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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찔레꽃
  • 홍성혁 고문
  • 승인 2018.05.21 10:05


       찔레꽃

    스쳐간 봄꽃들이
    두 눈에 가득해서
    한발 늦은 찔레꽃은
    눈 밖에서 피었구나

    허튼 미동도 없이
    연이레를 향기 뿜어
    무던히도
    어기찬 줄 알았더니

    얼굴 마주칠 땐
    살포시 홍조를 띠다가도
    벌 나비 날아들자
    순백으로 자지러지는
    천생 한 떨기 꽃일세

 

금호강 둔치 새벽 연공장(煉功場) 주변에 찔레꽃이 만발했습니다. 오면가면 보면서도 제대로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이 봄 내내 화려한 꽃들이 겨끔내기로 피어 눈 호사를 한껏 한 터라 웬만한 꽃은 그저 피는가보다 싶었지요. 그런데 웬걸, 오기인가요? 향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쉬 시들지도 않고 줄기차게 뿜어내는 암향에 입정(入靜)이 깨질 정도입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찔레나무를 보면 꽃보다 순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찔레 새순을 꺾어 손톱으로 껍질을 벗기고 아삭아삭 씹으면 그런대로 맛이 좋았습니다. 산에 들에 나는 것들은 거반 다 먹던 시절 얘깁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보니 찔레는 영락없는 꽃입니다. 찔레가 꽃 중의 꽃 장미의 원종(原種)이라서 그럴까요. 화려함으로 치면 장미를 뛰어넘을 꽃이 거의 없지만, 향으로 치면 찔레가 장미보다 윗길인 듯싶습니다. 오호, 은근히 장미보다 찔레에 더 끌립니다. 왜 이럴까요? 생각은 새벽에 했는데 지금 궁금한 것은 향기가 오래 뻗쳐서일까요?

홍성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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