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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융통성 모르는 어리석음', 교주고슬(膠柱鼓瑟)
  • 강병용 객원기자
  • 승인 2018.09.13 09:00
사진=셔터스톡

‘슬(瑟)’이라는 악기가 있다. 거문고처럼 생긴 악기로 현(絃)을 튕겨서 연주한다. 이 악기에는 현을 받치는 기둥이 있는데 이 기둥을 움직여 음을 조절한다. 그런데 그 기둥을 아교로 붙여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은 음이 정확하게 나는지 모르지만, 악기란 모름지기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음을 다시 조절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현악기의 기둥을 아교로 고정하는 것은 변화와 융통성을 모르는 어리석은 행동이라 할 것이다. 만약 어떤 이론이나 원칙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만 적용하려 든다면 이 또한 현악기의 기둥을 고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어리석음을 가리켜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고 한다.

膠 - 아교 교 / 柱 - 기둥 주 / 鼓 - 두드릴 고 / 瑟 - 큰 거문고 슬

이 말은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책략가 인상여(藺相如)가 했던 말로 사마천의 《사기》 <염파- 인상여 열전>에 실린 다음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조나라에 조사라는 뛰어난 장군이 있었다. 그에게는 조괄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아버지에게서 여러 가지 병서를 배웠다. 그러나 아버지 조사가 보기에 조괄은 지나치게 이론에만 매달리는 한계가 있었다. 조사는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조괄은 병서의 이론에는 뛰어나지만, 전쟁은 그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오. 나라의 존망이 걸린 전쟁에 조괄이 장수가 된다면 나라에 큰 위험을 가져다줄 것이니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하오.”

훗날 진나라가 조나라를 쳐들어 왔다. 조나라의 장군 염파는 직접적인 전투를 피하고 지구전으로 대응했다. 염파의 지구전에 막혀 발을 동동 구르던 진나라는 그를 뚫을 계책으로 소문을 퍼뜨렸다.

“염파는 나이가 많고 지략이 부족해 방어만 하니 진나라로서는 정말 다행이다. 만약 조사 장군의 아들 조괄이 대장이 됐다면 큰일이었을 텐데...”

이 소문은 작전대로 조나라 왕의 귀에 들어갔다. 왕은 염파를 해임하고 조괄을 대장에 임명하려고 했다. 이때 인상여가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조괄은 그의 아버지에게 병법을 배웠을 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은 모릅니다. 그에게 대장을 맡기는 것은 거문고의 기둥을 아교로 붙여놓고 연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조괄을 대장으로 임명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러나 인상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왕은 조괄을 대장으로 임명했다. 그 결과는 조사나 인상여의 예상대로였다. 조괄이 이끄는 조나라 군사는 진나라의 계략에 빠져 40만 대군이 몰살당하는 역사상 최악의 패배를 맛봐야 했고, 이후 조나라는 국력이 급속히 쇠퇴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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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어리석음#교주고슬#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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