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독일 서부도시 스톨베르크에 위치한 제약회사 그뤼넨탈 본사 앞에서 탈리도마이드 피해자들이 ‘비르츠(Wirtz) 기억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비르츠는 이 회사를 소유한 가문이다. (사진=HENNING KAISER/AFP/GettyImages)
생산한 입덧 치료제, 기형아 유발세계적으로 1만여 명 피해자 낳아
독일 제약회사가 자사 제품의 부작용으로 기형아로 태어난 피해자들에게 반세기 만에 처음 사과했다. 독일 제약회사 그뤼넨탈은 지난 1일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지난 50년간 인간 대 인간으로 여러분께 다가서지 못한 점에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뤼넨탈이 개발한 탈리도마이드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입덧을 없애주는 안전한 치료제로 홍보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판매됐다.
하지만 팔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기형아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961년 판매가 금지됐다. 독일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유럽, 일본 등 주로 선진국에서 피해자들이 나왔다. 피해자 단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탈리도마이드 피해자가 1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탈리도마이드 관련 소송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호주에서는 이 약의 호주 판매사와 피해자 간에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합의가 이뤄졌다. 현재 50세인 리네트 로우는 어머니가 임신 중 한 달간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후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로 태어났다.
앞서 2010년에는 호주․뉴질랜드의 피해자 45명이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간병비와 의료비 지출이 늘어났다며 판매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판매사는 이들에게 5000만 호주 달러(590억 원)를 지급하는 데 동의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탈리도마이드 희생자들이 그뤼넨탈이 자금을 대는 트러스트로부터 매달 최대 1116유로(약 160만 원)까지 연금을 받고 있다. 그뤼넨탈은 2010년까지 피해자들에게 5억 유로(7140억 원)를 지불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소송에도 그뤼넨탈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의 해럴드 스톡 CEO(최고경영자)는 본사가 있는 독일 서부도시 스톨베르크에서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오랫동안 침묵한 데에 “매우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톡은 “콘테르간(독일 상품명) 개발에서 회사는 당시 과학적 지식에 따라 신약 임상시험에 대한 모든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날 그뤼넨탈은 피해자를 형상화한 동상의 제막식을 가졌으나 많은 피해자들이 오히려 사과가 너무 늦었고 충분하지 않다며 반발했다. 제막식이 열리는 본사 앞에서는 피해자들의 항의 시위가 있었다.
영국 탈리도마이드 피해자인 조프 애덤스-스핑크는 이번 사과를 “중요한 첫 걸음”이라 평가하며 “다음 단계는 소위 ‘완전히 무해하다’고 선전된 약으로 피해를 본 모든 이들에 대한 보상”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탈리도마이드 스캔들이 터진 후 전 세계적으로 신약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실험에 대한 요구 조건이 강화됐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탈리도마이드 승인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FDA가 세계적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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