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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운문사의 봄
  • 홍성혁 고문
  • 승인 2018.04.04 13:16
사진=송재권


         운문사의 봄

      청도 운문 들바람이
      꽃향 실어 들이치고

      내리 부는 묏바람에
      송홧가루 묻어올 제

      춘색도 시름이고
      향기도 번뇌려니

      사문(沙門)의 다정불심
      봄 나기가 어려울세

 

경북 청도는 예부터 농산물이 풍부한 고장입니다. 산 좋고 물 좋아 그렇다고들 하는데, 1000급 준봉(峻峯)들이 늘어선 데다 운문댐까지 있으니 빈말은 아닌 듯합니다. 청도반시가 워낙 유명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복숭아도 꽤나 많이 납니다. 4월 초순부터 산과 들이 복사꽃으로 붉게 물들면 도원경(桃源境)이 따로 없지요. 참꽃과 어우러지면 불바다가 되고 여러 잡꽃들과 어울리면 울긋불긋 꽃동산이 됩니다.

청도에는 천년 고찰 운문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구니 사찰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산세는 웅장해도 사찰은 차분하고 고요합니다. 그런데 이 수도하는 도량도 봄이 오면 분위기가 들뜹니다. 산사의 봄을 가슴에 담겠다고 떼로 찾아드는 상춘객 때문입니다. 경내 이곳 저곳에서 연신 터지는 셔터소리, 탄성, 웃음소리가 봄볕에 버물려 종일 떠다닙니다. 도 닦는 스님들로서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겠지만, 용케도 중생의 마음을 헤아려 감싸 안습니다. 다만, 산에서 들에서 밤낮없이 들이치는 암향(暗香)이 이리도 그윽하니 혹여 삼매(三昧)를 깰까 걱정입니다. 그러나 꽃이든 향기든 한낱 속세의 ‘티끌’이고 보면, 수행의 향기로 너끈히 잠재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어디서 입선(入禪)을 알리는 죽비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홍성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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