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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됨됨이’를 중요시한 고대 전통문화...한나라 개국공신 '장량'
장량(張良).(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위키백과)

고대 전통문화에서는 스승이 제자를 고를 때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됨됨이를 중요시했던 일화가 많은데, <사기(史記)> 55권 ‘유후세가(留侯世家)’에 나오는 중국 한(漢)나라 개국공신 장량(張良)의 이야기가 그중 하나다.

박랑사(博浪沙)에서 진시황제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장량은 쫓기는 신세가 되어 하비로 피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량이 산책하러 나갔다가 하비교에서 거친 삼베옷을 입은 한 노인을 만났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노인은 일부러 신발 한 짝을 다리 밑으로 떨어뜨린 뒤 장량에게 말했다.

“얘야, 내려가서 내 신발을 가져오도록 해라.”

장량이 신발을 주워 오자, 이번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신발을 신겨라.”

노인의 터무니없는 요구에도 장량은 아무 말 없이 무릎을 꿇고 신발을 신겨 주었다.

노인은 빙그레 웃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장량에게 돌아와 ‘유자가교(孺子可敎, 젊은이는 가르칠 만하다)’라며, 닷새 후 아침에 다리 위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말했다.

정확히 닷새 후 장량은 날이 밝자마자 다리 위로 나갔다. 하지만 노인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노인은 화를 내면서 닷새 뒤 더 일찍 나오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닷새 후 장량은 더 이른 새벽에 다리로 나왔다. 그런데 또 노인이 먼저 나와 있는 게 아닌가.

노인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며 장량에게 다시 닷새 후에 좀 더 일찍 나오라고 말하며 떠났다.

이번에 장량은 아예 캄캄한 새벽에 다리 위로 나갔다. 다행히 노인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자 노인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노인은 크게 기뻐하며 장량에게 책 한 권을 주면서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 왕의 스승이 될 수 있다. 아마 10년 뒤 그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13년 뒤에는 제수(濟水) 북쪽에서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인데, 곡성산(穀城山) 아래에 있는 황석(黃石)이 바로 나일 것이다.”

이 노인은 바로 중국 진(秦)나라 말엽의 유명한 병법가 황석공(黃石公)이었다. 그가 준 <태공병법(太公兵法)>이란 책으로 열심히 공부한 장량은 후에 유방의 책사가 되어 한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을 달성했다.

만약 장량이 황석공의 시험에 화를 내고 가버렸다면 큰 공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됨됨이를 중요시한 고대 전통문화를 통해, 과도한 입시 경쟁 등으로 현행 교육체제에서 등한시되는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서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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