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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벚꽃이 지네
  • 홍성혁 고문
  • 승인 2018.04.10 16:15


      벚꽃이 지네

    시들 수 없는 꽃
    벚꽃이 지네

    낯가림도 없이 들이쳐
    내 얼굴 아직 화끈거리는데
    고별사 한 줄 없이
    휑하니
    꽃그림자 거두었네 

    시들 줄 모르는 꽃
    벚꽃이 지네

    내숭도 없이 몰아 피어
    내 가슴 여태 콩닥거리는데
    미련 한 점 두지 않고
    살포시
    긴 여운 드리웠네

 

남녘에는 벌써 벚꽃이 집니다. 아시다시피 벚꽃은 언제나 화사할 때 집니다. 시들 때까지 꽃잎을 매달고 있는 법이 없지요. 어찌 보면 벚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필 때보다 질 때 있지 않나 싶습니다. 차라리 지고 말지언정 결코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추위에 맞서며 맨 먼저 봄을 열고도 뒤이어 피는 뭇 꽃들과 다투지 않고 비켜선다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채근담에 “바람이 대숲을 지나가도 대나무는 바람소리를 담아두지 않고, 기러기가 연못을 건너가도 연못은 기러기 그림자를 남겨두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 절에서 이렇게 결론을 맺습니다. “그래서 군자는 일이 있으면 마음을 내고 일이 끝나면 마음을 비운다.”

화사함의 정점에서 화끈하게 퇴장하는 벚꽃을 보내면서, 나는 마음 비움의 미덕을 다시 한 번 챙겨봅니다. 눈처럼 흩뿌려진 꽃잎 위로 햇살이 곱게 내려앉는 봄날 아침, 잠시라도 비운 마음에 여운이 길게 뻗칩니다.

홍성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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