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출판 금지된 작품이 가장 많은 중견 작가 옌롄커. 강제철거된 자신의 거주지에서 경험한 전원 생활을 노래한 작품이 홍콩에서 출간됐다. 사진=쑹시앙룽(宋祥龍) 기자
옌롄커(閻連科·54)는 중국에서 출판 금지된 작품이 가장 많은 중견 작가로 유명하다. 지난 4월 30일 한국에서 번역된 그의 최신작 ‘사서(四書)’ 역시 중국에서 ‘중앙 정부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판매가 금지된 작품. 이번엔 그가 신작 ‘베이징, 마지막 기념’을 내놨다. 지난해 강제 철거된 자신의 베이징 거주지를 기념하고 전원생활을 찬미한 작품으로 강제 철거에 대한 ‘무언의 항의’이자 대자연에 대한 ‘무언의 숭배’이기도 했다. 옌롄커를 만나기 위해 홍콩 뱁티스트 대학을 찾았다. 교내 작은 아파트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중국의 ‘월든(Walden)’ 출판 전 결말이 고쳐져
-기자: ‘베이징, 마지막 기념’은 어떤 책인가.
-옌: 이 책은 순수하게 대자연을 쓴 책이다. 사람이 대자연에 대한 감수, 예를 들면 우리가 말하는 화초, 나무, 식물, 동물, 새들, 곤충 등등 순수하게 대자연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으로 이전 작품과는 완전히 다르다.
-기자: 강제철거와 관련이 있나.
-옌: 이 책은 철거한다는 말이 나올 때부터 쓰기 시작했고 철거 통지를 받았을 때 이미 80%를 썼고, 정식으로 철거될 때 거의 다 쓴 상태였다. 결국 1000자로 이곳이 소실됐다는 걸 알렸고, 총 2000자밖에 쓰지 않았다.
옌롄커는 당시 블로그에 강제철거를 생방송 했다. (옌롄커 제공))
-기자: 어떤 이는 이 책을 ‘중국의 월든(Walden)’에 비유하던데, 동의하나
-옌: 동의하고 하지 않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 책을 보면 대자연에 대해 절실하게 느낄 수 있고, 새롭게 인간과 대자연의 논리와 도덕적 관계를 정리하게 될 거란 것이다. 물론 나는 헨리 데이비스 소로를 아주 존경하며 ‘월든’을 높이 평가한다. 1990년대에 ‘월든’을 보고 나서 문득 자연을 이렇게 순수하고 아름답게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가능하다면 언젠가는 ‘월든’과 같이 시간, 정력을 집중하여 순수한 대자연에 대한 책을 쓰고 싶었다. 인간이나 사회가 아닌 순수한 자연을 쓰는 것 말이다. 나는 이 작품을 쓰면서 10년 전, 20년 전부터 꿈꾸던 창작이었기에 유쾌했다.
-기자: 기존 작품 중 거의 대다수가 출판 금지 처분을 받았는데, 이번 출판은 순조로웠나
-옌: 최근 10여 년 이래 비교적 순조롭게 출판됐다. 중간에 좀 고쳐진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적은 편이다. 예를 들어 결말 부분에서 철거 문제를 언급했지만, 짧게 소실됐을 뿐이라고 했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려 해도 권력이 필요하며 권력은 자연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 사람 의식은 왕왕 권력에 좌우된다는 부분도 삭제됐다. 그래도 이 책은 삭제된 부분이 적은 편에 속한다.
-기자: 강제 철거에 대한 무언의 항의인가
-옌: 권력 앞에서 사람은 아주 보잘것없다. 그래서 타협하고 투항할 수밖에 없고 다른 출로가 없어도 매일 이런 것을 논하고 말하고 쓴다. 마찬가지로 이는 일종의 반항이고 모든 사람이 다 이렇게 논하고 이렇게 말하면서 앞으로 이런 유사한 일이 점점 적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직접 말하지 않고 대자연만 언급했지만, 이는 발전을 위한 저항이다.
-기자: 네티즌들은 당신이 후진타오와 원자바오에게 쓴 편지가 반응이 매우 커서 당신의 집도 철거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옌: 우리 집이 철거된 건 아주 예사로운 일이다. 나는 루쉰(魯迅)의 옛집이 철거됐고, 량쓰청(梁思成)의 옛집도 철거됐는데 우리 집이 뭐 대수이냐고 말했다. 강제 철거는 매우 강경한 정책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인권 문제다. 나중에 강제 철거를 돌아보면 아마 반인륜적이고 위법한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철거는 법적인 근거가 거의 없을뿐더러, 많은 사건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기자: 철거 소송 진행 상황은 어떤가
-옌: 패소했다. 처음부터 결과와 과정은 알고 있었다. 철거가 끝난 후 소송을 제기했는데 두 달 정도 지나서야 재판한다는 통지를 받았으며 재판이 시작된 후 30분 만에 패소 선고를 받았다. 물론 중급인민법원에 더 상소할 수 있었지만, 결과는 뻔했다. 중국에서 철거에 대한 재판은 단 한 번도 승소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하나의 문제이고, 소송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 생각했기에 우린 반드시 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결과는 예측할 수 있었지만.
-기자: 또 철거에 관한 책을 쓸 건가
-옌: 철거가 내게 아주 충격적인 기억이라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철거에 대한 내용을 쓸 것인지, 언제 쓸 것인지를 지금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창작을 하든 기록 문학이든 소설이나 산문을 쓰든 (철거를) 한 번 깔아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옌롄커는 실험을 통해 식물은 감정과 그들만의 언어가 있으며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쑹시앙룽(宋祥龍) 기자
식물은 감정과 언어가 있다
-기자: 이 책에서 식물은 감정과 언어가 있다고 했는데
-옌: 사람이 혼자 대자연에서 한동안 생활하면 식물의 언어를 느끼고 들을 수도 있다. 내가 살던 곳에는 버드나무가 있는데, 버드나무는 해충이 있을 때 한 나무가 다른 한 나무에게 이를 알려주는데 아주 신기하다. 일단 이 나무가 해충에 피해를 당했을 때 다른 나무는 저항력을 갖추게 된다.
이 과정에는 확실히 정보 전달이 있다. 우리 인류가 이런 정보를 분석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우린 왜 그런지를 모르지만, 그들 사이엔 반드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정보가 있다. 그들의 언어를 우리가 들을 방법이 없고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통상적으로 같은 종류 나무가 같은 위치에 있을 때 한 나무가 상해를 입게 되면 다른 한 나무는 완벽하게 보존되는데 아주 기묘한 일이다.
-기자: 당신은 대자연과 소통을 했나, 식물의 언어를 들었나
-옌: 조용하고 깊은 밤에 채소밭이나 숲에 가면 아주 우렁차고 잔잔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소리는 바람도 없고 아무 잡음도 없지만 그런 소리는 바로 대자연 속에 존재한다. 나는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단 우리가 그들이 뭘 말하는지 느낄 방법이 없을 뿐이다. 채소를 심거나 꽃을 가꾸고 곤충을 관찰할 때 사실은 사람이 그들과 소통하는 과정이다.
우린 인류가 지구의 주인공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진정한 지구의 주인공은 대자연이다. 인류는 대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어 인류가 지구의 주인공으로 변했고 자연은 인류의 일부분이 됐다.
-기자: 당신이 언급한 내용은 공산당의 무신론과 충돌되지 않나
-옌: 공산당의 무신론을 말하는 사람은 지금 이미 적어졌다. 내가 젊을 때 학교 다니고 군대에 갔을 때는 무신론을 끊임없이 들었지만···. 대자연은 모든 사람의 신이다. 우리 인류는 대자연을 마치 종교를 신앙하듯이 숭상해야 한다.
마음이 대자연으로 돌아가다
-기자: 당신은 책에서 대자연으로의 회귀를 동경했지만, 대자연은 이미 너무 심하게 파괴되지 않았나
-옌: 우린 지금까지 너무 심하게 파괴해 왔다. 나는 대자연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하지만 대자연은 이미 우리가 돌아가는 걸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대자연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번 창작을 통해 대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더라도 고풍스러운 마음을 유지해 내심을 대자연으로 돌아가게 해야 함을 알게 됐다. 우린 적어도 대자연 속의 일부분일 뿐만 아니라 그를 동경하고 결국 우리 인류의 생존 정원이며 정신 정원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반응이 좋을지 안 좋을지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적어도 독자들은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전 작품이 사람에 대한 배려이자 사람에 대한 의문 혹은 비판이지만, 이 책은 정반대로 사람에 대한 묘사를 포기하고 대자연으로 방향을 바꿨다.
-기자: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쓸 계획인가
-옌: ‘중국지(中國誌)’를 쓰고 싶다. 오늘날 중국에 대한 현실적이고 전면적인 질문으로 진정 이 나라에서 무엇이 발생하고 있고, 장래는 어떠한지, 사람이 이런 환경에서 얼마나 우화(愚化)되고 변이됐는지를 답하겠다.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가고 있는 세상에서, 작가로서도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출판될지 안 될지는 내겐 중요하지 않다.
옌롄커(閻連科) 발표하는 작품 대부분이 ‘출판 금지’돼 ‘금서대사(禁書大師)’라 불리는 중국 중견 소설가. 1978년 등단 이후 제1기 및 2기 루쉰 문학상, 제3기 노사문학상과 기타 국내외 문학상을 20여 차례 수상했다. 현재 중국인민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대담하게 중국 현실을 비판, 폭로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작품 중에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풍아송(風雅頌)’ ‘사서(四書)’ 등이 있으며, 대부분의 작품이 출판 금지돼 있다.
발표하는 작품 대부분이 ‘출판 금지’돼 ‘금서대사(禁書大師)’라 불리는 중국 중견 소설가. 1978년 등단 이후 제1기 및 2기 루쉰 문학상, 제3기 노사문학상과 기타 국내외 문학상을 20여 차례 수상했다. 현재 중국인민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대담하게 중국 현실을 비판, 폭로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작품 중에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풍아송(風雅頌)’ ‘사서(四書)’ 등이 있으며, 대부분의 작품이 출판 금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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