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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섬이 ‘낙원’으로 알려진 이유는
  • 필 버틀러(Phil Burtler)
  • 승인 2018.12.03 12:07
아지아 펠라지아 만.(필 버틀러)

에게안 항공으로 그리스 아테네에서 크레타섬의 헤라클리온까지 50분이 걸린다. 기내 잡지 ‘블루’의 겨울호를 전부 훑어보고 앞 좌석 등받이의 액정화면도 조금 보다가 창을 내다보면 창밖으로는 깊고 푸른 에게해가 펼쳐져 있다.

호머는 이렇게 묘사했다. "진한 포도주 빛 바다에서 솟아오른 아틀란티스.”

창밖은 미노타우르의 땅, 푸른 깃발 펄럭이는 해변이 끝없이 펼쳐진 천국, 크레타섬이다. 이 놀라운 섬은 모든 사람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간다. 나에게 크레타섬은 처음에는 산이 많아 감탄스러웠다.

우리는 2014년 비수기에 크레타섬에 처음 왔었다. 겨울에 지친 관광객들이 에게해 쪽으로 몰려오기 직전인 3월 말이었다.

작지만 특별한 배려

니코스 카잔차키스 공항은 크레타섬 바닷가에 있다. 3월은 추운 바람이 북쪽 해안의 파도를 휘저으며 마구 휘몰아치는 계절이다.

비행기에서 계단을 내려가 활주로에서 셔틀을 기다릴 때의 첫 느낌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짭조름한 산들바람이 주는 특별한 신선함, 그것은 내게는 옛 친구가 옆에서 ‘짠!’하고 나타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독일의 내륙 지역 트리에에 10년을 살면서, 나는 그 냄새를 간절히 원했다. 습기에 절어서 지내본 선원들은 잘 알고 있을 그 냄새. 아! 하지만 나이든 선원의 바다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낙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게이트 통과, 수화물 찾기 등 사소한 절차를 거쳤다.

출렁이는 바다를 보면서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행복감에 젖어 다소 어벙하게 서 있다가 픽업하러 온 택시 기사의 벤츠에 올랐다.

"버틀러 씨, 카라타라키스 씨가 당신을 모셔오라고 보냈습니다. 날씨가 안 좋아서 유감입니다." 택시 기사가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아내가 팔을 당기며 속삭였다. "우리가 독일에서 온 것을 알고 있네요?"

크레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은 기적들을 회상하다 보니, 우리 아이가 비행기에서 내린 후 아무런 말이 없었던 것이 기억난다. 그 순간 크레타의 특별한 자력이 그를 매혹시킨 것이 틀림없다. 3월 중순, 섭씨 17도, 초속 10~15노트로 부는 바람, 크레타 최악의 기상 상황에서 택시 기사가 늘 구름에 덮인 침침한 나라에서 온 우리가 날씨 때문에 실망할까 봐 걱정해주는 것이 놀라웠다.

크레타 헤라클리온 보행자 구역에서 크레타의 유명한 모로시니 사자 분수 앞 벤치에 앉아있는 두 소녀.(필 버틀러)

기적이 숨어있는 곳

어쩌면 모든 사람이 바다에 매혹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내 아내처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잠깐 기다리시라!

호텔 방에서 아침을 맞으며 끝없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크레타섬의 험준하고 울퉁불퉁한 북부 해안선을 적셔대는 경치를 보게 되면 어떻겠는가? 크레타섬 자체가 전설의 바다에서 곧장 솟아오른 경이로운 언덕과 봉우리로 이어지는 산인 셈이다. 첫날 아침 내내 우리는 그 풍광에 사로잡혔다.

일단 멋진 작은 렌터카를 구했다. 평범한 푸조였는데, 쾌활한 직원이 "크레타섬 전체에서 가장 멋진 차"라고 말해주었다. 예약한 빌라가 하니아에 있어서 고속도로를 탔다. 운전해 가는 도중에도 섬은 곳곳에 숨겨둔 아름다움을 펼쳐 보여 주었다. 여기저기서 산과 바다가 만난다. 이집트인들이 한때 언급한 것처럼 크레타는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다. 헤라클리온에서 하니아로 가는 2시간 남짓 한 시간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정말 운이 좋으면 길가에 멈춰 서서 다른 기적을 즐길 수도 있다.

하니아에 도착하기 전 아내가 길가에 앉아있는 검은 전통 복장을 한 노파한테서 오렌지를 사려고 했다. 오늘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로서는 그 여인이 예사 존재가 아님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천사는 어쨌든 "우리에게 믿음을 주러” 내려오시니까.

아내가 그 이야기를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여인이 뿜어내는 친절, 지극한 선량함, 그것은 지워지기 힘든 이미지를 우리에게 남겼다. 물론 그 여인이 판 오렌지는 우리가 먹어본 센트럴 플로리다나 발렌시아 오렌지보다 더 달콤했다. 운전하며 보았던 아내의 눈물이 잊히지 않는다. 차에서 내리면서 아내는 나에게 말했다. "필, 당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진 모르지만 우리 여기로 이사 오면 좋겠어요.“

3년 반 만에 나는 약속을 지켰다. 내가 헤밍웨이나 마크 트웨인이었라면 이 기적을 좀 더 섬세하게 연관 지을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 내가 어설픈 단어로 에덴과 같은 풍경으로 묘사한 '낙원'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사람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아마 여러분은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크레타에서 경험한 인간적 체험이 특별한 이유는?"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크레타가 특별히 예외적인 이유는 이곳 사람의 친절과 긍정의 ‘밀도’ 때문이다.

아마리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탈로스의 술집. 주인 램브로스의 딸 엘레프테리아.(필 버틀러)

크레타 사람들은 자신들의 특별한 환대 문화를 ‘필로크세니아 (philoxenia)’라 부른다. 번역하면 ‘낯선 이들에 대한 사랑’이다. 이곳 크레타섬에서 이러한 사랑은 삶의 모든 면에서 표현된다. 그 뿌리는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만날 때부터 언제까지나, 낯선 이가 기독교인이건, 유대인이건, 모슬렘이건, 불가지론자건, 무신론자 역사학자건, 이 미덕은 진심을 그대로 담는다.

성서에서도 말한다. "손님을 즐겁게 하는 것을 잊지 말라. 그리하여 자신도 모르게 천사를 대접하게 되리라."(히브리서 13 : 2)

8세기의 로마시인 오비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썼다.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가난한 여행자로 변장했다. 주인과 손님 사이의 관계를 서술한 이 이야기는 그리스의 관점에서 필로크세니아 철학의 전통을 표현하고 있다. 알다시피 제우스는 크레타섬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아마 낯선 사람들에 대한 순수하고 지극한 사랑이 이곳에서 집중돼 표현되는 것 같다.

크레타섬의 사람과 풍경 중 보석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나의 모든 추억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팔라사나로 가는 길에 우리 차에 주유해준 검은 옷을 입은 연세 지긋한 여인도 기억난다. ‘좋은 것’을 달라고 하자 계산대에 앉아 있던 아름다운 소녀는 카운터 뒤에서 집에서 만든 술 라키(치코우디아 라고도 한다)를 내주며 멋쩍게 미소 지었다.

여러분도 알게 되리라...

2014년에는 도로를 지날 때 건설 노동자들이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작은 마을의 촌장은 매일 아침 창틀에 신선한 달걀을 몰래 갖다 놓았다.

훌륭한 건축가이자 내 친구인 반고스 추라키스도 떠오른다. 그는 우리에게 크레타섬의 멋진 농촌 마을 길과 그 길이 품은 경이를 소개해주었다.

최근에 우리는 카페 주인 코스타스 머니아스와 친해졌다. 그는 아내의 숙취 해결을 위한 완벽한 요법을 알고 있다. 제우스 신이 자란 아마리 계곡, 신의 왕좌 드로노스에서 내 친구 램브로스와 그의 딸 마리아와 엘레프테리아는 선술집을 운영한다.

이야기해주고 싶은 멋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멋진 친구들이 많다고 강조하기 전에, 크레타섬에서 사람의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기 위해 일평생 함께할 ‘형제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미나스 리아파키스와 나는 2014년 레팀노 해변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회의에서 만났다. 그는 지역 최대의 관광 마케팅 회사 중 하나를 소유하고 있다. 우리는 여행자에게 가장 좋은 장소를 리뷰해 주기 위해 그 섬에 갔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크레타 미나스로 이사하기로 했을 때 그는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다.

"필, 걱정하지 마, 크레타는 사람을 보살펴." 그러나 어느 날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을 때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를 얼른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게 2017년 여름 이후 우리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가 백 개는 족히 된다. 그러나 특별한 이야기를 하나만 하자.

리아파키스라는 이름은 크레타 사람들이 모두 안다. 구글에 이름을 치면 내 친구 미나스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인 그의 형 이오아니스 아니면 그의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크레타섬을 검색하면 헤라클리온 언덕에 있는 아노 아시테스라는 작은 마을이 나오는데, 이 마을에서 나는 미나스와 그의 아내 칼리아의 집안에 입양되었고, ‘공식’ 크레타 이름(별명)을 받았다.

나는 칼리아가 사는 아르칼로코리를 크레타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미나스와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낯선 사람들에게 이곳 작은 마을들은 가족과 같다. 형제, 자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친척들이 수백 그루 올리브 나무밭으로 서로 이웃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 질투도 많이 한다. 어쨌든, 아노 마을에서 내가 크레타 이름을 얻은 일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확실히 기억난다. 우리 다섯 명은 아노 아시테스의 좁은 길을 걸었다. 미나스가 처음에는 나를, 다음엔 폴란드 친구 토마츠를 돌아봤다. "여기, 우리는 여기서 멈춰야 해. 그러지 않으면 마놀리스가 귀가 닳도록 잔소리를 할 거야." 마놀리스는 미나스의 사촌이다.

당시 피트니스를 열심히 하던 미국 친구 마이크 패리쉬는 여섯 번째 술잔을 마침내 거절하던 참이었다. 마놀리스가 잔을 들고 고요히 나와 눈을 마주쳤다.

"너는 크레타 이름이 있어야겠어." 마놀리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다음 마놀리스는 미나스의 작은 나무 테이블을 보았다. 그리고 맞은편의 니코스, 토마츠, 미국 친구 마이크, 그리고 나를 죽 훑어보며 모두의 잔을 다 채우고 나서는, 여태 본 적 없는 밝은 미소로 얼굴이 빛났다. "앞으로 너를 필리포스 버틀러라키스로 부른다." 순간 내 크레타섬 형제, 미나스와 니코스는 반쯤 마시던 라키를 반쯤 뿜어버렸다.

이름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름이 무엇이든 장미는 향기롭다"라는 대사 그대로 나의 크레타씩 이름이 크레타라는 낙원이 나를 받아준 증거가 된 거다. 크레타 사람들의 방문자들에 대한 특별한 환대는 다정함과 선량함을 느끼게 해준다. 나는 그것이 이방인을 향한 크레타 사람들의 특별한 배려라고 믿는다. 그들의 특별한 배려, 인생에 대한 경이,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 속의 최고의 것을 되비쳐 주는 모습, 그런 모습들은 확실히 에덴의 순수한 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당신도 이곳에서 천국을 발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 버틀러는 각종 디지털 매체 및 소셜미디어에서 여행 기술에 대한 주제로 기고하는 작가이자 분석가, 편집자이자 발행인이다. 그는 에포크 타임스, 허핑턴포스트, 트래블 데일리 뉴스, 호스피탈리티 넷 등 여러 곳에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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