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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도대체 언제 정계로 진출하느냐고?"
출처=뉴시스

영화배우 정준호(50)는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악수부터 청했다. JTBC 종영극 ‘SKY캐슬’ 덕분에 “악수 할 일이 많아졌다”며 행복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결말은 어떻게 되냐’ ‘딸 ‘예서’(김혜윤)와 ‘혜나’(김보라)가 바뀐 거 아니냐?’ 등 수십 통의 전화를 받곤 했다. 1995년 MBC 탤런트로 데뷔후 연기자 생활 25년차를 맞았지만, “이런 인기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 

“정치할 것 같은 연예인 1위로 항상 꼽히지 않느냐? 이번에 ‘제발 정치 관심 갖지 말고 연기에 집중해라’ ‘연기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 등의 댓글을 보면서 ‘배우는 좋은 연기 보여주고 평가 받는 게 가장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오지랖이 넓고, 친근한 아저씨 같은 성격이라서 어딜 가든 리더를 많이 한다. 주변에서 ‘너처럼 사람들 잘 챙기고 성격 좋은 사람이 정치해야 된다’고 해 가끔 흔들린다. ‘사나이가 정치 한 번 해봐야지’ ‘트럼프도 하는데 못할게 뭐있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한다. 다른 모임에 가서 ‘정치 절대 하면 안 돼’ ‘이용당하는 거야’ 등의 얘기를 들으면 또 ‘연기에 충실해야지’ 싶다가도 계속 흔들린다.(웃음)”

아직도 정준호는 정치와 연기 사이에서 흔들리는 듯 했다. 다만 ‘SKY캐슬’을 통해 ‘팬들이 연기자 정준호의 모습을 더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됐다. 정치, 사업이 아닌 “연기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SKY캐슬’은 대한민국 상류층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 교육에 목숨을 거는 과정을 그렸다. 첫 회 시청률은 1.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저조했지만, 마지막 20회는 23.8%로 대성공을 거뒀다. “우리 사교육의 아픈 현실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것 같다”며 “처음에 염정아씨가 ‘시청률 너무 안 나온 것 아니냐’며 실망했다. 다들 3~5%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했는데, 배우들끼리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 ‘잘한다 잘한다’고 하면 더 잘하지 않느냐. 이렇게 대사 NG가 없는 촬영장은 처음이다. 다들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처음 극본을 봤을 때는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망설였다. 하지만 출연 결정을 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염정아, 조현탁 PD와 좋은 추억이 많기 때문”이다. MBC TV ‘안녕 내 사랑’(1999)에서 조연출로 인연을 맺은 조 PD와 20년 만에 다시 만났다. 염정아와도 JTBC ‘네 이웃의 아내’(2013) 이후 두 번째 부부 호흡이다. 

물론 서운한 면도 없지 않았다. “드라마 하면서 제작발표회에 안 간 건 처음”이라며 “여배우들만 제작발표회에 나간다고 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냐’고 했다. 포스터도 같이 찍었는데, 여배우들 사진만 나오더라. 주위에서 ‘드라마 한다면서 포스터에도 없더라’ ‘단역 하냐?’고 해 순간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내가 포스터에 못나올 정도의 배역인가 싶고 ‘상의도 없이 이럴 수 있나’라는 생각에 서운했다”면서도 “‘드라마 핵심을 정확하게 짚고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여배우 5명의 포스터를 봤을 때 이 드라마를 어떻게 끌고 갈지 선전포고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준호의 안방극장 복귀는 MBC TV ‘옥중화’ 이후 3년 여 만이다. ‘한서진’(염정아)의 남편이자 주남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 ‘강준상’ 역을 맡아 열연했다. 학력고사 1등부터 정형외과 교수까지 부모의 지원 아래 엘리트 삶만 산 천상천하 유아독존 캐릭터다. 이면에는 마마보이에 사회 부적응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오랜만의 컴백에 내외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다. 6~7kg 정도 몸무게를 감량했고, 안경에 수염으로 날카롭고 까칠한 느낌을 강조했다. 염정아(47)의 남편인 정형외과 전문의 허일(48)씨와 닮은꼴 외모로 시선을 끌었다. 

정작 여자 스태프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면서 “감독님도 반신반의 했지만, 첫 신 촬영 후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태어나서 처음 수염을 길렀는데, 중후한 느낌이 나고 캐릭터 성격도 잘 묻어 나온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사우나 한증막에서도 종이에 대사를 적어 외웠다”며 “대본이 너덜너덜해졌다. 학창시절에 이렇게 공부했으면 판검사가 됐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준상은 가족을 생각하기 보다 자신의 명예만 쫓았다. 숨겨진 딸 혜나의 등장으로 나이 오십이 다 돼서야 잘못 살았음을 깨달았다. 결국 혜나가 죽은 후 어머니 ‘윤여사’(정애리) 앞에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눈물 연기가 살짝 어색해보였지만, 일부러 어른스럽게 표현하지 않고 “어린 애 투정 부리듯이 연기했다”고 짚었다. 

“강준상은 어느 날 갑자기 딸이 나타나 승승장구하는 자기 인생에 먹구름이 끼었다고 생각했을 거다. ‘내가 쌓아온 인생을 망가트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혜나가 죽은 후 후회하지만 고작 할 수 있는 건 엄마를 쫓아가서 ‘내 인생 어떡할거냐’고 울부짖는 거 밖에 없었다.”

이후 강준상은 윤여사와 한서진 앞에서 병원에 사표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어머니에게 ‘병원장 아니라도 엄마 아들 맞잖아요’라며 ‘나 그냥 엄마 아들이면 안 돼요?’라며 울부짖는 신은 많은 공감을 샀다. 

“좋은 대학 혹은 좋은 직장에 다니든 못 다니든 내 아들, 딸 아니냐. 부모님들은 내가 못한 걸 자식에게 강요하는 게 아닐까 싶더라. 자식 성공하는 게 제일 인정받는 거라고 하지만, 그런 중압감은 자식들이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 같다. 그 한 신에서 시청자들이 느낀 게 많지 않았을까. 대사를 보고 나도 한참 동안 멍했다.”

정준호 역시 자식이자 부모의 입장을 모두 이해했다. ‘SKY캐슬’을 통해 사교육의 민낯을 알게 됐지만, “마냥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면 부모로서 사교육을 간과할 수 없지 않느냐”며 “아이들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선한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준호는 올해 겹경사를 맞았다. 부인인 TV조선 앵커 이하정(40)씨는 둘째를 임신 중이다. 2014년 아들 시욱을 얻은 후 5년 여 만이다. “황금 돼지해에 복이 넝쿨째 들어왔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SKY캐슬’ 촬영 당시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의 감정선이 복잡해져 “아내와 방을 따로 썼다”며 “드라마가 인기를 끄니까 자꾸 다음 회를 물어보더라. 아내와 장모님이 연기에 집중하도록 많이 도와줘 고맙다”고 전했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서 부부의 일상도 공개하고 있다. “잘 살고 있는데 ‘쇼윈도 부부’라는 악플을 보고 아내가 충격을 많이 받았다”면서 “아내가 처음으로 ‘하고 싶다’고 부탁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평상시 잘 못하지만 방송에서라도 같이 음식을 해먹고 대화하니 부부관계가 더 좋아졌다”며 행복해했다.

정준호는 1시간40분 동안 인터뷰를 했지만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촬영 분량의 아쉬움을 인터뷰로 달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래도 많이 줄인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사실 나는 장손으로 시골에서 농사 짓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살았다. 부모님이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다들 ‘성공해야 된다’고 해 오버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강남 대치동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붙여 공부했으면 소위 ‘명문대 가서 의사, 판검사를 하지 않았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난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었다. ‘1등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고민했고, 내가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아서 극복하자’고 마음 먹었다. 경조사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고, 내가 만난 분들은 수첩에 적어 놓고 주기적으로 인사했다. 잘 됐다고 무명일 때 밥, 술 사준 형들을 모른 척 하기 미안하지 않느냐. 예전엔 우선 순위를 못 정하고 의리만 생각하는 철부지였지만, 지금은 가정이 먼저다. 가정에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연기자로서 본분을 잃지 않고 싶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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