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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100년 만에 ‘중력파’ 존재 입증 ··· 금세기 최고의 과학 발견
  • 강병용 기자
  • 승인 2017.12.02 09:39
데이비드 라이츠(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 박사가 기자회견에서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캡처)

“여러분, 우리가 중력파를 찾았습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Ladies and gentlemen. We have detected gravitational waves. We did it!).”

2016년 2월 12일, 미국 라이고(LIGO) 실험 책임자인 데이비드 라이츠(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 박사가 기자회견에서 중력파 검출 성공을 발표했다. 라이츠 박사의 발언 직후 기자회견장에서는 커다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력파는 시공간이 출렁이는 파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충돌할 때 발생하여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고 예측되어 왔다. 중력파의 존재를 처음 주장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고 1년 뒤 빛의 속도로 전달되는 중력파를 예측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력파는 힘이 극히 미약한 관계로 검출이 어려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론만으로 존재하던 중력파가 100년 만에 입증된 것이다.

블랙홀 충돌이 보낸 짧은 신호

이번에 중력파를 검출한 시설은 미국 워싱턴주와 루이지애나주에 각각 위치한 길이 4㎞에 이르는 ‘L’자형 진공터널인 ‘라이고(LIGO)’다. 라이고는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해 중력파가 지나가면서 만든 공간의 길이 변화를 측정해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에 있는 중력파 관측소 라이고 (라이고 제공)

라이고 연구단이 이번에 관측한 중력파는 2015년 9월 14일 탐지됐다. 지구에서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2개의 블랙홀이 점차 가까워져 충돌할 때 약 0.15초 동안 중력파가 발생하였는데 라이고 검출기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잡아낸 것이다. 분석 결과 태양 질량 36배의 블랙홀과 29배의 블랙홀이 충돌하여 하나로 합쳐졌으며, 합쳐진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62배였다. 이때 유실된 태양의 3배 정도의 질량이 중력파라는 에너지로 빠져나온 것이다.

이번 중력파 관측 성공은 금세기 최고의 과학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천체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으로 볼 수 없었던 초신성 폭발, 블랙홀 생성, 중성자별의 병합 등 중요한 현상들을 중력파 관측을 통해 이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로가 인정되어 라이고 연구팀의 과학자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시, 킵 손은 2017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왼쪽부터 배리 배리시, 킵 손, 라이너 바이스(라이고 홈페이지 사진 캡처)

이번에는 중성자별 충돌이다

최초의 중력파 검출 후 3차례 더 블랙홀 충돌 중력파를 검출했다. 블랙홀 충돌 중력파 검출은 더는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천문학자들은 조만간 중성자별의 충돌에 의한 중력파를 검출하게 될 것이라 확신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중성자별의 충돌은 블랙홀 충돌과는 달리 중력파뿐만 아니라 감마선, 가시광선 등 다양한 파장이 나올 것이므로 이에 대한 관측으로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예측되었던 우주의 여러 현상을 실제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 8월 17일 밤 9시 41분(한국시각) 미국과 유럽의 지상 중력파 검출 시설에 한 짧은 중력파가 포착됐다. 이 중력파는 ‘GW170817’이라 이름 붙여졌다. 이어 2초 뒤 감마선 신호가 역시 짧게 우주망원경에 잡혔으며 11시간 후에는 가시광선이 관측됐다. 우주 관측의 새 역사가 쓰이는 순간이었다.

이번 중성자별 충돌 관측 상황을 시간별로 요약한 그림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중력파 신호(GW170817) 검출 소식이 즉시 연구자네트워크를 통해 전해지자 우리나라를 포함 세계 45개 나라의 3500여 과학자들이 관측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번 중력파(GW170817)는 지구로부터 약 1억3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태양 질량의 1.17~1.60배인 중성자별 2개가 서로 중력에 이끌리다 빠르게 충돌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판명됐다. 기다리던 중성자별 충돌 중력파를 드디어 만난 것이다.

중성자별 충돌 관측의 성과

중성자별 충돌 중력파 관측의 성과는 매우 크다. 우선 이번 관측을 통해 중력파가 이론대로 빛의 속도로 전달된다는 것이 확인했다. 그리고 감마선 폭발의 원인도 밝혀졌다. 하루에 평균 한두 번 이상 관측되는 감마선 폭발은 엄청난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이번 관측을 통해 중성자별의 충돌과 같은 급격한 질량 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또한, 중성자별의 충돌이 킬로노바(kilonova)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연구진이 크게 이바지 했다. 중력파가 관측된 지 약 21시간 후부터 임명신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우리 연구진은 GW170817에 대한 추적 관측을 했다. 여기에는 한국천문연구원이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칠레에서 운영하는 KMT 넷 망원경과 서울대가 호주에서 운영하는 이상각 망원경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KMTNet이 3주간 24시간 연속 관측한 추적자료는 GW170817이 킬로노바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을 밝히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됐다. 킬로노바는 신성(nova)의 1000배 정도 에너지를 내는 현상으로, 신성과 초신성(supernova) 사이에 해당한다. 이제까지 이론적으로만 알려졌던 킬로노바가 증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번 중성자별 충돌에서 금이나 백금 같은 중금속이 다량으로 만들어진 것도 확인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 중 수소와 헬륨은 우주 탄생(빅뱅)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철보다 무거운 물질들은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주장 속에 중성자별의 충돌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관측을 통해 중성자별의 충돌 시에 중성자가 빠르게 합쳐지면서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확인된 것이다.

중력파, 천문학의 새 시대를 열다

중력파의 검출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100년 만에 입증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우주를 관측하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전자기파에 의존했던 천문 관측이 이제 중력파라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됨으로써 다중신호 천문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전파망원경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우주는 빅뱅 후 38만 년 이후부터다. 반면 중력파는 빅뱅이 일어난 직후부터 볼 수 있다. 즉, 중력파 관측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내지 못한 우주 탄생의 과정을 밝혀낼 수 있다.

이형목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서울대 교수)은 "천문학의 난제였던 중성자별 충돌 현상을 이번에 단숨에 규명한 것처럼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를 통해서 우주론, 중력, 밀집 천체 등의 천체물리학 제반 연구 분야에서 획기적인 발견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성자별 충돌과 킬로노바

강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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