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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는 없어도...미중 무역 협상이 세계를 변화시켰다
지난주 미국 무역전쟁 상황이 급변하고 최근 고위급 무역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으며, 미국의 새로운 관세 부과도 이미 시작된 터라 미중 관계가 어디로 갈지 주목된다.(Saul Loeb/AFP/Getty Images)

미중 무역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는 듯 했으나 중국이 이전 협상에서 합의한 약속을 전격 철회하면서 상황이 격화돼 무역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난 상태이다. 지난주 류허 중국 부총리는 미국까지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갔고, 미국 측은 관세 인상으로 반격했으며 중국도 이에 맞서 관세를 올리기로 했다.

앞으로 미중 관계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지만, 미국 전문가와 학자들은 미중 무역 협상으로 인해 미중 관계뿐 아니라 나아가 세계도 바뀌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은 최근 '미중 무역 협상이 세계를 변화시켰다'는 맥트 피터슨의 글을 발표했다. 이 기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협상부(USTR) 대표의 협상 스타일과 이념을 소개하며, 무역 협상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채 끝날지도 모르지만, 이로 인해 미중 관계는 이미 바뀌었으며, 중국 공산당의 본질을 더 잘 알게 됐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했다.

기사에 따르면 (공산당 치하의) 중국의 경제 굴기가 트로이 목마와 같다고 오랫동안 믿어온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 당국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았으며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해왔다. 그는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에서 “합의를 이룬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키려는 계획에 반대했었다. 그는 1999년에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은 경제 정책을 국방, 외교 또는 인권 정책과 같이 간주하며, 그것은 국가권력의 확대와 민중 통제를 유지하는 일종의 수단”이라고 글을 쓴 바 있다.

중문 대기원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WTO가입 후 보조금과 덤핑을 통해 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하는 등 WTO 규범을 무시하고, WTO를 경제적 확장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사용했다. 심지어 다른 나라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훔치고 기술 이전을 강요하며 불공평한 보조금을 채취하는 등의 수단으로 다른 나라의 경제를 약탈하고 외국 기업을 극도로 불공평한 경쟁 환경에 처하게 했다.

지난 몇 달 동안 그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중국과 무역협상을 계속하고 있는 반면, 라이트하이저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운 지적을 해왔다.( SAUL LOEB / AFP)

협상 줄다리기의 관건은 중국의 구조적 개혁

그렇다면 중국은 왜 합의를 코앞에 두고 이미 정해졌던 합의안 철회를 요구했을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베이징 고위층의 체면 문제이며, 잘 처리하지 못하면 정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를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중 협상은 1년 가까이 진행됐고, 미국이 중국 측에 구조개혁을 촉구하는 것은 서방 언론의 뉴스에서는 거의 매일 빠지지 않는 화제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공개성명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과의 협상에는 몇 가지 주요 목표가 있다. 우선 중국이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첨단기술 기업의 제조와 조립에 관한 글로벌 공급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이 미국의 전문기술을 훔치는 행위를 근절하고 현지 사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을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피터슨은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대부분의 일을 중국 당국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 정부의 골칫거리로 꼽았다. 관세가 중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국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피터슨은 “현재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을 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여전히 무역전쟁의 결과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중국 당국이 양보하면 중국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고 중국 공산당의 권력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어떤 양보도 거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는 공산당의 본질을 더 잘 알게 됐다

앨런 토넬슨(Alan Tonelson) 경제정책 전문가는 “수십 년의 경험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줬다. 적어도 현재의 공산당 정권 아래서는 상호이득적 경제 관계가 (아마)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TEPHEN SHAVER/AFP/Getty Images)

피터슨은 무역 협상이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여론의 방향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자유아시아방송 칼럼니스트 후샤오장(胡少江)은 지난 10일 기고문을 통해 “미중 무역 협상의 최근 우여곡절은 전 세계에 중국 공산당을 읽는 법을 가르쳤다”고 분석했다.

중국 측은 최종 협상 전에 미국 측에 비밀 전보를 보내 법을 개정하기로 약속한 것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주 류허 부총리는 미국에 가서 협상하다가 빈손으로 돌아갔다. 회담이 끝난 뒤 그는 중국 관영 언론에 "협상 과정에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흔하고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 협상에서 이런 번복 요구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서 상대방에게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용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협상을 중단시킬 위험도 있다. 베이징의 이런 행보는 중국 정부가  ‘신용’을 어느 정도로 경시하는가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후의 해명은 협상 파국의 책임을 떠넘기는 속내를 더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거기다 중국 측 주 협상 책임자인 류허 부총리는 “지적재산권 절취와 기술 이전 강요 행위 중지는 베이징이 받아들일 수 없는 '원칙의 문제'”라고 말해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21세기 중국 센터장 수전 셔크는 피터슨에게 “중국 정권에 대한 중국 연구가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앨런 토넬슨 경제정책 전문가는 “수십 년의 경험은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줬다. 적어도 현재의 공산당 정권 아래서는 상호이득적 경제 관계가 (아마)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번영을 위한 연합(CPA)’ 마이클 스투모 대표는 “중국 공산당은 경제적 약탈자”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무역정책을 지지하며 중국과의 합의가 없을지언정 중국과의 나쁜 합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이미 협상에서 얻은 것이 있다. 여론 기조의 변화가 곧 승리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중국의 피해가 더 크다

전문가들은 미중 상호 관세 부과는 중국에 대한 타격이 훨씬 크다고 분석한다. 중국의 GDP 성장은 2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의 그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2018년에 미국은 1200억 달러의 화물을 중국에 수출했고, 중국의 대미 수출 총액은 5400억 달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윗에서 “미중 협상이 95% 타결된 시점에서 중국은 약속을 철회하겠다고 번복했다”면서 “미중 무역전에서 중국 측의 손실은 더 크다. 중국 본토에서 외자가 빠져나가지 않게 하려면 베이징은 미국과의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국에서는 제조업, 하이테크 등의 분야에서 감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고 외자가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중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대부분은 중국의 생산 업체가 부담하게 돼 운영 유지가 어려워지면 앞으로 더 많은 외국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슬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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