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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두꺼비의 행진
  • 홍성혁 고문
  • 승인 2018.05.29 20:17


        두꺼비의 행진

    하늘은 열렸고 대지는 푸르다

    가리라, 가야만 하리라
    본 적 없는 어미의 땅으로

    전생에 무슨 소원 빌었기에
    목숨을 거는가

    어미가,
    그리고 그 어미의 어미가 그랬듯
    독한 오기를 품었나

    그리하여 얻은,
    핏줄 불거진 돌기는 차라리 영광이다

    여기는 고해(苦海)라서 축복인 곳
    고난을 찬미하고 찬미하며 가라
    삶의 땅 그곳으로

 

지난 5월 16일 아침,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새끼 두꺼비 수천 마리가 알에서 나와 서식지로 이동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욱수골 일대에 집단 서식하는 두꺼비는 매년 2~3월이면 산 아래 저수지인 망월지로 이동해 알을 낳고, 5월 중순쯤 알에서 자란 새끼 두꺼비가 떼를 지어 서식지로 돌아가는 생태 순환이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죽습니다. 천적에게 잡아먹히고, 햇볕에 말라 죽고, 사람에게 밟혀 죽고, 인공 구조물에 막혀 죽습니다.  

이렇듯 떼를 지어 이동하는 두꺼비 새끼들을 보노라면, 본향(本鄕)을 찾아가는 순례자 같기도 하고, 피안을 찾아 고해를 건너는 수행자 같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모두 엄청난 수고와 고통이 따를 테지요. 이 두꺼비 떼 대이동은 공교롭게도 4월 초파일 전후로 3~4차례 이어집니다. 때맞춰 걸어놓은 불광사 초파일 연등 아래서 숨을 할딱이며 이동하는 새끼 두꺼비들은 정작 무슨 생각을 할까요?

홍성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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