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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미중 갈등 전담반’ 신설…‘전략적 모호성’ 벗어나야 화웨이 사태 극복
외교부가 ‘미중 갈등 전담반’을 신설한다.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야 하며, 우리 정부가 한미 동맹을 기초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정도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뉴시스)

미중 갈등이 무역을 넘어 관세, 환율, 천연자원, 안보 등 제반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양국 사이에 낀 한국은 IT기업 등에 미치는 위협이 가시화되자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외교부에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미중 관계 전담 조직 신설을 지시했다.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야 하며, 우리 정부가 한미 동맹을 기초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정도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11일 “미중 관계와 관련한 업무를 위해 외교전략기획관(국장급) 산하에 과장급 조직인 전략조정지원반을 만드는 중”이라며, 빠르면 이번 주중에 관련 업무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조정지원반은 화웨이 딜레마 대응 전략을 집중 모색하는 등 미중 갈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전담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5일 주한 미국대사관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5G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지금 내리는 (5G 보안 관련) 결정이 앞으로 수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화웨이와의 협력 중단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간부 또한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에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바라는 대로 거기(미·중 무역전쟁)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 옳고 그름은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노골적인 압박을 가했었다. 또한 지난 4~5일 있었던 글로벌 테크 기업과의 손환 면담에서도 세계 IT업계 최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컴퓨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 등을 불러 ‘미국의 대중 제재에 협조한다면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직설적인 압박을 표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미중 가운데서 한쪽을 선택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처해 왔다. 이른바 '로키(Low Key)' 외교 기조를 유지하며 소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해 왔다. 그러나, 이번 미중 무역 전쟁으로 큰 피해에 직면한 한국은 자국의 살길을 강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한미 동맹을 기초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정도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의 스탠스(입장)를 정하고 상의하는 것은 동맹인 미국과만 해야 한다”며 미국과 사전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신 센터장은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정도의 입장을 정하고 중국의 이익을 배려한 의사결정은 하되 중국에 기울어 상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과거 사드 때와 같이 중국에 미리 양해를 구하면 한국을 설득이나 압박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논조다. “중국이 한국의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고 신 센터장은 강조했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양측이 명확한 태도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만 유지하면 문제를 회피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고 실속도 없다"며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남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달리 국가가 모든 걸 통제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펴 기업들의 경제활동 공간을 확보해주고 이러한 논리를 중국에 강력히 어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존중해 자유시장 경쟁체제의 틀을 지키는 것이 국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일이며, 화웨이 기업과 관련된 미국의 안보 우려에 대한 확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도 가이드로 제시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편에 설까봐 중국이 압박하고 있는데, 한국이 자유시장 경쟁체제 원칙을 지키고 민간 기업에 결정을 맡기겠다고 하면 중국의 우려가 크지 않고 국가 간 갈등으로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유시장 경쟁체제 가치를 원칙으로 삼고, 미국이 군사 안보 우려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면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미중 사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2007년부터 국내에 진출한 화웨이는 한국 이동통신사에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공급하고 있다. 화웨이의 한국 시장 연간 매출량은 2000억~3000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국내에서 12조 원 이상의 부품 등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 간 교역 규모가 이렇듯 큰 상황에서 미국의 화웨이 제품 불매 압박은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이미 세계 많은 국가는 화웨이 제품 사용으로 국제 스파이 활동, 개인 금융 정보 탈취, 사용자 일거수일투족의 감시 가능성이 폭로되면서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구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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