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정에 출두한 무바라크(왼쪽)와 두 아들 가말과 알라. 철창 뒤에서 판결을 듣던 무바라크는 시종 무표정했으나 감옥으로 이송되는 헬기 안에서 한동안 눈물을 보였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STR/AFP/GettyImages
시위대에 발포한 무장 경찰 무죄 받아군부 하에 이뤄진 재판 “쇼에 불과해”
이집트 법원이 2일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84)에게 시위대 850여 명을 살해한 책임을 물어 종신형을 선고했다.
현대판 파라오로 군림하며 30년 간 이집트를 통치했던 무바라크는 아랍 민주화 이후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되는 첫 독재자로 기록됐다.
전 내무장관 하비브 알아들리도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무바라크와 두 아들 가말과 알라는 부패 혐의에서 무죄를, 그리고 시위대에 발포한 무장 경찰의 수장과 간부들도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때문에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수천 명 이집트인들이 카이로와 지중해 도시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 나와 무바라크의 사형과 군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선고에 앞서 재판장인 아흐메드 레파트는 무바라크 통치시기를 암흑에 비유하며 “지난 1월 25일 이집트에 태양이 솟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민주화 운동을 칭송했다. 그러면서 지난 10개월에 걸친 재판이 공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군부 집권 하에 이뤄진 재판이라 처음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고 본다. 무바라크 집권 시기에 발생한 각종 부정과 만행을 전반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대신 무바라크와 일부 인사에 대한 재판을 서둘러 민심을 달래려 했다는 것이다.
사살 명령 책임진 사람 없어
인권운동가 달리아 지아다는 트위터를 통해 “이집트인을 살해하고 고문한 사람들이 이제 자유롭게 자신들의 일자리로 돌아갔다”며 “이들은 우리가 승리했다는 환상을 심어주려 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18일간 일어난 혁명이 15개월 동안에 살해됐다”고 개탄했다.
또 법원은 무바라크와 알아들리에게 살해를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유죄를 내렸을 뿐 사살 명령을 내린 책임은 묻지 않았다.
미국 외교위원회 스티븐 쿡 연구원은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군부가 권력 이양을 주도하는 “현 상황에서는 정의 실현이 불가능했다”며 “재판은 쇼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은 오는 16일과 17일 이집트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둔 시점에서 나와 양 후보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인들은 무바라크 정권 하에서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와 이슬람 근본주의를 지향하는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무르시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세속주의를 지향한 무바라크 정권 하에서 무슬림형제단은 가혹한 탄압을 받았었다.
“무바라크 감옥행 통치자에 경고될 것”
국정 안정을 내세운 샤피크는 지난해 민주화 시위 이후 치안 공백과 경제 불안에 지친 국민들의 지지를 얻으며 결선에 오르게 됐다.
카이로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아흐메드 라이브는 다시 거리로 나가자는 시위대의 요구를 “어리석다”고 일축했다.
그는 타임과 인터뷰에서 “무바라크는 이미 감옥에 갔다. 끝이다. 만일 샤피크가 무바라크처럼 통치하려 한다면 감옥에 간 그가 경고가 될 것”이라며 계속되는 시위에 대한 피로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싱크탱크인 브루킹스도하센터의 사디 하미디 연구원은 “무바라크 정권을 상징하는 샤피크는 결국 종신형을 사는 사람의 친구로 비춰질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샤피크가 당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무슬림형제단은 판결이 나온 즉시 전국적인 항의시위를 촉구했고, 무르시 후보는 대선에 승리하면 모든 피고인에 대한 재판을 다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종신형을 선고받은 무바라크는 헬리콥터로 카이로 교외의 토라교도소 병원에 이송됐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의료진을 인용, 무바라크가 지난 4월부터 머물던 군 병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무바라크는 헬리콥터가 감옥에 착륙한 후에도 몇 분간 울면서 내리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무바라크는 감옥에서 안정을 되찾은 상태다. 재판에 함께 참석한 두 아들은 부패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지만 주가 조작 혐의로 계속 구금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시작된 아랍 민주화 운동 이후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은 사우디로 망명을 간 후 나중에 결석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지난해 10월 고향 시르테에서 반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지난 2월 걸프국가와 미국의 압력에 면책권을 얻어내고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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