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는 소수 디자이너의 맞춤복만을 입었던 이전 영부인들과 달리 다양한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서 미국 패션계의 지지까지 얻어냈다. 6월 5일 디즈니 행사에 참여한 미셸. AFP/GettyImages
미국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달 중순, 미국 패션계를 주름잡는 보그 편집장 아나 윈투어가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모금 행사로 바쁘다. 12일 시카고에서는 윈투어와 만나 담소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행사가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1000달러(116만 원). 이틀 후에는 미국의 유명 여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와 함께 파커의 뉴욕 집에서 모금 파티를 열 예정이다. 1인당 식비는 4만 달러(4600만 원).
윈투어는 또 지난 2월 뉴욕에서 온라인샵 ‘런웨이 투 윈(Runway to Win)’을 설립했다. 디자이너 22명이 참여해 직접 디자인한 스카프, 티셔츠, 손가방 등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전부 오바마 대선 캠프에 기부할 예정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윈투어의 행보를 전하며 미국 패션계와 오바마 측이 전례 없는 공생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그 핵심은 바로 영부인 미셸 오바마. 미셸의 패션 스타일은 지난 2008년 대선 때부터 언론과 대중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아 왔다. 미셸은 공식석상에서 다양한 미국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어 이 브랜드들이 소위 ‘간접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이에 부유하고 민주당 성향이 강한 미국 패션계는 지지와 기부금으로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패션계는 회사의 임원들은 양당 모두에 기부를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대신 AIDS나 환경문제와 같이 특정 이슈를 지지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2008년 오바마 부부의 등장으로 변화가 발생했다. WP는 오바마가 디자이너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와 많은 기부금까지 받은 첫 대선 후보가 됐다고 전했다.
미셸은 이전 영부인들과 다른 방식으로 미국 패션계를 홍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에 영부인들도 미국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었다. 하지만 소수의 유명 디자이너만을 선택해 이들이 제작한 맞춤복을 입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미셸은 오바마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에 50명이 넘는 미국 디자이너의 옷을 선택했다. 특히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입는 제이크루(J. Crew)나 탤보츠(Talbots)처럼 대중적인 브랜드까지 고루 섞어서 입는 경향을 보여줬다.
미셸의 대변인은 “영부인은 여성들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고 편안한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영부인이 옷을 고르는 기준이며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셸의 다양한 취향은 결실을 맺고 있다. 2008년 대선 이후 미셸이 입는 옷을 모두 기록하고 있는 패션 블로그 ‘미시즈오닷컴’(Mrs-O.com)을 보면 미셸이 자주 입는 의상을 디자인한 사람들 상당수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보석과 대중 브랜드를 제외하고 미셸 의상 디자이너 절반이 오바마 측에 기부금을 냈다. 물론 미셸의 의상 디자이너 중에는 전혀 기부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미셸 의상 디자이너가 아니지만 기부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WP가 밝혔다.
미셸 의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경제적 효과도 상당히 크다. 데이비드 예맥(David Yermack) 뉴욕대 스턴비지니스스쿨 교수는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미셸이 공식적으로 입었던 의상 189벌을 분석한 결과 미셸이 옷을 입고 나타난 시기에 관련 회사의 주가가 상승한 것을 발견했다. 예맥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영부인이 옷을 한 번 입고 나올 때마다 그 회사 가치가 1400만 달러(160억 원) 오른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미국 디자이너 트레이스 리즈(Tracy Reese)는 2008년 대선이 열리기 몇 달 전 한 기금모금 파티에서 미셸을 만났다. 리즈에 따르면 당시 미셸은 리즈를 반갑게 안으며 ‘당신 옷을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2009년 4월 미셸이 피플誌 표지에 리즈가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나오자 그녀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리즈는 “판매량이 눈에 띄게 상승했는데 특히 영부인이 입었던 그 스타일 판매가 늘었다”며 “모두가 그녀가 입는 옷을 입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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