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는 지난 8월 말 학생들의 유례없는 집단 부정행위를 적발하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에도 뉴욕 명문공립고와 공군사관학교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해 파문이 일었다. 사진은 하버드대 캠퍼스 모습. Darren McCollester/Getty Images
명문고 · 空士 · 하버드서 잇따라 발생 ‘더 뛰어나기 위해’ 상위권서 증가
최근 미국 유명 학교에서 잇따라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뉴욕 명문 공립고인 스타이버선트(Stuyvesant), 미국 공군사관학교(AFA),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하버드대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있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부정행위 문제는 수십 년에 걸쳐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상위권 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보도했다.
하버드대는 지난 8월 말 집에서 문제를 푸는 학부의 기말 시험에서 수강생 거의 절반이 남의 글을 베끼는 표절을 하거나 협업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어겼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답안지 내용의 절반가량이 거의 비슷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조교들이 학교 측에 보고하면서 밝혀졌다. 하버드대는 역사상 유례없는 집단 부정행위라며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6월에는 미국 공군사관학교가 펜과 종이만 허용되는 온라인 수학시험에서 학생 74명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제를 풀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교수가 온라인 시험과 거의 동일한 문제를 종이 시험으로 내자, 낙제생이 속출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같은 달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스타이버선트 고교에서는 학생 약 80명이 뉴욕주 평가시험에서 휴대폰으로 시험지를 촬영하고 다른 학생들과 답을 공유한 사실이 발각됐다.
기술 발달로 부정행위 쉬워져
이처럼 부정행위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먼저 방법이 쉬워지고 있고, 두 번째는 점점 용납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들이 다양해지면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기가 더욱 쉬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시험 현장에서 답을 찾거나, 친구와 의논하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베낄 수 있게 됐다. 미국 듀케인대학 연구에서도 과제 수행에서 온라인 프로그램을 많이 허용할수록 표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터넷이 빠른 다운로드와 검색, 잘라내고 복사하는 세상을 만들면서 소유권과 저작권의 개념을 약화시킨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 부정행위를 용납하는 태도가 문제다. 경쟁이 심화되고 성공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학교와 학부모들이 학생들에게 ‘잘못된 행위’라는 점을 인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러트거스 경영대의 도널드 맥케이브(Donald L. McCabe) 교수는 치팅(cheating․속임수)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다. 맥케이브 교수는 “낙제를 받지 않기 위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들은 항상 있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위권 학생 중에서 더 뛰어나기 위해 부정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자녀의 실수·실패 받아들이지 못해자녀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문화 팽배
지난 20년 동안 전문직과 학문 분야의 진실성(integrity) 문제를 연구해 온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교수는 “윤리적 힘이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방법이야 어떻든 성공만 하면 칭송을 받는 문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드너 교수가 명문대생 사이에서 발견하는 태도는 “성공하고 유명하고 싶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원칙을 무시하는 지름길을 택하고 있다. 그들에게 밀릴 수 없다. 언젠가 성공하면 롤 모델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만 좀 봐 달라”는 식이라고 요약했다.
고교생 60% ‘부정행위 한 적 있다’
미국 조지프슨 윤리연구소(JIE)가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분의 3이 지난 1년 간 부정행위를 한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5분의 4가 자신들의 윤리 수준이 보통 이상이라고 자평했다.
이 연구소의 마이클 조지프슨 소장은 학교들이 “학문 등의 분야에서 진실성에 대해 강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학은 고등학교보다 더 무관심하다”고 평가했다.
학부모들의 영향도 크다. 캘리포니아대(산디에고)에서 학문 진실성 분야를 담당하는 트리시아 갤런트(Tricia B. Gallant) 소장은 “지금 우리는 자녀들의 실수와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을 정말 힘들어하며, 그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문화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갤런트 소장은 30~40년 전만해도 자녀들이 학교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학부모가 아이를 혼내고 집으로 끌고 가곤했지만 지금은 이처럼 훈계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하버드대는 이번 부정행위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연루된 학생들에게는 1년 정학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공군사관학교는 부정행위를 인정한 생도들에게 이미 6개월 근신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거나 2학년인 학생들에게는 제적 등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에 적발된 학생 대부분은 신입생이다. 스타이버선트 고교의 경우 가담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 전형에서 중요한 이력으로 인정되는 지도자 클럽 가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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