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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로 이끄는 중국 옛 그림
  • 이레네 루오
  • 승인 2018.10.01 09:52
청대 ‘고대 거장들의 산수화(1674)’ 화첩 한 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왜 푸른 산에 사느냐고 묻기에(問余何事棲碧山)

웃을 뿐 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절로 한가롭구나(笑而不答心自閑).

복사꽃 물 따라 흘러 아득해지니(桃花流水杳然去)

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에 있도다(別有天地非人間).

- 이백(李白)

수 세기 동안 중국인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해 왔다. 고대 중국은 인간과 신이 공존하던 곳으로, 안개 덮인 산을 거니는 불로장수의 도인들과 깊은 동굴에서 명상하는 영적 수행자들이 있었다.

청대(淸代,1644–1911)의 문인화가 왕감(王鑑)이 그린 ‘옛사람들이 풍경을 보는 방법’ 화첩의 한 폭. 에드워드 엘리엇 가문의 소장품, 1989년 더글러스 딜런 기증. 왕감의 그림은 전통에 충실한 인물의 시각을 표현하고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젊어서부터 개인 소장품을 연구할 수 있었다. 이 화첩의 그림 한 점 한 점이 독특한 거장 왕감의 필법이 대상을 변형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높은 산봉우리, 졸졸 흐르는 시냇물,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 등이 있는 자연 세계는 단지 아름다움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정신과 영혼을 고양시키고, 인간 사회의 얽힘, 어리석음과 방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곳이었다.

유학자와 도교 수련자 모두에게 자연은 무한한 지혜의 근원이었다. 공자는 “지혜가 있는 이는 바다를 좋아하고, 인자한 이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으며, 노자는 “인간은 땅의 법을 따르고, 땅은 하늘의 법을 따르며, 하늘은 도의 법을 따른다. 하늘은 도의 법을 형성하고, 도는 자연의 법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풍경은 회화에서부터 도자기 화병에 이르기까지 중국 예술의 거의 모든 분야의 소재다. 회화 분야에서,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다른 모든 양식보다 풍경을 숭상해 왔다. 이 광대한 풍경 속에 있는 인간의 모습은 거대한 기운의 흐름 속에서 겸손하고 경건한 참가자로서 극히 적은 비중으로 묘사된다.

명대(明代, 1368-1644) 위지과(魏志科)가 옛 거장들이 사용하던 양식으로 그린 ‘사계 풍경’. 1968년 J. T. 타이 기증품. 난징 미술계의 중요 화가 위지과의 작품으로 전장 38피트 화폭 일부이다. 이 걸작에서 위지과는 선현들의 필법을 사용하여 난징의 명승지와 계절의 변화를 엮어내는 거장의 면모를 보여준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수십 점이 넘는 정교한 수묵화는 현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끝없는 산과 계곡 : 중국의 풍경화 전통’이라는 제목으로 순환 전시 4회 중 3회가 진행 중이다. 큐레이터 조셉 사이에-돌베르는 이렇게 설명한다. “겉보기에는 단일하고 불가해한 형식의 예술을 9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한 갤러리에는 고대 거장을 모방한 작품을, 다른 갤러리에는 역사적 전설을 불러냈으며, 또 다른 갤러리에는 중국의 시와 그림의 밀접한 관계에 중점을 두어 서로가 서로를 미러링하는 전시다.”

이 전시회에서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한 2000여 점의 회화 및 서예 작품과 개인 소장품 12점을 볼 수 있다. 큐레이터 사이에-돌베르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전시를 보고, 컬렉션을 잘 알고 있는 방문객들조차도 놀라워하리라고 본다”고 말한다. 그림 중 일부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수년 동안 전시되지 않은 작품이며, 미술관이 인수한 지 1세기 만에 최초로 선보이는 것도 있다.

1979년 더글러스 딜런이 기증한 명대의 화가 문징명(文徵明)의 시화(詩畵) ‘신임관리의 정원(1551)’. 유명한 화가 문징명은 1527년에 신임관리의 정원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는 81세 때 중국 미술의 ‘완벽한 세 가지’로 일컬어지는 시, 서, 화를 성공적으로 결합하여, 정원의 여덟 가지 풍경을 그렸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산수화는 당(唐) 나라(619-906) 후기의 중국 회화에서 독립적인 장르로 구체화했으며, 수 세기에 걸쳐 풍부하면서도 다면적인 예술적 전통을 꽃피웠다.

산수화의 주요 형태로는 족자, 두루마리, 병풍 등이 있다. 족자는 벽에 거는 형태로 비단실로 고정하며, 두루마리는 대개 둘둘 말아서 상자에 보관하고, 가끔 감상할 때만 펼쳐본다. 병풍은 방 전체의 길이만큼 펼칠 수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한 팔 길이만큼의 한 면만 펼쳐 두기도 한다.

두루마리 그림은 보는 이를 그림 안으로 초대해 주변 경관에 비교해 왜소하게 묘사된 인물과 함께 구부러진 길을 따라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1158cm의 걸작 ‘난징의 사계(四季)’가 있는데, 화가 웨이지커는 고대 거장들의 다양한 필법을 사용해 남경의 사계절 변화와 유적지를 절묘하게 재현해냈다.

중국 풍경화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상징이나 암시로 채워져 있는데, 오늘날에는 이 같은 예술 형식에 익숙한 사람들만 알아챌 수 있다. ‘난정(蘭亭)’에서 영감을 얻은 그림은 흔히 강둑을 따라 앉아있는 한 무리의 학자를 묘사하고 있다. 알고 보면 4세기 무렵 봄맞이 행사에 지식인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시를 읊는 것을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굽이도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잔이 흘러가다가 누군가의 앞에 멈추면 술을 마시고 자발적으로 시를 읊어야 했다.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학자들이 읊은 시는 수십 편이 넘었다.

청대(1644-1911) 공현(龔賢)의 ‘시가 있는 풍경(1688)’. 1981년 더글러스 딜런 기증. 은둔자인 공현은 패망한 명나라 왕조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은둔의 삶을 묘사하고, 모진 겨울바람을 견뎌내는 지조 있는 남성의 상징인 난초를 기리는 시를 덧붙였다. 공현은 담채와 점묘 기법으로 밀도와 투명도 모두를 구현해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중국 풍경화의 가장 보편적인 상징 중 하나는 자연 속의 ‘은둔자’로, 그들은 홀로 배를 타고 낚시를 하거나, 호젓하게 독서를 즐기고, 폭포를 응시한다. 중국 역사상 문신이었던 학자들이 사회적·정치적 삶에서 퇴진하는 것은 흔한 일로, 특히 왕조가 쇠퇴하는 시기 동안 정치적 혼란기 또는 부패기에는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풍진에 찌든 세상에서 벗어난 그들은 스스로를 수양하고 고요히 지내며 학문과 예술에 여생을 바치는 경우가 많았다.

청대 강희제(康熙帝, 1662-1722) 때 구줴(顾珏)가 만든 죽필갑(竹筆匣). 1994년 남편 맥스 밤베르거를 기리는 에일린 W. 밤베르거 소장유물팀에서 구입. 안휘성에서 자연과 술을 벗 삼아 유유자적한 생활을 한 유명한 시인 구양수(歐陽脩)가 1045년에 지은 ‘취옹정기(醉翁亭記)’가 새겨져 있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중국에서 회화는 전문 예술가의 독점 영역이 아니었다. 송대(宋代, 960-1279)를 시작으로 신세대 학자와 관료들은 회화, 시, 음악 및 서예를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예술을 익혔다. 유학자들은 미술이 도덕심 배양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으며, 전형적인 학자는 내적 미덕과 외향적 세련미 모두를 자신의 예술 기법에 반영했다.

다른 중국 예술과 마찬가지로, 중국 회화는 예술품에 의해 유발된 감정과 의미를 나타내는 ‘의경(意境)’을 강조한다. 의경이란 글자 그대로 ‘뜻이 머무는 곳’을 가리키며, 종이 또는 비단 위에 그려지는 물리적인 선이나 등고선을 넘어 존재하는 예술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소식(蘇軾)의 적벽가를 새긴 청대의 사각 화병에는 강희제 연호가 표시되어 있다. 줄리아와 존 커티스 부부 2015년 기증. 화병에는 한대의 유명한 적벽대전을 묘사한 두 편의 시가 적혀 있다. 이 시는 많은 사랑을 받은 시인이자 관리인 소식(1037-1101)의 걸작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예술가의 필법은 정신, 감정, 세계관을 나타내는 창으로, 사이에-돌베르는 “마음의 흔적”이라고 표현하며 “서예와 마찬가지로, 이는 실제로 진실과 깊이를 표현하므로 그 사람을 대변하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림에 묘사된 자연경관은 예술가들의 심층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예술을 해석하고, 자신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꼈다.

언뜻 보면, 중국의 풍경화는 산, 나무, 바위 등을 단순히 조합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더 깊고 복잡하며 심오한 ‘무엇’이 감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이에-돌베르는 “이것이 바로 중국 전통이 추구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그것을 공부하는데 전 생애를 바칠 수 있고, 인생의 마지막에도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다”고 말한다.

엘리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허락을 얻어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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