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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개척자’ 故 윤한덕...이국종, ‘그의 삶’을 기리며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故 윤 센터장은 설 명절 연휴인 지난 4일 병원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뉴시스)

설 전날인 4일, 본인 집무실에서 ‘응급의료체계 개선안’ 서류를 손에 쥔 채 51세로 생을 마감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장례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추도사에서 "사지로 뛰어들어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선생님께 항상 경외감을 느꼈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고인을 유럽 신화 속의 하늘을 형벌처럼 떠받치는 ‘아틀라스’로 비유하며, 앞으로 도입될 닥터헬기에 윤 센터장의 이름을 새겨넣겠다고 약속했다.

이국종(50) 센터장은 ‘윤한덕 선생님은 제가 감히 제 짧은 글로써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람’이라며 기고의 요청을 거절해오다 8일 한겨레에 기고문을 전했다고 한다.

평생을 응급 외상 환자의 치료에 헌신한 고인의 삶을 이국종 센터장의 기고문에서 그대로 볼 수 있어 전문중에서 발췌해 본다.

“그는 의사이기 이전에 ‘의학자’로서 객관적인 진리를 추구했다”  “한국 응급의료의 블랙홀이나 마찬가지인 중증외상환자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나섰다”

“그는 응급의학 수련 기간 중 외과계 중환자들이 응급실에서 죽어 나가는 모습을 너무 많이, 지겹게 봐왔다고 했다. 응급환자가 병원 문턱을 넘어온 이후에도 적절히 치료받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20여 년이 훨씬 지난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이놈의 말도 안 되는 응급실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에 난항을 보인다는 사실에 그는 괴로워했다”

“해마다 배출되는 3000여 명이 훨씬 넘는 의사 중 극소수만이 응급의료 계통에 뛰어든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된 이후 그가 통상적인 임상 의사의 길을 갔다면, 일주일에 한 번밖에 집에 못 가는 생활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보건복지부의 산하기관인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자신을 묻으며 관계(官界)에서의 출세에는 무심한 채 응급의료 업무만을 보고 살았다. 그는 그저 같은 일을 계속해왔다. 그것은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았다”

“그는 응급의료 현장에서 올라오는 다양한 목소리들의 경중과 화급을 잘 구별하여, 보건복지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해왔다. 과정에서 의료계와 정부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수많은 갈등구조 속에서도 평정심을 잘 유지해 나간 행정가였다”

“위기 때마다 자신의 목을 걸어놓고 배수의 진까지 치고 달려드는 그 특유의 해결방식 덕에 한국의 응급의료 전반은 손톱 끝만큼씩이라도 개선되어 나갈 수 있었다”

“그는 그의 인생 전부를 걸고 중증 외상치료체계를 포함한 응급의료체계 선진화를 위해서만 살았다” “그 이외에 그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비행체에 대한 열정이 내가 실제로 타고 비행하는 응급의료용 헬리콥터에까지 스며들어 기존의 소극적 비행 관행을 깨도록 유도해 주었다”

“현재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 어느 곳에도 윤한덕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부분은 없다”

“그는 죽을힘을 다해서 응급의료의 구석구석까지 들여다보며 그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했지만, 그의 눈높이에 맞게 돌아가는 것은 거의 없었다. 나이를 먹어가며 그는 초조해졌다” “윤한덕의 시선이 허공에 머물고 있음을 봤던 최근에 나는 마음이 무너져 버리는 듯했다”

“윤한덕이 세상을 떠나자 많은 사람이 다투어 그의 공을 치하하고 개선책을 결의에 찬 모습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보고 들으며 난 기가 막혔다. 지금 앞다투어 발표하는 그 결연한 계획들의 10분의 1이라도 몇 달 전에 집행해 주었으면 윤한덕은 살아 있을 것이다”

한편, 윤 센터장의 장남 윤형찬 군은 유가족 대표로 아버지의 마지막 길에 추모사를 올렸다.

"전 아버지와 가장 닮은 사람이기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알고 있고 이해한다"

"응급 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평생의 꿈이 아버지로 인해 좀 더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

은구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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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덕#이국종#응급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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