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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트럼프를 ‘친구’라 부른 시진핑 에둘러 비난...내부 분열 반영
시진핑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을 '허물없는 친구'라고 불렀고, 또 이례적으로 트럼프를 '친구'라고 불러 눈길을 끌었다.(OLGA MALTSEVA/AFP/Getty Images)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이 미중 무역 문제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친구’라고 부르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중국 관영 언론은 이 같은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 내부에 심각한 분열과 혼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은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 경제 포럼 연설에서 푸틴을 '허물없는 친구'라고 불렀고, 또 트럼프를 ‘친구’라고 불러 눈길을 끌었다.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언론의 논조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국제적 공식 석상에서 트럼프를 친구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위성통신 중문망에 따르면 시진핑이 미중 무역전쟁을 언급하며 “미중 간에는 강력한 무역과 투자의 연계가 있다”며 “지금 무역 마찰을 빚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이 완전히 결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은 내가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내 친구인 트럼프 대통령도 원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언론은 이 같은 시진핑의 언사에 대해 일체 보도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진핑의 연설 당일 신화통신은 “‘투항론(投降論)’을 거리를 지나는 쥐로 만들자”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시진핑의 발언을 에둘러 비난했다.

기사는 문화대혁명식의 말투로 미국 정부를 비난하며 “대다수 중국인의 입장과 결심이 매우 확고하지만, 소수는 중국이 열세라고 떠벌리고 다니며 여러 사람에게 타협을 호소해 여론을 어지럽히고 민심을 분산시킨다”고 했다. 이처럼 중국 내의 '미국을 숭배하고 아첨하고 두려워하는 자’들을 비난하면서 “투항론자들을 거리의 쥐처럼 때려잡자”고 국민의 분노를 부추겼다.

시사평론가 저오샤오후이는 이런 중국 관영언론의 태도에 대해 “트럼프를 친구로 부르는 시진핑에게 미국에 호의를 보이지 말고, 미국과 다시 협상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인가? ”라고 꼬집었다.

시진핑의 ‘친구’ 호칭은 공산당 내부 분열 가능성 반영

중문 대기원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이 국제무대에서 트럼프를 '친구'라고 부른 것과 관련해 몇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트럼프의 확고한 의지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중국 측에 더욱 불리하다. 트럼프가 말했듯이, 중국은 이미 총알이 거의 바닥난 상태이고 미국 측은 아직 많은 카드가 남아있다. 게다가 트럼프는 거듭 기회를 주면서 중국이 무역 불균형을 시정해 주기를 바라는데 중국 당국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의 행보는 미국과의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트럼프와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추정될 수도 있다.

둘째, 시 주석이 푸틴을 '허물없는 친구'라고 부르지만, 러시아가 진정한 친구는 아니라는 것을 중국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러시아 언론에 올해는 중러 우호 70주년이고,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임을 강조하면서 “푸틴은 나의 최고 허물없는 친구”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사 논설가인 니크리스키가 “이는 푸틴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이는 중국이 러시아를 끌어들여 공동으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될 뿐 사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쟁 상대이다. 러시아의 저명한 정치학자 소로위도 “베이징은 모스크바의 동반자일 뿐 절대 동맹이 아니다”라고 했다. 쌍방이 서로 이용하며 서로 필요로 할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7일 국제 경제 포럼에서 한 기자가 미중 무역전에서 러시아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고 질문하자 푸틴은 중국 속담을 인용해 “산 위에 앉아 있는 원숭이가 산 아래에서 미국과 중국 두 호랑이가 서로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고 비유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가 미중 전쟁에 끼어들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셋째,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혼란과 분열이 빚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특수하고 기형적인 언어‧선전 시스템에서는 흔히 상투적인 표현이나 당 문화의 언어 표준에 따른다. 이번처럼 개인적인 표현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일단 이런 표현이 등장하면 중국 고위층에 위기나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시사평론가 샤샤오창은 시진핑이 국제적, 공식적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 언론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을 “중국과 합의에 도달할 것이 확실하다”는 트럼프의 말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했다. 또한 이를 두고 공산당 내부에서 자신을 함정에 빠뜨릴 음모를 감지한 시진핑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자리에서 본심을 전한 것으로 분석하며 “진정한 친구는 푸틴이 아니라 기회를 거듭 주는 트럼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역전쟁과 중국 공산당 내부의 극심한 혼란이 겹친 와중에 시진핑이 취할 노선이 마땅치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앙선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와

미중 무역 분쟁 이래 중국 공산당 고위층에서 두 가지의 대립되는 견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하나는 중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중대한 양보를 할지라도 미국과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결코 국유기업 보조금, 인터넷 개방 등과 같은 정권의 사활이 걸린 마지노선에서 양보해서는 안 되며 쇄국으로 갈지라도 미국과 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년여동안 무역전쟁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정책과 홍보는 기복이 심했다. 처음부터 반미를 외치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 온 중국이 미국에 호의를 보이며 협상을 요구했다가 합의를 앞두고 합의안을 전격 철회하며 반미를 다시 고취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이는 중국 공산당 고위층 파벌 간 대립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지난 5월 초 중국 무역 협상팀이 내놓은 협상안을 최고위층이 거부한 배경을 두고 파벌 내 균열이 계속 확산하고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저오샤오후이는 중문 대기원에 “미국의 조치로 중국 당국은 이미 반격할 힘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화웨이는 금지됐으며 더 많은 중국 회사가 규제 리스트에 포함될 것이며 인권 박해에 참여한 중국 공산당 관리들의 비자는 엄격하게 심사될 것이다. 또 미국 상장 중국 회사의 사기 여부 등도 검토 중이며 외자 철수도 가속화되고 있다. 거기다 실업률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중국 경제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최근 중국 싱크탱크의 한 연구원이 중앙선전부 선전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비판하는 등 중국 내에서도 관영 언론의 선전과는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9일 미 경제 뉴스 네트워크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을 만난 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미 정론가이자 ‘베이징의 봄’ 명예 주필인 후핑(胡平)은 중문 대기원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의 최후 결말은) 중국 공산당 내에서 경제가 더욱 자유화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윤슬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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