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권미영
문 태사는 주왕이 그의 공적을 치사하는 교유를 듣고 땅에 엎드려 절을 하고 아뢰었다. “하늘의 위엄에 의지하고 폐하의 넓으신 복에 감읍하며 북해의 요괴들을 멸망시켜 제거하고, 역적들을 목 베어 토벌하였는데, 정벌한지 어느덧 15년이나 되었습니다.
신은 몸을 바쳐 나라에 보답하여 감히 선왕의 유지에 저버림이 없도록 했나이다. 신이 밖에서 듣자오니 궁 안이 혼탁하고 어지럽고, 각지의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신하의 마음은 근심이 가득하여 몸에 날개를 달고 임금을 뵙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습니다. 오늘 천자의 尊顔존안을 뵙게 되었으니, 그 정황이 사실이옵니까?”
주왕이 대답했다. “姜桓楚강환초가 역모를 꾀해 짐을 시해하려 했고, 鄂崇禹악숭우가 악행을 쫓아 반란을 일으켰으므로 모두 사형에 처했소. 그러나 그 아들들이 함부로 잔학한 짓을 하며 국법을 존중치 않고 각 지역을 어지럽히고 관(關:요충지)마다 소동을 일으키니, 몹시 무도한 짓인데, 진실로 통탄스럽소!”
문 태사가 아뢰었다. “강환초가 제위를 찬탈하고, 악숭우가 악행을 저질렀다는데, 누가 가히 증인이 될 수 있나이까?”
주왕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태사가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다시 아뢰었다. “신이 조정 밖에서 원정하면서 다년간 고전을 했사온데, 폐하께서는 仁政인정을 베푸시지 않고 주색에 빠지셔서 간언하는 신하와 충신의 목을 베었으며, 이제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신이 또 폐하께 아뢰옵나이다. 대전 동쪽에 놓여있는 누런색으로 빛나는 둥근기둥 같은 물건은 무슨 물건입니까?” 주왕이 대답했다. “간언하는 신하들이 악독한 말로 임금을 거역하고, 충성과 정직을 사려고 하였기에 이 형구를 설치하였는데, 이름을 炮烙포락이라고 하오.”
태사가 또 아뢰었다. “신이 도성에 들어오니, 높이 푸른 하늘에 솟은 것이 보였는데, 그곳은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주왕이 답변했다. “짐이 여름이 되면 쉴 곳이 없었소. 이것을 지어서 즐기면서 높고 멀리 바라보는데, 이목을 가리는 것이 없었소. 그 이름을 鹿臺녹대라고 하오.”
태사는 주왕의 답변을 듣고 마음속으로 몹시 불편하여 곧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四海사해가 황폐하고 제후들이 일제히 반란을 일으켰는데, 폐하께서는 모두 제후들에게 짐을 무겁게 지우기 때문에, 반란의 우환이 생긴 것이라 여겨집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仁政인정을 베풀지 않고, 은택을 내리시지 않으며, 충성스런 간언을 용납하지 않으시며, 간사한 자와 여색을 가까이 하고 어질고 충량한 신하를 멀리하셨습니다.
노래 부르고 술 마시는데 빠져 밤낮을 구분하지 않으시고, 토목공사를 널리 벌리시고, 그로써 백성들은 연이은 피로로 인해 반란을 일으켰고, 군인들은 식량이 끊어져 흩어졌습니다.
문무관원과 군인과 백성은 군왕의 四肢사지이고, 사지가 순조로우면, 그 몸이 건강하옵니다. 그러나 사지가 순조롭지 못하면 그 몸이 결함이 있게 됩니다.”
문 태사는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조목조목 조정과 정치의 폐단을 아뢰어 나갔다. “임금은 예로서 신하를 대우하고, 신하는 충성으로서 임금을 섬긴다고 하옵니다. 선왕이 계실 때, 사방의 오랑캐가 복종하고 팔방에서 공물을 바쳐 태평성대의 풍성함을 누렸사오며, 황실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복락을 받았음을 생각하소서.
이제 폐하께서는 임금의 자리에 계시온데, 만백성에게 잔인한 학정을 펴시고, 제후가 이반하고, 백성은 어지럽고 군인은 원망하고 있사옵니다. 北海북해의 전쟁에서 신은 一片苦心일편고심으로 사악한 적을 무찔렀습니다.
이제 폐하께서 德政덕정을 펴지 않으시고, 오로지 荒淫황음에 빠진 수년 이래 조정 기강의 큰 변화를 모르시고 國體국체가 전무하온데, 신이 날로 변방에서 수고한다 한들 마치 썩은 처마에 간고하게 제비집을 짓는 것과 같을 것이옵니다!
오직 폐하께서는 이 점을 살피소서. 신이 오늘 조정에 돌아오며, 치국의 방책을 가져왔사오니, 신이 다시 진언할 수 있도록 용납하여주시옵소서. 폐하께 잠시 궁으로 돌아가시기를 청하옵나이다.”
주왕은 대답할 말이 없어 단지 궁궐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문 태사가 대전위에 서서 말했다. “여러 선생, 대부여러분! 댁으로 돌아가지 마시고, 노부와 함께 제 집으로 가서 함께 의논하도록 합시다. 저에게는 방도가 있습니다.”
백관이 문 태사의 뒤를 따라 태사부에 도착했다. 태사부 銀安殿은안전에 각각 순서에 따라 앉았다.
태사가 물었다. “여러 대부님, 노부가 여러 해 동안 밖에서 북해를 원정하느라 조정에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나 聞仲문중은 선왕께서 돌아가실 때 자식을 부탁하셨던 重任중임을 생각해보면, 감히 그 유언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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