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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금호강
  • 홍성혁 고문
  • 승인 2018.11.13 11:40
사진=홍성혁


    금호강 


    동살 번지는 아침이면
    자(尺)가웃 잉어가 물을 박차 오르고
    해 비낀 저녁이면
    외발로 선 철새가 한가롭다

    어디 그뿐이랴
    온종일 눈 감아도 뛰어드는
    꽃향이며 바람이며 물비늘이며
    강심(江心)에 빠뜨린 갯버들 그림자며

    그뿐이어도 족하련만
    넘치는 호사(豪奢)에 들뜰까 저어하여
    새벽 물안개가 서늘히 내려앉아
    잿빛 수묵(水墨)으로 고요를 소환한다

 

강은 생명을 껴안아 성숙시키는 공간입니다. 수많은 생명이 강에 기대어 살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계의 변화에 적응합니다. 그래서 철새 도래지를 끼고 있는 강은 겨울에도 생동감이 넘칩니다. 색 고운 청둥오리에서부터 긴 다리를 가진 두루미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이 긴 겨울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꽃이든 새든 살아있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사람과 교감하면서 더욱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시인 김춘수도 그의 시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대구 금호강 철새 도래지는 이즈음에 더욱 활기찹니다. 찬 서리 맞은 수목이 잠시 숨을 죽이는 동안에도 온갖 철새와 물고기들이 인기척에 감응하며 힘차게 퍼덕입니다. 어디 동적(動的)인 것뿐이겠습니까. 초겨울 희번하게 날이 밝을 때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한 폭의 수묵화가 탄생합니다. 표연히 솟아오른 물안개가 온갖 물색을 단색으로 싸 안아 잿빛 농담(濃淡)의 세계를 연출하면 아득히 먼 태초의 침묵이 짙게 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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