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까지 계속된 모란정 잔치자리에 한 바탕 바람이 지나가며 흙먼지를 불러일으키자 잔치자리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뭇 관리들이 놀라며 의아해하는 가운데, 술 시중드는 관리인 侍酒官시주관이 일제히 고함을 질렀다. “妖精요정이 나타났다!”
그때 황비호는 술에 반쯤 취해 있다가 요정이 나타났다는 말을 듣고 황망히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나와 바라보니, 과연 어떤 물체 하나가 차가운 이슬 가운데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읊은 시가 남아있다.
“눈은 황금 등불 같고 몸체는 특이하였으며, 긴 꼬리 날카로운 발톱에 몸은 작달막했다. 돌진해 오는 것이 마치 산에 오르는 호랑이 같은데, 얼굴을 돌리니 흡사 물체를 포획하는 스라소니와 같았다. 妖孼요얼이 늘 사람의 氣魄기백을 침범하는데, 괴이한 마귀가 항상 사람의 피와 두개골을 씹었다. 눈동자를 모으고 자세히 그 형상을 관찰해보니, 바로 산중의 한 마리 늙은 여우였다!”
술좌석에서 벗어난 황비호가 이 늙은 여우 요정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수중에 이를 막을 물건 하나 없었다. 순간 손으로 모란정 난간을 잡아당겨 난간 하나를 꺾어서 그 여우를 향해 한차례 휘두르며 공격했다.
그 여우가 날쌔게 피하더니 다시 돌진해 왔다. 황비호가 좌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빨리 북해에서 진상한 金眼神鷹금안신응을 가져오라!”
좌우에서 급히 붉은 새장을 열어 놓았다. 그 신령스런 매인 神鷹신응이 두 눈에서 등불처럼 빛을 내며 여우를 향해 곧장 공격을 퍼부었다.
신응이 쇠갈고리 같은 발톱으로 여우를 한번 할퀴었다. 그 날카로운 발톱에 할퀸 여우는 신음을 내지르더니 곧 인근 太湖태호로 도망가 돌 아래로 뚫고 들어갔다.
주왕은 이 일을 지켜보다가 좌우를 불러서 가래와 호미를 가져와 그 아래를 파보라고 하였다. 이들이 두세 자 깊이쯤 파 내려가자 그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뼈가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는데, 주왕은 아연해 놀랄 뿐이었다.
이 사실을 보고 주왕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이것이 바로 간관들이 상주하면서 말한 것이 아닌가? 요사스런 기운이 궁중에 가득하고, 재앙의 별이 천하를 변화시킨다고 하였는데, 이 일이 과연 사실이구나!’
주왕은 마음이 몹시 불쾌하였다. 백관이 몸을 일으켜 은혜에 감사를 표하고 조정을 나서 각기 관사로 돌아갔다, 한편 달기는 술에 취한 후 본 모습인 원형을 들어냈으나 뜻밖에 신응에게 얼굴을 할퀴어 피부에 상처를 입었다. 깜짝 놀라 정신이 들어 어서각으로 돌아왔으나 後悔莫及후회막급할 뿐이었다.
이때 어서각으로 돌아온 주왕과 함께 달기는 잠자리에 들었다.
날이 밝자 주왕은 달기의 얼굴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급히 물었다. “황후의 얼굴에 어이하여 상처를 입었소?”달기가 베갯머리에서 돌아누우면서 대답했다. “어젯밤 폐하께서 백관들과 함께 주연을 베푸시는 동안 첩은 어화원을 거닐면서 즐겼습니다. 해당화 밑을 지나는데, 해당화 가지에 긁혀서 이 상처가 난 것입니다.”
주왕이 말했다.
“오늘 이후로 궁중 화원에서 노닐지 마시오. 원래 이곳은 사실 요괴의 기운이 있는 곳이오. 짐이 백관들과 삼경까지 마셨는데, 그때 과연 여우 한 마리가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오.
마침 무성왕 황비호가 모란정 난간을 하나 부수어 이것으로 여우를 향해 공격하였으나 오히려 물러나지 않았다오. 나중에 북해에서 진상한 금안신응을 풀어놓았다오. 그 신령스런 매가 여우를 공격하여 한번 할퀴자 그 여우는 상처를 입고 도망갔다오. 신응의 발톱에는 아직도 피묻은 털이 남아 있다오.”
주왕은 달기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면서도 그 여우와 함께 잠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이때 달기는 마음속 깊이 황비호에게 원한을 품었다. ‘내가 너를 해코지한 적이 없는데, 네가 오늘 나를 해쳤으니 네가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가히 피할 곳이 있는지 두고 보자!’
이때부터 달기는 무성왕 황비호를 해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데, 황비호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한편 이때 西岐서기의 姜子牙강자아는 조정에 있다가 어느 날 국경으로부터의 보고를 들었다. 은나라 주왕이 방탕하게 주색에 빠져 간신배와 아첨꾼을 총애하고, 또 동해의 平靈王평령왕이 모반을 하여 문 태사가 정벌하러 갔다는 내용이었다.
또 보고가 있었다. 崇侯虎숭후호가 천자의 성총을 어지럽혀 널리 토목공사를 일으키고, 대신들을 모함하여 해코지하고, 만백성에게 해독을 끼치고, 몰래 비중 ․ 우혼과 통하여 안팎에서 연결되어 조정을 휘어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패를 지어 나쁜 짓을 하며 거리낌 없이 무도한 짓을 하고, 사실을 상주하는 諫官간관들을 억압한다고 하였다.
강자아는 조가의 절박한 상황을 알게 되자 분노가 치밀어 머리털이 갓을 찌를 정도였다. ‘만약 이 도적을 먼저 제거하지 않는다면, 장차 후환이 두려울 것이다!’(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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