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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노부부, 평생 모은 '400억' 고려대 기부
  • 이원선 기자
  • 승인 2018.10.26 14:09
김영석씨(91)와 양영애씨(83·여) 내외가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서 평생 과일 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400억 원을 기부한 뒤 김재호 학교법인고려중앙학원 이사장(왼쪽), 염재호 총장과 함께 기부증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에 사는 김영석(91, 남)·양영애(83, 여) 부부가 평생 힘들게 모은 400억 원대 재산을 고려대에 기부한다.

고려대는 김영석(91) 씨와 양영애(83·여) 씨 부부가 서울 청량리 소재 토지와 건물 8동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지난 25일 밝혔다. 시가로 400억 원대 가치다.

강원도 평강군 남면이 고향인 실향민 김 씨는 15살에 부모를 여의었다. 17살에 월남 후 머슴살이 등을 하다 6·25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경북 상주 출신인 아내 양 씨는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했고 23살에 결혼했다.

부부는 30여 년간 서울 종로5가에서 과일을 팔았다. 1960년에 손수레 노점으로 시작했다. 교통비를 아끼려 매일 새벽 한 시간씩 걸어 도매시장에서 과일을 떼왔고, 밥은 노점 근처 식당 일을 도와주고 얻어먹는 해장국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30년 동안 과일 장사를 하면서 모은 돈을 종잣돈으로 은행 대출을 얻어 청량리에 상가건물을 매입한 것이 1976년도다. 빌린 돈을 갚아나가면서 주변 건물 몇 채를 더 매입했다. 원리금을 갚기 위해 여행도 못 갔고 생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지만, 건물 입주업체들에는 임대료를 가급적 올리지 않아 오랫동안 장사할 수 있도록 했다.

부부는 지금까지 어디에 기부를 해 본 적이 없다. "장사하고 땅 사고 건물 사느라 벌인 빚 갚느라 현금을 쥐고 있을 새가 없었다"고 했다. 전 재산을 대학에 주자고 이야기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아픈 데가 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고려대에 기부하기로 한 데는 아들 영향도 있다. 큰아들 김경덕(58) 씨는 고려대 토목공학과 79학번이다.

슬하의 두 아들은 오래전 미국에 이민 갔기에 모은 재산을 물려주기보다 좋은 곳에 쓰고 싶었다고 부부는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두 아들도 부모 결정에 동의했다고 한다. 아들들은 20대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양 씨는 "다들 쉰 살이 넘었고, 집도 한 채씩 장만했으니 부모 도움 없이도 살 만한 수준이 됐다"고 했다. 

부부 거실에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다. TV 옆에는 큰손자의 미국 예일대 법대 졸업식 사진이 놓여 있었다.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기부식에 휠체어를 탄 김 씨와 함께 참석한 양 씨는 "나같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며 "기부한 재산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힘이 되고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소중하게 잘 사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평생 동안 땀 흘리고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기부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학교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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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노부부#400억#고려대#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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