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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봄눈


         봄눈

      엊그제는
      경칩 마중비가 
      대줄기로 쏟아지더니

      오늘은
      겨우내 숨어있던 눈이
      작심하고 퍼붓는다

      철없어서 그러려니
      철 몰라서 그러려니

      봄비에 장마 지랴
      봄눈에 꽃눈 얼랴

 

봄을 재촉하는 비를 좀 유식(?)하게 일컬어 ‘최화우(催花雨)’라 한다지요. 뭐 그리 썩 와닿지는 않습니다만, 뭔가 먹물냄새가 나긴 납니다. 겨울이 혹독하게 추울수록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바빠집니다. 그렇다고 안절부절못하고 발싸심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사가 그렇듯 버티고 뻗대는 작용이 있게 마련이고, 또 그래야 긴장감이 있어 좋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오는 봄을 누가 말리겠습니까. 때아니게 장대비 쏟아붓고 눈발 거세게 뿌려봤자지요. 어쩌면 ‘그러려니’ 하고 느긋이 기다리라는 메시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럴싸하게 말하는 나도, 고백건대, 오늘 마음이 조금 언짢았습니다. 이번에 봄비가 홀로 고이 오면 조용히 마중 나가 마른 가슴 살푼 적셔 입맞추려 했거든요. 이제 그 꿈은 춘몽이 됐습니다만, 그래도 잘 찍지 못하는 폰 사진이나마 한 장 건져보겠다고 새벽부터 봄눈 맞으며 뛰어다녔더니 꽤나 상쾌합니다.

홍성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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