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삽화 권미영
방필이 무성왕 황비호에게 말했다.
“우리 두 형제는 오늘 이른 아침에 이러한 뜻밖의 일이 있을 줄을 몰랐으며, 조정에서 전하를 호위하고 나올 때 노자조차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이제 나누어서 동남 두 길로 가려 하는데,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황비호가 대답했다.
“이 일은 당신이나 나나 아무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황비호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내가 몸에 차고 다니는 장식품인 寶玦보결을 줄 테니 가는 길에 팔아 노잣돈으로 충당하시오. 위에는 황금으로 새긴 문양이 있으므로 百金백금의 가치가 있을 것이오. 두 분 전하께서는 앞길에 부디 몸 보중 하시옵소서! 방필 ․ 방상 당신 형제는 마땅히 각별한 마음을 써서 전하를 모시도록 하시오. 장차 그 공이 적지 않을 것이오. 신은 궁궐로 돌아가 復命복명토록 하겠습니다.”
황비호가 오색신우를 타고 조가로 돌아갔다.
황비호가 조가로 돌아오니 이미 해가 기울고 저물었는데, 문무백관들이 아직 흩어지지 않고 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황비호가 신우에서 내리자 比干비간이 물었다.
“황 장군, 어찌 되었소?”
“추적하였으나 따라잡지 못하였으며, 다만 어지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이 말에 백관들은 나의 일인 것처럼 기뻐하였다.
황비호는 그간의 사정을 보고하기 위해 수선궁으로 갔다.
주왕이 물었다.
“아비를 죽이려는 자식과 반역한 역신을 붙잡았는가?”
“신이 폐하의 친필 조서를 받들어 칠십 리를 추적하였는데, 마침 세 갈래 길에 도착하여 길가는 행인들에게 물었으나 하나같이 보지 못하였다고 했습니다. 신은 어지에 회답이 늦어 잘못될까 걱정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왕이 말했다.
“추적하지 못했다고, 이런 亂臣賊子난신적자 같은 놈들! 경은 잠시 물러가도록 하시오. 내일 다시 상의합시다.”
황비호는 은혜에 감사하고 궐문을 나섰고, 백관들도 각기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달기는 아직 은교 ․ 은홍 형제를 붙잡아 오지 못한 것을 보자, 다시 주왕에게 진언했다.
“폐하, 오늘 은교와 은홍이 추적에서 벗어나, 만약 姜桓楚강환초에게 몸을 의탁하여, 큰 군사를 일으켜 머지않아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그 화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물며 聞太師문태사는 멀리 원정을 떠나 지금 도성에 있지 않습니다. 속히 殷破敗은파패와 雷開뇌개에게 명령을 내려 삼천 기병을 거느리고 밤새 추적하여 은교 형제를 붙잡는 것이 나을 것이옵니다. 그리하면 마치 풀을 베고 뿌리를 제거하는 것 같아 후환을 없애는 것이옵니다.”
달기의 그 말을 듣고 주왕이 말했다.
“미인의 이 말이 짐의 뜻과 정히 합당하구려!”
급히 황제의 친필조서를 내렸다.
“은파패와 뇌개 장군은 명을 받들라. 날랜 기병 삼천 명을 거느리고, 속히 은교․ 은홍 두 왕자를 붙잡으라, 꾸물거려 일을 그르쳐 죄를 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
은파패와 뇌개는 조서를 받고 황비호의 관사로 가서 군사를 동원하는 표지인 兵符병부를 수령하고 병마를 선발하려 했다.
그때 황비호는 後廳후청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조정은 이미 잘못되고 있고, 장래 백성들은 근심하고 하늘을 원망하며, 만백성은 불안에 떨 것이며, 四海사해가 무너지고, 팔방이 어지럽고, 민생은 塗炭도탄에 빠져, 편안한 날이 없을 것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막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軍政司군정사가 보고를 한다.
“대장군, 은파패와 뇌개 두 장군이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라 하라”
두 장군이 후청으로 들어와 군례를 마쳤다.
황비호가 물었다.
“방금 전에 조정을 물러나왔는데, 또 무슨 일이 있는가?”
두 장군이 보고한다.
“천자가 친필조서를 내렸는데, 소장들에게 삼천 날랜 기병을 거느리고, 밤을 새워 두 왕자를 추적하여 방필 등을 사로잡아서 국법을 바로잡으라고 하였사옵니다. 하오니 특별히 兵符병부 발급을 청하러 왔습니다.”
황비호가 가만히 생각해본다.
“이 두 장군이 추적하면, 반드시 붙잡을 것이다. 내가 미리 손을 써서 방해를 좀 해야 하겠다.”
이에 은파패와 뇌개에게 명령했다.
“오늘은 이미 늦었다. 병사와 말이 정비되지 않았으니, 내일 오경에 병부를 수령하여 속히 출발하시오.”
두 장군은 감히 명령을 어길 수 없어 물러갈 수밖에 없었다. 황비호는 군대의 통수자이고, 은과 뇌 두 장군은 휘하에 있으므로 어찌 항변을 할 수 있겠는가?
두 장군이 돌아가자 황비호는 周紀주기에게 말했다.
“은파패가 병부를 수령하면, 삼천 날랜 기병을 뽑아서 두 왕자를 추격할 것이다. 너는 내일 오경에 좌군영 중에서 병들고 쇠약하며 무기력한 삼천병사를 뽑아서 그에게 주어 떠나게 하라.”
주기는 명령을 받들고 물러갔다.
다음 날 새벽 오경에 은파패와 뇌개 두 장군이 병부를 발급받았다. 주기가 훈련장으로 가서 좌군영 중에서 삼천 기병을 점고하여 은․뇌 두 장군에게 인계했다. 두 장군이 병사들을 살펴보니 모두 노약하여 견디기 힘들고 질병이 있는 병졸들이었으나 감히 명령을 어길 수 없어 병사와 말을 인계받아 남문을 출발해 추적에 나섰다.
대포 울리는 소리가 삼군의 진군을 재촉하였으나 병들고 노약한 군졸들이라 행군의 속도가 빠를 수 있겠는가? 이를 보고 조급한 마음이 일어났으나 두 장군으로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으며, 다만 군사들을 따라 앞으로 진군할 뿐이었다. 이 모습을 비웃으면서 지은 시가 남아있다.
“삼천 기병이 朝歌조가를 출발했는데, 함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들며 북과 징을 울렸다. 그러나 대오가 정비되지 않아 어지럽고 행군조차 더딘데, 길 가던 행인들도 손뼉 치며 하하 웃었다.”
-지난 줄거리-
주왕은 천 년 묵은 여우 달기에게 홀려 정사를 돌보지 않고, 천자의 권위를 잃어버린다. 도인 운중자가 여우를 제거하라고 했으나 달기의 꾀에 넘어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오직 달기와 향락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는다.
나라를 걱정하는 태사 두원선과 매백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게 되고, 황후 마져 달기의 모함으로 한쪽 눈과 손가락을 불태우는 형벌을 받아 목숨을 잃게 된다. 이에 태자 은교가 분을 참지 못하고 강환을 죽이고 달기 마저 죽이려 하자 주왕은 당장 두 아들을 잡아오라는 어지를 내린다. 어지를 받은 조전조뢰에게 쫓기게 된 형제가 방필과 방상 장군의 도움을 받아 궁을 떠난다. 한편, 어지를 받은 조전․조뢰가 태자를 뒤쫓아 왔으나 방필과 방상 장군이 데리고 갔다는 말을 듣고 무서워서 감히 뒤쫓지 못하고 꾀를 써서 그 일을 황비호에게 떠넘긴다. 어쩔 수 없이 길을 떠난 황비호가 얼마 되지 않아 태자 은교를 따라잡는다. 그러나 형은 아우의 목숨을, 동생은 형의 목숨만을 살려달라고 통곡하는 바람에 황비호는 차마 잡아 올 수 없어 계책을 세우고, 방필과 방상에게 태자 형제를 잘 보필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빈손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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