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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풍경(風磬) 소리
사진=송재권


         풍경(風磬) 소리
  

    오방색 추녀 끝에서 어우러지는
    바람과 범종(梵鐘)의 앙상블 

    눈감으면, 눈뜨면 보일 듯한 바람의 소리
    눈뜨면, 눈감으면 잡힐 듯한 법향(法香)의 소리

    저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은
    3할은 바람이고
    7할은 바람을 싸안는 불심(佛心)일 터

    악보는 따로 없다
    여운은 길고

 

새해를 맞아 산사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뭔가를 채우려고 가는 사람도 있고, 뭔가를 비우려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별다른 목적 없이 절집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가기도 합니다. 그럴 때, 약간의 운만 따르면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단청이 아름다운 절집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으로 눈길이 가게 되지요.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에 매료될까요? 범종을 닮은 방울종의 앙증맞음? 금빛 물고기의 간들거림? 

나에게 강렬하게 와 닿은 이미지는 힘을 완전히 뺀 채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유연함입니다. 바로 그 부드러움이 바람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받아들여 소리로 승화시킵니다. ‘비움’이 곧 ‘진정한 채움’임을 몸으로 보여주는 듯해서 쉬 눈길을 뗄 수 없습니다.

중국 전통심신수련서 《전법륜(轉法輪)》에 ‘자연스럽게 되어감에 따르라’는 말이 나옵니다. 무슨 일을 하든 집착을 갖고 유위적(有爲的)으로 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이 경책의 의미를 풍경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작은 바람(希望) 하나를 바람(風)에 실어 봅니다. 한낱 쇠방울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비우러 온 자에게는 가쁜 박동으로 정진을 일깨우고, 채우러 온 자에게는 느린 파동으로 집착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했으면 합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 생각 또한 집착이 아닐는지요.

홍성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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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전법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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