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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배려
  • 홍성혁 고문
  • 승인 2018.05.01 16:08


        배려

      희번하게 날이 밝아 
      고모령 그 고개
      그 마을 뒷산이 열리면 ,

      산어귀에 차려놓은
      나무지팡이 하나 집어 들고 
      세 발로 오르는 이,

      홀로 걸어도
      두 가슴이 뛰겠네.

      흔한 나무작대기일망정 
      애써 챙겨둔
      누군가의 가슴이,

      귀한 청려장(靑藜杖) 아니어도
      고이 받아 쥐고 걷는
      저 노인의 가슴이

      못내 마주보며
      따습게도 뛰겠네.

 

오늘은 “성자가 된 청소부”란 책에서, ‘침묵의 수행자’로 알려진 ‘바라 하리다스’의 동화 한 토막을 빌려 왔습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인 채 한 손에 등불을 들고 길을 걷고 있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도 못 보면서 등불은 왜 들고 다닙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이렇듯 타인을 위한 배려는 곧 자신을 위한 배려이기도 합니다. 대구 수성구 고모역 부근에는 대중가요 노랫말로 유명한 고모령(顧母嶺)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군에 징집돼 가는 아들이 고모역에서 기차를 타고 고개를 넘으면서 ‘어머니를 돌아보았다’는 그 고개입니다. 이 고개 들머리에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는데, 300m쯤 올라가면 정상에 정자가 있어 연세 드신 분들이 꾸준히 찾습니다. 이 산 어귀 곳곳에는 나무지팡이가 비치돼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가 준비해 놓은 것일 테지요. 새벽이 열어놓은 이곳 참나무 숲정이에 곧 햇볕이 찾아들겠지만, 그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이 햇살보다 먼저 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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