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왕치산, 무역전쟁 개입이냐 방관이냐...'진퇴양난' 빠져
  • 저우샤오후이(周曉輝·중화권 시사평론가)
  • 승인 2018.10.05 14:26
블랙코미디 영화 ‘쓰리 빌보드’는 2017년 큰 호평을 받은 영화로,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러 상을 수상했다. (플로우 서브 제공)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올봄에 해외 인사를 접견하면서 "미국 영화 ‘쓰리 빌보드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2017)’를 보고 나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영화 ‘쓰리 빌보드’는 2017년 호평을 받은 영화로,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러 상을 받았다. 이 영화는 미주리 주의 한 마을에서 밀드레드의 딸이 살해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도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하자 밀드레드는 마을의 대형 광고판 3개를 임대해 도발적인 문구를 실었다. 마을 경찰에 대한 분노의 메시지를 전하며 더욱 적극적인 조사를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영화는 이를 중심 내용으로 해서 오늘날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흑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 붉은 머리와 난쟁이에 대한 비웃음, 공산당의 악행, 카톨릭 신부의 남아 성폭행, 가정폭력, 미군 내 군기 문란, 멕시코인 차별, 공권력 남용 등 각종 문제에 대해 지적한다.

어쩌면 이 영화가 미국 사회의 각종 문제를 직접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 왕치산 자신이 “트럼프 현상은 우연인가 트렌드인가?”라고 물은 데 대한 답을 알게 됐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이전에 자신이 생각했던 ‘사고’가 아니라 광범위한 여론의 지지기반이 있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지지기반은 바로 자국의 이익을 등한시하는 보수파 엘리트들에게 질린 미국인 중하층 시민들이다. 이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이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트럼프가 대신 해주고 보수파 엘리트들에게 과감히 도전하기 위해서다.

2016년 대선에 대한 예측이 불투명할 당시 ‘USA Today’의 한 기자가 미국의 각 주에서 심층 취재를 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트럼프 지지자 중에 트럭 기사, 전기수도 수리공, 영업사원, 펀드 매니저, 부동산 중개업, 귀금속 도매상 등 여러 직업군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트럼프를 통해서 자신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인디아나 주에서 온 부동산 중개인 야론 윌슨(Aaron Wilson, 34세)은 “트럼프는 사회 복지, 이민 및 인종 문제에 있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트럼프가 자신의 일자리를 찾아주고 미국에 밝은 미래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두터운 지지층을 가지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취임하고 1년 이상 꾸준히 자국 경제를 성장시켰으며 실업률을 4% 이하로 유지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어 국민들의 신임을 크게 얻었다. 국제적으로는 중국 정부와 무역전쟁을 선포하는 등 불공정무역을 서슴지 않고 바로잡는 데다가,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강요하고 이란을 제재하며 IS 테러리스트를 소탕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정치, 군사, 경제, 인터넷, 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창끝을 베이징 고위층을 겨눠 혼란에 빠뜨렸는데, 그들은 아직도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외 언론은 경제 분야에 밝고 미국인 친구가 많은 왕치산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왕치산은 무역전쟁에서 그다지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

먼저 그는 미·중 무역 협상에 공개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으며, 일부 국가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부주석’으로서 이행하는 공식 활동의 전부였다.

또한, 그는 미·중 무역전쟁에 관해서 여전히 관심만 가지고 있다. 올해 초 왕치산은 미국 기업가들을 만나 트럼프와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다. 8월 24일, 남중국해에서 노다 다케시(野田毅) 일본 자민당 중의원 의원이 이끄는 중·일 협회 대표단을 만날 당시 왕치산은 처음으로 무역전쟁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중 간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무역전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미국 국내 정세와 배경에 대해 분석하고 있지만, 중국 언론이 이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9월 17일, 왕치산은 주동적으로 월가 출신 인사 2명으로 구성된 미국 고위급 대표단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미·중 무역전쟁을 해소할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 석상에서 왕치산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승리자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왕치산이 이번 월가 고위급 인사를 회견할 때 트럼프의 고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보도했다.

무역전쟁에서 왕치산은 모호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줄곧 무대 뒤에 숨어있던 왕치산이 미국 국내 정세와 트럼프의 동향에 대해서는 항시 주시하고 분석하며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분석 결과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아 자신이 나서서 무역전쟁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왕치산의 미국 월가 친구들은 이미 트럼프에게 외면당해 트럼프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을 좌지우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Bill Clinton), 조지 워커 부시(George Walker Bush), 버락 오바마 (Barack Obama)가 집권할 당시 월가가 대통령에게 조언하면 어느 정도 피드백이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정권을 잡고 난 뒤 백악관에서 월가의 영향력은 바닥을 쳤다. 따라서 월가 인맥을 통해 미·중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를 바라던 중국 정부의 바람은 물거품이 됐다.

둘째, 왕치산의 미국 친구들과 친(親)중국파 인맥은 중국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역시 중국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9월 16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고위급 회의 ‘중국 발전 고위층 추계포럼 주제 토론회’에서 친 중국파인 로버트 졸릭 (Robert Bruce Zoellick) 미국 전 국무부 부장관 겸 세계은행 전 총재와 스티븐 올린스(Stephen A.Orlins)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 회장은 각각 중국 정부에 서슴없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졸릭은 “지난 10년 동안 관찰한 결과, 미국과 다른 국가는 이전에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점점 반대하고 있어 실망스럽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 이유는 베이징 당국이 미국에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이전에는 기업가들이 미·중 관계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더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역전쟁은 기업계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기업계가 중국에 실망하자 곧바로 중국과 맞잡았던 손을 뿌리쳤고, 각 업계에서도 이미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입을 모으고 있어 중국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고 했다.

한편, 올린스는 최근 정부, 싱크탱크, 언론, 학술계와 접촉해본 결과, 미국에서는 이미 중국을 지지했던 일부 인사들이 현재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치산의 오랜 지인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국 정부의 약속 이행, 시장 개방, 관세 인하, 지식재산권 보호 등이라고 말했다. 그의 의견은 왕치산에게는 인정을 받았지만, 공산당 내부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트럼프를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트럼프 측근 인맥도 잃고 친했던 미국 지인들마저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왕치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딪쳤으니 미·중 무역전쟁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비록 왕치산이 고위층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지만, 만약 무역전쟁이 정권의 존망으로 이어진다 해도 그는 옆에서 조언을 해 줄 수는 있지만, 정작 아무런 결정권을 갖지 못할 것이다. 고위층 관료들은 여전히 보수적이며 개혁을 원치 않고 있어 왕치산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퇴양난에 처한 그의 상황은 중국 정부 당국의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국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과연 그 결과는 어떨까?

저우샤오후이(周曉輝·중화권 시사평론가)  저우샤오후이(周曉輝·중화권 시사평론가)의 다른기사보기

<© 대기원시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왕치산#트럼프#무역전쟁#쓰리_빌보드
여백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