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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명태
사진=송재권


                   명태
  

    맥 풀린 어깨동무가 마지막 경련인 듯
    동공은 진작에 풀려 창공에 떠다니고 
    이윽고 푸른 하늘 너머 창해가 넘실대면
    기억 저편에서 빛바랜 자유가 가물거린다

    수천수만이 떼 지어 물살을 가르며
    목 터지게 부른 노래가 눈보라에 흩어지고 
    거침없이 내달리던 본능이 햇살에 부서지면
    익숙한 시베리아 바람결에 속울음을 부친다

    얼고 녹으면서 부라린 눈이 풀어지고
    녹고 얼면서 희멀건 살이 누레지면
    덕장인지 업장(業場)인지 모를 곳에서
    명태는 선 채로 황태가 된다

   

세밑에 때맞춰 동해 황태 덕장에도 한파가 들이닥쳤습니다. 한겨울에 명태를 덕장에 걸어 놓고 얼고 녹기를 스무 번 이상 반복하면 황태가 된답니다. 그러면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졸깃해져 깊은 맛이 나고 독을 푸는 약성(藥性)도 강해진다는군요. 일종의 환골탈태라도 하는 것일까요.

덕장이란 명칭 때문인지, 얼고 녹는 고통을 수없이 반복하는 명태의 모습에서 업(業)을 없애고 덕(德)을 쌓는 고행이 연상되고, 그래서 그런지 선 채로 수분 없이 누렇게 변한 자태가 입탈입망(立脫入亡: 선 채로 열반에 듦)이라도 한 듯이 달리 보이기도 합니다. 무리한 발상인 게 분명하지만, 아무래도 세밑이라 평범한 일상사도 예사로 보이지 않고 괜스레 감정이입이 되는가 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업을 지었는지, 조금이라도 덕을 쌓기나 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가는 모래가 손가락을 빠져나가듯 새해 벽두에 받아놓은 365일이 다 사라지고, 이제 또 염치없이 새로운 날을 받게 될 시점에 섰습니다. 작년 세모에 한 반성을 지금 다시 하면서 새해 새 다짐을 해봅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덕 많이 쌓으십시오.

홍성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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