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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소굴'에서 보낸 SOS... '마싼자에서 온 편지'가 전하는 메시지
  • 박숙자 기자
  • 승인 2018.10.03 00:41
쑨이(孫毅) 씨. 2016년 선양 시내에서(작가 윈자오(雲昭) 씨가 대기원에 제공)

2017년 10월 1일 추석날, 발리의 한 병원에서 중국 출신의 한 남자가 급사했다. 그는 잔혹한 고문을 가하기로 악명 높은 중국 선양의 마싼자(馬山家) 노동교양소에서 SOS 편지를 써서 전 세계에 중국의 반인도적 범죄를 폭로한 파룬궁 수련자 쑨이(孫毅) 씨였다.

중국 국영 석유기업에 근무한 그는 영어에도 능통한 엘리트였지만, 십수 년간에 걸쳐 구속, 수감, 석방, 가족에 대한 괴롭힘이 반복돼 중국에 있을 수 없어 출국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생활에 적응하려고 현지 언어를 배우고 일자리도 찾고 있었다.

그가 거처하던 자카르타에서 중국 공안 요원이 그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기에 부자연스러운 급사를 둘러싸고 암살설이 제기됐다. 발리의 병원은 급성 신부전으로 판정했지만, 가족이나 친구들은 그가 신장병을 앓지 않았다며 현지 경찰에 수사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8000km를 여행한 SOS 편지

줄리 키스(Julie Keith) 씨가 공개한, 쑨이 씨가 쓴 SOS 편지

2012년 가을, 미국 오리건주의 한 작은 마을에 살면서 두 아이를 둔 주부 줄리 키스(Julie Keith) 씨가 저렴한 할로윈 장식품을 구입했는데, 그 뒷면에 붙어 있는 종이 몇 장을 발견했다. "이 편지를 국제 인권 단체에 전달해 주세요. 여기에 있는 사람 수천 명이 당신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중국의 노동교양소에 갇혀 있는 사람의 편지였다. 수면도 휴식도 없이 15시간 연속 강제 노동을 하고 심지어 고문을 받고 있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해골이 십자가 뒤에 있는 이 이상한 장식품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마싼자 노동교양소에서 제조한 것이다. ‘악마의 소굴’로 불릴 만큼 잔인한 고문이 수감자에 가해지는 시설이다. 이 정보를 인터넷으로 알고 놀란 키스 씨는 이 SOS 편지를 지역 신문사 ‘오레고니언’에 보내고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올렸다.

8000km를 여행한 편지에 관해 뉴욕타임스, CNN, NBC, FOX뉴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이 빠짐없이 보도했다. 국제적으로 관심이 고조되면서 SOS 편지의 글쓴이가 누구인지 알려졌다. 사상범으로 분류돼 공산당에 억압받던 파룬궁 수련자 쑨이 씨였다. 본인은 2017년에 대기원의 인터뷰에 답했다.

1966년 9월 산시(山西) 타이위안(太原)시 출신인 쑨이 씨는 대학 졸업 후 대형 석유업체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中國石油集團, CNPC)의 기술직으로 베이징에서 일하고 있었다. 1997년 심신수련법인 중국 기공 파룬궁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1999년 7월, 당시 장쩌민 중국 국가 주석에 의해 파룬궁 탄압 정책이 시작됐다. 박해 중단을 호소한 쑨이 씨는 2001년에 면직당하고 감시 대상이 됐다. 감옥과 노동교양소 등에 수감, 석방이 반복되면서 국내 각지를 방랑할 수밖에 없었다.

홍콩의 ‘렌즈’ 매거진은 2013년 2월호에 쑨이 씨가 수용됐던 마싼자 노동교양소에 관한 보도를 내보냈다. 그곳에서는 손을 묶고 매단 채 채찍과 고압 전기 충격기로 마구 폭력을 가했다. 손톱을 뽑고, 알 수 없는 약물을 강제로 주입하는 등 매우 끔찍한 만행이 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인권 단체 프리덤 하우스에 따르면, 파룬궁 탄압으로 연행되고 수감되는 등의 불편을 입은 수련자는 수백만 명에 이른다. 이 조직은 2017년에 발표한 '중국의 영적 투쟁(The Battle for China's Spirit)'이란 보고서에서,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를 최소 2000만 명으로 추산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

마싼자 노동교양소를 비롯한 중국 내 파룬궁 박해를 알리기 위해 쑨이 씨는 캐나다의 영화감독 레온 리(Leon lee) 씨와 연락을 취했다. 리 감독은 2015년 다큐멘터리 ‘인간 수확’으로 미국 영상 최고 영예인 피바디상(賞)을 수상한 캐나다 거주 화교이다.

다큐멘터리 촬영은 쑨이 씨가 석방되고 SOS 편지가 주목을 모은 2012년 이후 여러 차례 진행됐다. 촬영이 허용될 수 없는 마싼자 내부 모습과 구속 당시 장면은 쑨이 씨의 특기인 중국 기법의 일러스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 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마싼자에서 온 편지’는 2018년 9월에 공개됐다.

레온 리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언급한 쑨이 씨의 인품에 대해 "태도가 부드럽고 신사적인 기술자이다. 믿기지 않는 압력과 어려움 속에서 살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라고 캐나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영화에 따르면 쑨이 씨가 영어로 쓴 SOS 편지는 간수 몰래 밤중에 숨을 죽이고 침대에서 은밀히 쓴 것이라고 한다. 20장 정도 되는 편지는 수출용 제품에 숨겨두었다.

쑨이 씨는 고문을 견뎌내면서 중국 공산당이 "사상을 전향하라"고 강요한 전향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한 간수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신념을 바꾸지 않는 쑨이 씨를 "겉보기에는 빈약한 학자 같지만, 기개가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존경하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철제 2단 침대에 밤낮으로 매달린 채 비참한 고문을 당해 의식을 잃어도 쑨이 씨는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다. 쑨이 씨는 이 통제를 완강히 받아들이지 않고 ‘진실(眞) ·선량(善) ·인내(忍)’의 신념을 고수했다.

쑨이 씨는 석방 후에도 가택연금이나 괴롭힘을 받았다. 국외의 국제 인권 기관에 중국 공산당 체제의 비인도성을 알리기로 결심한 쑨이 씨는 2016년 12월, 감시망을 뚫고 출국에 성공, 망명을 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

생명의 은인과 만나다

키스 씨와 만난 쑨이 씨가 마싼자 노동교양소에서 쓴 SOS 편지를 보고있다. (Flying Could Production)

몇 달 뒤, 생명의 은인인 키스 씨와 자카르타에서 만났다. 쑨이 씨는 키스 씨가 편지를 공개함으로써 파룬궁 박해와 수용 시설의 문제가 보도된 데 대해 "많은 중국인을 대표해서 고맙다"고 전했다.

키스 씨는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을 SNS에 올렸다. ‘쑨이 씨와 함께’라는 짧은 코멘트가 달린, 두 사람의 미소 어린 사진에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쑨이 씨에 따르면 망명 신청자인 쑨이 씨는 취업을 하지 못해 생활이 궁핍했다. 더욱이 중국 내 가족은 당국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연락을 끊어야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쑨이 씨이지만, 키스 씨는 면회를 통해서 그의 결의를 보게 됐다. "그토록 비참한 체험도 그의 영혼이나 인간성을 파괴하지 못했다. 그는 아직도 전진하며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비극을 알리려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쑨이 씨는 말한다. "신념을 위해서라면 고난을 마다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로 의심되는 사람이 쑨이를 찾았다. 2017년 10월 쑨이 씨는 갑작스레 사망했다. 시신을 인도한 발리의 병원은 사인을 급성신부전으로 판정했다. 가족이 병원 측에 사인을 깊이 조사해 달라는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념 때문에 중국 내에서 탄압을 받고 몇번이나 구속과 석방을 반복한 파룬궁 수련자 쑨이 씨. 외국으로 보낼 수출 제품에 몰래 SOS 편지를 숨겨놓았다. (FlyingCloudP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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