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멀다 하고 들어서는 중국의 초고층 빌딩.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마천루 열풍이 불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한다. ED JONES/AFP
중국에서 현재 짓고 있는 초고층 빌딩이 200채를 넘어서는 등 마천루 열풍이 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의 전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마천루 정보 사이트 마천도시망(摩天城市網)은 지난달 7일, 2011년 중국 마천루 도시 순위를 발표하고, 현재 중국에서 짓고 있는 4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200개에 달하고 5년 뒤 800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마천도시망은 현재 홍콩과 상하이 등 연안 도시에 집중된 마천루가 앞으로 내륙 지역을 중심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건설 중인 40층 이상 고층 건물로는 장수성 화시촌의 룽시 국제 대호텔(328m)을 비롯해, 난징 즈펑 빌딩(450m), 광저우 동탑(530m), 우한 녹지센터(606m), 선전 평안금융센터(660m) 등이 있다.
창사(長沙)시는 지난 6월 5일 220층 838m 높이의 빌딩을 지을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시정부는 시행사를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만약 계획대로 완공할 경우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828m)를 능가하는 최고층 빌딩에 등극하게 된다.
중국경영보는 중국의 마천루 열풍을 보도하면서 현재 세계에서 건설중인 초고층빌딩의 87%가 중국에 있다며, 앞으로 3년간 5일에 한 채씩 마천루가 들어서게 된다고 밝혔다.
마천루 경쟁 부추기는 정부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 1위 업체인 뤼디그룹(綠地集團) 관계자는 “중국에서 마천루 건설을 주도하는 실질적인 배후는 정부”라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천루를 건설할 경우 정부로부터 싼 값에 토지를 매입할 수 있고, 완공일로부터 5년~8년간 각종 세금을 면제받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마천루 건설을 정치적인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고, 경제 번영의 상징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초고층 빌딩은 필요에 의해 짓는 경우가 많지만, 내륙의 중소 도시에서는 경제적인 판단으로 건설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건설비용을 과잉 지출하고 공실이 남아돌면서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렌스 저주’ 벗어날까
마천루는 경제 발전의 상징으로 볼 수 있지만, 경제 위기의 전조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99년 앤드류 로렌스가 처음 보고한 ‘마천루 지수’는 ‘로렌스 저주’로도 불린다. 로렌스는 새로운 마천루의 등장과 함께 경기 침체와 증시 하락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이 들어선 시점에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됐고, 828m 높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가 들어서면서 두바이 국영 부동산개발업체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하는 등 두바이 경제가 휘청거렸다. 이듬해 아부다비의 재정 지원이 없었다면 두바이의 파산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이에 앞서 1907년 미국 금융위기는 1908년 완공된 싱어 빌딩(Singer Building)을 비롯한 마천루가 들어선 시점과 같다.
1972년, 1974년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시카고 시어스 타워가 차례로 들어섰고 이후 석유 위기가 발발하면서 세계 경제가 동반 하락했으며 미국은 금본위제를 포기해야 했다.
1997년 당시 최고층인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들어섰고, 같은 해 동남아시아 경제가 대위기를 맞았다.
2008년 상하이 세계금융센터가 중국 최고층 빌딩으로 등극하지만 비슷한 시기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서 ‘로렌스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심상찮은 중국 경제
유럽 경제 위기가 사그라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 회복 속도도 더디다.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중국 경제는 국제 경기에 민감하다. 이미 덩치가 커져 버린 중국 경제를 수출로 꾸려 나가기 힘들다는 뜻이다. 2008년 중공 당국은 4조 위안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투자로 경제를 이끄는 중국식 경제 모델의 결말은 인플레이션과 과잉 생산, 부동산 버블이었다.
올해 초 중공 당국은 경제성장률을 7.5%로 낮춰 잡았지만, 벌써부터 일부 학자들은 성장률이 더욱 낮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경제 침체는 에너지 소비량에서 알 수 있다. 친황다오 석탄망은 6월 석탄 재고량이 꾸준히 940만t 이상을 유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석탄 재고량 941만 5000t을 가볍게 넘어섰다고 밝혔다. 톈진항 등 주요 항구에는 창고에 석탄이 넘쳐나고 있다.
경제학자 란시안핑(郞鹹平)은 지난 5월 19일 원난시에서 강연하면서, 중국 제조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과잉생산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별 과잉생산량을 공개했다. 철강은 21%, 자동차 12%, 시멘트 28%, 전해로 35%, 비철금속 60%, 농약 60%, 유리 93%에 달했다. 그는 중국 제조업이 2015년 철저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경제학자 치옌천(綦彥臣)은 당국이 안정된 경제 성장을 위해 경제 개혁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치 개혁이 배제된 경제 개혁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 위기가 1년 6개월 안에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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