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가장 강력한 집권 명분인 경제성장이 주춤거리고 있다. 여러 학자는 중산층을 두껍게 육성하지 않는 중국식 정부 주도 성장모델은 곧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성장의 둔화는 실업의 증대를 부를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계층 간, 도농 간, 동서 간 빈부격차가 극심한 편인데 격차가 더 확대될 경우 저소득층 국민이 인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다. 그 임계점을 넘어선 순간, 중국에도 중동의 재스민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對 중국 비지니스를 고려하는 국내의 많은 기업들을 위해 국립대만대학 경제과 장칭시(張淸溪) 교수가 중화권 위성방송 NTDTV 세미나에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편집부
대만경제계의 ‘4대천왕’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중국경제 전문가이자 국립대만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칭시(張淸溪) 박사가 ‘정치동향에 따른 중국경제’라는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장 교수는 “중국의 파티는 끝났다”며 “급성장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쇠퇴뿐 아니라 공산당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유정 기자
경제만 개방하고 정치형태 그대로… 정부가 기업 통제세계 은행들 파산하던 때 수출의존도 높은 중국이 8%성장?정부가 성장수치 조작해 경제문제 수면 위로 못 뜨는 것
중화권 위성방송 NTDTV 한국지사가 개최한 ‘전 세계 중화권 마케팅 비법’ 세미나가 지난 3일 한국관광공사 3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對 중국 비지니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질 수 있도록 저명한 중국 경제 전문가이자 국립대만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칭시(張清溪) 박사가 ‘정치 동향에 따른 중국 경제’라는 주제로 발언했다.
장 교수는 “공산당 주도로 지탱되는 중국경제의 근본적인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특히 최근 보시라이 사건이 가지고 온 중국공산당 조직의 붕괴, 그리고 그런 급격한 변화가 몰고 올 주변국에 대한 경제적 파급력과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은 20년 전만해도 북한처럼 경제후진국으로 뒤처져 있던 나라였다. 그때는 중국경제가 무너지든 성장하든 그것은 중국만의 문제였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의 경제적 위상이 G2까지 올라가면서 중국경제의 침몰은 필연 세계 경제의 재앙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장 교수 역시 이 점을 언급하며,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중국경제, 나아가 중국 자체에 대한 관심은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불과 20년 전, 덩샤오핑의 ‘남방순회’를 계기로 중국 경제는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6.4톈안먼 학살사태가 벌어진 지 수년이 지난 당시 중국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었고, 덩샤오핑의 개혁프로그램에 대한 의구심도 늘어가고 있었지만 ‘남방순회’로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중국은 20년 동안 연평균 10.4%씩 성장했다.
중국이 계속 성장만 할 것으로 보이는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끝나지 않는 잔치는 절대 없다. 지금까지는 쉬운 부분의 경제개혁을 통해 얻은 과실일 뿐이고, 앞으로 더 힘든 과제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급성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해야 한다. 만약 중국이 지금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제적 쇠퇴뿐 아니라 공산당 붕괴까지 초래할 수 있다.
◇지금 중국은 法治가 아닌 人治사회
장 교수는 우선 중국 경제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한 가지 특색이 있는데 정치와 경제가 합쳐져 갈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人治)사회다. 그래서 원칙 없이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법규를 바꿀 수 있다. 인치사회는 사람의 능력과 도덕에 따라 많은 부분이 변하게 된다. 사람이 부패하면 정치도 망하게 되고, 나아가 경제도 붕괴될 것이다.”
장 교수는 최근 보시라이 스캔들이 중국공산당(이하 중공) 관료들의 부패정도를 여실히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보시라이가 사회부패죄로 사형시킨 원창(文强) 前 충칭(重庆)시 사법국장은 재산이 1200만 위안(22억 원)인 반면, 그를 처벌한 보시라이는 부인 구카이라이와 60억 달러(7조 원)를 해외로 빼돌린 인물인데 보시라이는 누가 처벌할 것인가? 중공 고위층을 견제할 어떤 법률이나 시스템이 없어 부패가 극에 달했다.”
중국은 정경유착을 넘어 정경일치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해왔기 때문에 부정부패는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장 교수는 또, 중국경제를 분석하는 데 있어 제도적인 문제는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중공의 통치를 1949년부터 2009년까지 60년으로 본다면 前 30년을 공영기업(公營企業)체제, 後 30년을 사영정부(私營政府)체제로 볼 수 있다. 공산당 통치 하에서는 국가의 모든 기업 형태는 정부가 통제한다. 1978년부터 중국은 개혁개방을 실시했지만 경제만 개방했다. 정치형태, 민주주의에 대한 개혁은 전혀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사영정부기업이 생기게 됐다. 이 사영정부는 제도적으로 많은 문제를 양산한다.”
여기서 장 교수가 이야기한 공영기업과 사영정부체제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참조한 표현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상인과 군주는 전혀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라고 했다. 상인기질의 군주는 가장 나쁜 군주고, 군주기질의 상인은 가장 나쁜 상인이라는 것이다. 상인은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고, 군주는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정부가 기업을 경영한다면 가장 효과가 없는 방식일 것이다. 더구나 사영정부처럼 정부가 기업의 역할까지 도맡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1990년대 초반 동유럽과 구소련은 정부상임위라고 하는 사영정부체제를 고수하다 경제위기와 함께 정치적 붕괴를 초래했다.”
국영기업은 정부와 기업이 분리돼 정경유착의 문제를 야기하지만 사영정부는 정부가 곧 기업으로 정경일치에 가깝다. 문제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기업 역할 하는 게 문제
현재 중국 역시 사영정부체제로 인한 ‘제도성 부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비관론이 대두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공산당의 가장 강력한 집권 명분인 경제성장 마저 주춤거린다면 중국이 동유럽과 구소련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장 교수는 또 몇몇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경제의 비관론이 결코 소설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2012년 ‘바이오포럼 2012년 연회’에서 중국경제가 연착륙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경제가 상승한다는 뜻이 아니라 경착륙할 것이라는 뜻이다.”
“마오위스 베이징 톈저 경제연구소 소장은 2012년 3월 31일 ‘중국 미래 경제전망과 금융개혁’이라는 칼럼에서 부동산 거품이 매우 심각해 금융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70~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부동산 시장의 거품화를 초래한 것은 은행의 만성부채와도 관련이 있다고 장 교수는 분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적인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은 2006년 중국부채가 9110억 달러에 달해 당시 외환보유고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후 중국은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이전했다. 그래서 은행에는 부실채권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산관리회사는 은행과 마찬가지로 재정부에서 통제하고 있는 산하기관이다. 결국 이름만 바뀌었을 뿐 부실채권은 그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2008년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는 4조 위안을 수혈해 시장을 살렸다. 하지만 절대다수는 국영기업에 돈을 준 것이고, 국영기업은 이를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투자했다. 일시적인 효과는 봤겠지만 이를 통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거품화가 초래됐다.
◇경제가 건재한 이유는 ‘수치조작’ 때문
“저명한 홍콩 경제학자 랑셴핑(郞咸平) 교수(홍콩중문대학)는 중국의 각 성(省)이 모두 현재의 그리스와 같은 위기상황이라며 중국의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중국 지방정부의 도시투자채무가 20조 위안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다. 20조 위안은 중국 GDP의 5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중국이 이런 문제들을 안고 있으면서도 왜 여전히 건재한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질 것이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중공이 수치를 조작하고, 진실을 봉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현재 처한 상황을 정확히 공개한다면 이는 중공정권에 아주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중국정부의 거짓말을 쉽게 알 수 있는 한 예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거대 은행들이 2008년의 금융위기로 대거 파산했을 때 중국은 여전히 8% 전후의 성장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비결은 간단하다. 중국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서로 연결돼 있는 현대의 경제구조에서, 더구나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 구조에서 세계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교수는 중국의 경제문제가 아주 위태로움에도 불구하고, 정치안정을 통해 경제안정을 유지해 가는 공산당식 제도로 인해 결국 정치가 붕괴되어야만 경제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제 중공이 붕괴될지는 그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보시라이 사태는 정치 붕괴의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구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는 고층빌딩을 폭파시키는 것과 같이 자신이 붕괴돼도 주위에 짙은 먼지만 일으킬 뿐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개방을 통해 세계와 긴밀한 무역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공의 붕괴는 쓰나미와 같이 중국과 관련된 많은 국가에 엄청난 파급효과와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그는 중국과 긴밀한 양안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대만을 그 첫 번째 희생양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 역시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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