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런던 내무부 앞에서 학생들이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에 내린 유학생 비자 보증 자격 철회 처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의 타 대학은 물론 언론들도 정부가 무리한 이민자 억제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CARL COURT/AFP/GettyImages
“외국인 혐오 시류에 선거 앞둔 포퓰리즘” 연간 9조원 벌어… 외국 학생 줄어들까 우려
영국 정부가 런던 메트로폴리탄대의 유학생 비자 보증 자격을 박탈한 조치를 두고 다른 대학들까지 함께 반발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지난 8월 30일 런던 메트로폴리탄 대학이 영어 성적이 안 되는 자격 미달 외국인을 입학시키고 출석 관리도 하지 않았다며 외국인 학생에 대한 비자 보증 자격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비EU 국가 출신 유학생 2000여 명은 60일 안에 새 대학을 찾지 못하면 강제 출국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한국 학생도 약 100명가량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당 이민억제 정책, 대학과 충돌
이번 정부 결정에 타 대학들도 함께 반발하고 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대학 부총장의 말을 인용 “정부가 이민자 통계 발표 날에 한 대학을 공격한 것은 우연만은 아니다”라며 “정치적 동기가 깔렸다”고 반발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출범한 보수당 연립정부가 이민자 억제 정책을 펴면서 대학과 갈등을 빚어 왔다. 정부는 2015년까지 순이민자 수를 10만 명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비자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영국으로 이민 온 인구에서 나라 밖으로 떠난 유출 인구를 뺀 순이민자 수는 21만 6000명. 전년도보다 3만 6000명이 줄었다.
영국 대학들은 이민 인구 중 40%가 유학생이라는 점 때문에 과도한 억제책은 결국 유학생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유학생 감소는 대학의 수입 감소를 뜻한다. BBC에 따르면 영국 대학들이 자금 압박에 시달리면서 유학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유학생들이 내국인 학생보다 훨씬 많은 학비를 내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0~2011 학년도에서 영국 학부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4만 8580명으로 전체 학부생의 11%였다. 하지만 유학생이 내는 학비는 대학의 등록금 수입의 32%를 차지했다. BBC는 학비를 포함한 유학비로 영국 경제가 연간 50억 파운드(약 9조 원)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2025년에는 169억 파운드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9.11 이후 미국 전철 밟나 전전긍긍
영국 대학들은 메트로폴리탄 대학 사태로 유학생들이 다른 영어권 국가로 발길을 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엑스터대의 스티브 스미스 부총장은 “우리는 2000년대 초 미국인들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FT가 전했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발생 후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면서 미국 내 유학생 수는 줄어든 반면 영국과 호주에서 그 수가 늘어났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9월 8일자 최신호에서 이번 메트로폴리탄 대학 사태를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이민자에 대한 혐오 정서가 유럽 전체에서 강해지는 추세인데, 영국이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강하다고 전했다. 이 정서에 편승해 유학생을 막을 경우 수입 감소뿐 아니라 ‘소프트 파워’를 전파하는 효과적 수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개방을 통해 번성했지 외국인 혐오와 고립주의로 번영을 누린 것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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