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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까지 지닌 AI, 생활이 뒤집어진다
  • 디지털뉴스팀
  • 승인 2018.01.02 10:04

2014년 6월 영국 레딩 대학에서 열린 '튜링 테스트'에서 사상 첫 합격자가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우크라이나에 사는 13세 소년'으로 설정된 슈퍼컴퓨터 '유진(Eugine)'이었습니다. 유진은 5분간 진행된 튜링 테스트에서 기계와 사람과 번갈아 대화하도록 돼 있는 33%의 인간 판정자들로부터 "사람"이라는 결론을 얻어 인간 대접을 받은 첫 인공지능(AI)이 됐습니다.

튜링테스트는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일컫어지는 영국의 앨런 튜링(1912~1954)박사가 고안한 것으로, 기계가 얼마나 인간에 가까워졌는지 측정하는, 다시 말해 사람 같은 지능을 지녔는지 판별하는 하나의 지표입니다. 질문 및 대화를 통해 기계가 인간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립니다. 

물론 당시에도 우크라이나 13살 소년으로 세팅돼 있어 영어가 서툴다느니, 5분 테스트가 너무 짧아 부정확하다느니 말들이 많았고, 아직 지성까지 지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상당했습니다. 

그런 인공지능(AI)이 최근 세상을 뒤집어놓을 것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2018년 1월 현재 인간처럼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AI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튜링의 업적에 자극 받은 많은 컴퓨터 과학자들이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 컨퍼런스에 모여 처음 AI용어를 사용한지 6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왜 AI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꼬마 아이가 고양이 한마리를 보고 고양이 전체를 이해하듯이 지금은 컴퓨터가 유튜브에 있는 방대한 동영상 데이터를 자율적으로 학습해 개와 고양이를 구별해 낼 수 있게 됐습니다. 벽돌깨기 비디오게임에서 보듯 사람이 규칙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컴퓨터가 게임을 하면서 규칙과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사람보다 더 높은 점수를 올립니다. 

이른바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이를 심화시킨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덕분입니다. 2006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팀이 인간 두뇌를 모망한 신경망 연구에서 돌파구를 연 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빌 게이츠는 "러닝 머신에서의 돌파구는 마이크로소프트 10배의 가치가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물론 아직 사람처럼 대접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대화하는 능력, 문장을 해독하고 사물을 판별하는 능력, 정보를 찾고 이를 통해 판단· 추론하는 능력 가운데 하나 또는 몇가지가 일상생활에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급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진이나 이미지를 인식하고, 이메일을 이해해 답장하고, 책에 있는 2차 방정식을 읽어 계산까지 하는, 이른바 보고 듣고 읽는 게 사람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계산만 잘하는 줄 았았던 컴퓨터의 놀라운 변신이지요. 물론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단계는 아직 아닙니다. 생각하는 단계는 한참 더 멀었습니다. 하지만 웬만한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구글은 "앞으로 5년 안에 사람과의 효과적인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IT업계의 거인들 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도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컴퓨터 '대화 엔진'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입니다. 

지난해의 AI가 맛뵈기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美 CES(가전·전자기술박람회)에 대거 신기술과 제품이 출시되는 것을 계기로 우리네 일상속으로 봇물처럼 밀려들 것으로 보입니다. AI가 단순히 효율적인 존재를 넘어 인간과 잘 소통하는 감성을 지닌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감정을 가진 로봇이 일본에서 이미 등장한 것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Pepper)가 그것인데요. 상대방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감정을 읽어내는 '감정인식 엔진'과 무관심하게 내버려 두면 기분 나빠하거나 시무룩해 하고 웃으면 본인도 기분 좋은 반응을 보이는 '감정생성 엔진'을 탑재한 것입니다. 

인간의 비서 내지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인간과 공존하려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러다가 슬슬 인간의 영역까지 넘보면서 주인자리를 꿰차는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2045년경에나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며 세계가 급변하는 '싱글래리티(Singularity·기술적 특이점)'가 일어난다고 美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주장했지만, 모를 일이지요. 미래의 변화는 예상보다 빨리 오는 법이니까요. 

당장 올해부터 한층 진전된 AI를 만날 것이 분명합니다. 스마트폰을 쓰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는 물론이고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비서 역할을 갈음하는 챗봇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순히 일정을 알려주는 정도를 넘어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기능까지 탑재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어나 중국어를 못해도 서로 이어폰 하나만 끼고 있으면 외국인과의 대화에 불편함이 없는 상황이 도래했습니다. 취직과 이직도 상사나 동료가 아닌 AI가 조언하고, 연인이나 결혼상대를 매칭할 때도 AI가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입니다. 

일상이 뒤집어지는 경험, 낯설면서도 즐겁고 신기하면서도 왠지 어색한 일들이 속출하는 상황을 미리 짚어봤습니다. 13세 소년 유진이 얼마나 어엿한 청소년으로 성장해 있을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입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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