 이민 10년째인 김윤희(金允希·26) 씨는 6.25를 포함한 한국 현대사 관련 비디오를 보고, 폐허 위에 일어선 부모님 세대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 2008년 방문했을 땐 거리에서 구걸하는 장애인에 대한 행인의 무관심에 ‘겉만 선진국’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룬 사실이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그의 뇌리에 떠오른 단어는 ‘부모님 세대의 희생’이었다.
월드옥타 차세대 무역스쿨은 (예비)경제인이 대상이다. 사업아이템 발굴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이들의 1차적인 참가 목적이다.
김 씨는 “이번에 그보다 훨씬 큰 그림이 있다는 걸 본 것”이라며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사업이건 대외활동이건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과 캐나다, 두 나라 언어와 문화에 능통한 ‘최대 장점’을 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현지화만 추구했던 것을 후회한다고.
우선은 캐나다 사회 문제인 마약중독 인디언에 대한 봉사활동 외에, 부모님 세대인 밴쿠버 이민 1세대를 위한 봉사활동을 생각하게 됐다. 김 씨에 따르면 영어에 서툰 이민 1세대들은 현지 사회에서 사람을 사귀거나 복지제도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겪는다. “길에서 어르신과 마주쳐 ‘안녕하세요’ 인사라도 할라치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얘기를 하고 싶어하신다”는 것.
소규모 실내건축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어릴 적 동네에서 본 노인정을 마음에 담게 됐다. “어려운 나라 사람들에게 주택을 설계해주는 ‘해비타트’ 프로그램도 참가해왔지만 이제는 캐나다 한인 노인들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꿈이 생겼다. 근사한 건 아닌데 큰 마루와 방 몇 개 있는 한국의 노인정 말이다. ‘모여서 차 마시면서 친구 사귈 수 있는 곳’ 그런 걸 만들고 싶다.”
수출입회사 CEO 박진성氏 “흩어진 韓민족 연계하는 게 중국동포 역할”
동국대 4학년 오승구 씨(왼쪽)와 교육 기간 같은 방을 쓴 박진성 씨(오른쪽)는 '형'이라며 공경하는 오 씨의 모습에서 한국인의 예절을 봤다고 했다. 전경림 기자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에서 상업무역수출회사를 운영하는 동포3세 박진성(朴晉成·32) 씨는 한민족으로서 중국동포(조선족)의 사명감을 따로 느낀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소수민족이라고, 한국에서는 중국 사람이라고 경계하지만 한국인도 못 가는 북한을 중국동포는 갈 수 있다. 남과 북을 다 가보고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절실히 느꼈다.”
박 씨는 중국동포들이 직접 북한 주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이 북한 주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도 한다며 남북통일과 북한 돕기에 중국동포가 큰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 내에서 동포들의 위치도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동포는 사장이라도 중개 역할이었지만, 이제는 중국 동포가 직접 공장을 보유하는 등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한국 기업과 직접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인과 중국동포 기업가의 ‘시너지 효과’가 과제로 떠오른다. 한국에 나와 있는 중국동포로 전체 중국동포를 개괄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게 박 씨의 주장이다.
6년 전부터 한국인과 파트너로 수출입을 진행하면서, 박 씨는 한국인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단순히 선진국이라서가 아니라 생활방식, 타인을 배려하는 태도, 어른에 대한 예절, 긍정적 사고, 그리고 열정을 말하는 거다. 한국인은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마음자세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
땅도 좁고 자원도 부족한 나라가 철강, 반도체 최고의 강대국이 될 수 있는 건 박 씨의 눈에 엄청난 기적이다. 중국인의 느슨함을 오래 봐온 그는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한국인의 태도가 기적을 나았다고 봤다.
그는 “중국은 단지 노동력이 싸고 자원이 많아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던 것”이라며 “지금은 노동력도 주변 동남아 국가에 뺏기고 제조업이 내리막길이라 신규사업을 찾아야 된다”고 했다. 그가 중국동포와 한국인이 동시 가입하는 월드옥타를 통해 찾는 것도 중국에서 팔릴 만한 한국 상품이다.
박 씨는 “한국인과 있어 보면 잘 살게 될 이유를 알게 된다”며 “내 경우 직원들에게 한민족의 장점인 정(情)을 많이 베푸는데 그게 카리스마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마케팅회사 CEO 이선철氏 “韓민족 정신력, 병영체험하니 더 확실해져”
한국에 처음 온 중국동포 경제인 이선철 씨. 전경림 기자
“어제 폭우 속에 4시간 동안 해병대 특수수색대에서 병영체험을 했다. 요트 메고 바닷물에 들어가는데 죽는 줄 알았다. 한국 남자들 대단하다. 왜 몸 좋은지 알겠더라.”
베이징에서 프로젝트마케팅회사를 경영하는 동포2세 이선철(李先哲·30) 씨는 이번 교육에서 해병대 병영체험을 하고 한국남자의 매력을 체감했다. 한국인 직원을 두고 있지만 한국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인 이 씨는 중국에 있을 때 ‘군대 그까이 거 2년 못 다녀오겠나’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그런데 이번 체험으로 한국인들이 말하는 ‘군기’의 의미를 알게 됐다는 것. “멋있는 데다 순수하기까지 하더라.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인데도 힘든 훈련을 잘 견디고. 이렇게 군대 갔다 오면 인생에서 못할 일이 없겠다 싶었다.”
이 씨는 지금 월드옥타 베이징지회 차세대무역스쿨 대표다. 이 씨가 여기까지 온 과정은 한 마디로 ‘한국인과 거리 좁히기’였다.
어릴 때는 중국에 온 한국인들이 ‘쟤 교포니?’ 하면서 중국동포를 편견으로 대하거나, 보따리장수들이 흔한 물품을 가지고 들어와서 ‘신규, 대박 상품’으로 둔갑해 파는 것을 보고 한국인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도 한국인과 직접 일해보지 않은 중국동포들은 ‘한국인과 일 안 한다’고 내놓고 말하기도 한다고.
그러나 대학교 때 같은 기숙사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들이 ‘우린 한 민족이다, 친구다’ 하는 모습에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어와 문학을 배우는 조문학 석사도 밟았다.
이 씨는 중국동포가 국적은 중국이라도 한족과 다른 동포에게만 있는 한민족 기질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일을 맡기면 비교적 책임감이 강하고 파고드는 것, 술자리를 좋아하는 것이다. 한족들이 가정적이라면, 동포들은 술자리 등 단체 활동을 좋아한다. 실제로 중국 내 월드옥타에서 활동하는 회원도 중국동포가 80%, 숫자만 5000명이다. 중국 사회에서 동포를 챙기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원로 동포 기업인들이 나서서 차세대 무역스쿨을 활성화해왔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이 씨는 월드옥타를 통해 세계 각지 한인들을 만나다보면 결국 국적이 아니라 뿌리를 가지고 단합을 하게 된다면서, 스스로도 ‘중국인’ ‘한국인’을 구분하는 생각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동포만의 장점은 따로 있었다. 중국에 와있는 한국인이 한국에 대해 100%, 중국에 대해 30%를 알면서 총 130% 자산이 있다면, 중국동포는 중국에 대해서 80%, 한국에 대해서도 80%, 총 160%라는 자산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인이 중국에 투자를 많이 했어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한국인은 반은 한국인인 중국동포가 있기 때문에 사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중국동포가 한국에 가서 일하고, 한국인과 중국동포의 사업적 연계도 많아지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교류문화’라고 했다. “처음엔 관념이 있어서 좀 껄끄럽기도 하지만, 자꾸 얘기 나누면서 ‘형’ ‘동생’ 하고 부르기 시작하면 금방 벽이 없어진다. 또, 역시 술이 가까워지게 하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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