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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때의 기이한 사건 ‘원숭이 재판’
사진=왕자이/에포크타임스

명나라 때 건녕부(建寧府‧지금의 푸젠성 북부지역)의 지부(知府‧지방장관) 곽자장(郭子章)은 부임 이후 줄곧 청렴하고 노련한 일처리로 승진이 빨랐다. 곽자장이 새로운 부임지로 가는길에 수서로(水西路)를 지나게 됐다. 길 앞에 다리가 있었지만 주변에는 온통 험준한 산과 짙은 녹음이 가득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했다. 곽자장은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순탄한 벼슬길을 떠올렸다.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져 가마를 잠시 멈추게 하고는 자신이 직접 내려서 걸으며 주변 경치를 자세히 감상했다.

영리한 원숭이

곽자장이 그렇게 경치를 감상하는데 갑자기 원숭이 한 마리가 산 위에서 급하게 뛰어 내려와 곽자장과 수행원들에게로 달려왔다. 그러더니 하나하나 자세히 살피면서 계속 울부짖었다. 수행원들이 혹여 원숭이가 곽자장을 해칠까 봐 겁을 줘 내쫓으려 했다. 그러나 그 원숭이는 여전히 사방을 주시하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는데 울음소리가 매우 처량하게 들렸다. 곽자장은 본래 세심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인지라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산속에서 오래 산 야생 원숭이가 아니라 사람에게 길들여진 원숭이가 지금 뜻밖의 곤경에 처해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원숭이를 쫓아내지 못하게 하고 자세히 행동을 관찰해 보았다.

원숭이는 한 사람씩 살펴본 후 몸을 돌려 산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보는 것이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는 듯했다. 곽자장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수행원 중에서 머리가 좋고 일 처리가 뛰어난 자를 시켜 원숭이를 따라가보게 했다. 원숭이는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자 나는 듯이 산 위로 올라갔다.

잠시 후, 산으로 올라갔던 수행원이 원숭이를 안고 총총히 뛰어 내려와 곽자장에게 보고했다. “나리, 이 원숭이가 소인을 산 위쪽 숲이 우거진 곳으로 데려가더니 계속 슬피 울었습니다. 소인이 찬찬히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숲속에 한 남자가 있었는데 죽은 지 여러 날 돼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자세히 검사해보니 그 남자의 몸에는 돈은 전혀 없었고 원숭이를 부리는 도구만 있었습니다.”

곽자장이 다 들은 후 낮은 목소리로 “보아하니 흉악한 살인사건인 것 같구나. 이 원숭이는 분명 망자가 생전에 키웠을 것이다. 그래서 주인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이 살해당할 때 십중팔구 현장에 있었을 것이니 분명 살인범을 기억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고는 수행원들에게 원숭이를 관아로 데려가 잘 돌보라고 명했다.

재판을 열어 원숭이를 심문하다

그날 저녁 곽자장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자신이 새로 부임한 후 처음 만난 살인사건인데 과연 명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치적은 물론 백성들의 입소문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결코 섣불리 처리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유일한 실마리는 원숭이뿐인데, 그걸로 어떻게 범인을 잡는단 말인가? 그렇다고 매일 원숭이를 데리고 저잣거리로 나가 살인범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후 그에게 절묘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원숭이를 심판하는 재판을 여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많은 사람이 호기심 때문에 모여들 것이고, 그러면 원숭이가 그들 중에서 범인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새벽, 곽자장은 관원을 불러 방방곡곡에 다니며 원숭이가 창고의 은을 훔친 사건을 3일 연속으로 재판한다는 방을 붙이게 했다. 백성들이 이 소식을 듣고는 모두들 곤혹스러워했다. ‘새로 부임한 지부대인이 대체 무슨 꿍꿍이 속으로 저러는가? 사람도 아닌 원숭이를 어떻게 재판한단 말인가?’ 이 일은 정말이지 기이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재판 당일이 되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새벽부터 앞 다퉈 관아로 몰려왔다. 사람들이 가보니 지부대인이 한쪽에 가만히 앉아있고 가운데 의자가 하나 놓여있었다. 의자 위에는 원숭이가 한 마리 있었는데 반짝이는 눈으로 사방을 보고 있었다. 그때 곽자장이 심문을 시작했다. “이 교활하고 욕심 많은 원숭이야, 빨리 말하거라. 창고의 은을 네가 훔쳤지?” 물론 원숭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연방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구경꾼들 사이에서 한바탕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범인을 찾아낸 원숭이

곽자장이 다시 물었다. “네가 만약 빨리 가져오지 않으면 본관이 큰 벌을 내릴 것이다!” 원숭이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인파 속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그때 구경하는 사람들이 수근거렸다. 가마꾼 차림의 한 남자가 “지부 나리가 미친 게 틀림없어. 원숭이를 재판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구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원숭이가 의자등받이 위로 높이 뛰어오르더니 사람들을 넘어 그 가마꾼에게 달려들었다. 가마꾼은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급히 두 손을 들어 막아내다 급기야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이때 곽자장은 이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곧장 명령을 내려 가마꾼을 포박해 대청 앞으로 데려오게 했다. 그러고는 엄중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대담하고 간악한 백성아, 본관이 어째서 너를 잡았는지 아느냐?” 가마꾼은 급히 무릎을 꿇고 빌었다. “감히 나리를 욕하다니, 소인이 무지해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엎드려 청하건대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하지만 곽자장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함부로 하는 죄는 작지만 사람의 목숨을 해친 죄는 크다. 어서 실토하라. 전에 교산의 남자 시체는 네가 죽인 후 버린 게 아니냐?” 가마꾼은 원래 자신의 말이 불손해서 지부가 화를 냈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여기까지 오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갑자기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을 알자 당황해서 손발을 벌벌 떨었다. 막 발뺌을 하려고 하는데 지부의 말이 들려왔다. “이 원숭이는 바로 망자가 생전에 훈련해 사람의 성품에 꽤나 정통하다. 원숭이가 이미 너를 범인으로 인정했는데 여전히 교활한 변명을 하려 한다면 결코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다!”

옆에 있던 원숭이 역시 가마꾼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분노의 울부짖음을 그치지 않았다!

가마꾼은 더는 숨길 수 없음을 알고는 사건의 경위를 순순히 자백했다. 원래 망자는 건녕부의 걸인이고 이름은 진야(陳野)였다. 평소 거리 곳곳을 다니며 원숭이 묘기를 보이며 살아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자 돈도 제법 모았다. 어느 날 진야사가 수서 서원점(徐元店)에서 은의 무게를 다는데 공교롭게도 길을 가던 가마꾼 도기(涂起)가 보게 됐다. 순간적으로 돈에 눈이 먼 도기가 재산을 빼앗을 마음을 품었다. 도기는 남몰래 진야를 따르다 교산 아래서 기습해 때려죽이고는 시신을 산속 나무 숲속에 버리고 은만 가지고 도망쳤다. 그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 완전범죄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원숭이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마침내 곽자장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도기는 사형에 처하되 조정에 보고해 허락을 얻은 후 집행하기로 했다.

이에 건녕부 백성들이 비로소 지부가 원숭이를 재판한 진상을 알게 됐고, 그로 인해 곽자장에 대한 존경과 탄복이 끊이지 않았다.

글/ 천비첸(陳必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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