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종합 문화
[포토에세이] 눈 속의 국화
사진=송재권

 
    눈 속의 국화


    눈이 왔으니 망정이지
    안 보이던 생명이
    눈에 쏘~옥 들어옵니다

    노란 꽃잎을 피운 것도
    순백으로 여백을 만든 것도
    때가 되어서만은 아니겠지요

    아무것도 아닐 뻔한 내 하루를
    마른 가슴으로라도 싱그러이
    보듬어두라는 몸짓이겠지요

 

일상의 소소한 것에 만족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그 어떤 것에도 만족할 수 없다고 합니다. 어차피 우리의 일생이란 것도 일상의 연속이고 보면, 어느 때 어느 곳에도 일상만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오늘이 어제와 비슷할지라도 분명히 같은 날이 아니듯, 매일매일 접하는 대상도 내 마음에 따라서는 달리 보일 수 있습니다. 바라보는 눈의 각도나 감성의 온도를 달리하면 지금까지 시시콜콜하게 여겨온 ‘아무것도 아닌 것’이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님을 알게 될 테지요.

‘오캄의 면도날(Occam's razor)’이란 게 있습니다. 어떤 사실 또는 현상에 대한 설명들 가운데 논리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론입니다. 어떤 현상의 인과관계를 설정함에 있어 불필요한 가정을 면도날로 잘라내고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랍니다. 이 원리가 통계학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문학적으로는 주관적 감흥과 감동을 송두리째 쳐내는 작용을 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눈이 내리거나 꽃이 피는 상황을 가장 단순 명료하게 설명하는 표현은 ‘때가 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의하는 게 진실에 가깝다며 다른 발상을 모두 잘라버린다면 이것이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 필요도 없고, (안도현이 ‘우리가 눈발이라면’에서 염원한)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기 위해 눈이 내릴 이유도 없게 될 테니까요.

어느덧 1월 중순입니다. 자칫 삭막할 수 있는 세상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일상의 작은 것에서 느끼는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을 추구하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려면 경직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정서적 공감 능력을 키워야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랑을 듬뿍 담은 눈길로 대상과 교감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홍성혁 고문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에세이
여백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