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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싼자에서 온 편지(2)
  • 윈자오(雲昭.작가)
  • 승인 2017.11.13 21:55
미국의 지방언론사 ‘오레고니언’은 2012년 12월 24일, 미국 오리건주에 사는 줄리 키스(Julie Keith) 씨가 중국 마싼자에서 온 구조요청 편지를 발견한 사실을 보도했다.(웹페이지 캡처)

서 론

1

미국 오리건 주. 2012년 10월.

드디어 찾았다! 검고 노란 줄무늬 상자 위에는 먼지가 한층 쌓여 있었다. 이것은 할로윈데이 장식품 세트였다. 졸리 키스 씨가 1년 전 케이마트(Kmart)에서 구입한 뒤 줄곧 창고에 방치해 두었다.

며칠 뒤면 바로 할로윈데이다. 그녀는 이 장식품이 떠올라 다섯 살 된 딸아이의 생일 파티에 사용할 생각이다.

포장지를 뜯어 상자를 열자 뜻밖에 여러 번 꼭꼭 접은 쪽지가 떨어져 나왔다.

“엄마, 이게 뭐예요?” 아이가 쪽지를 집어 들고 물었다.

쪽지를 펼쳐본 키스 씨는 너무 놀라 아이의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이건 구조요청 편지였다!

편지의 가장자리에는 흠집이 있었고 깔끔하게 세 번 접혀있었다.

편지에는 미숙한 영어에 중국어가 섞여 있었다.

Sir:

If you occasionally buy this product, please kindly resend this letter to the World Human Right Organization, thousands people here who are under the persecution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 Government will thank and remember you forever.

This product (is) produced by Unit 8, Department 2, Masanjia Labor Camp, Shenyang, Liaoning, China (中国,辽宁,沈阳,马三家劳动教养院二所八大队).

People who work here, have to work 15 hours a day without Saturday, Sunday break and any holidays, otherwise, they will suffer tortures (酷刑折磨), beat and rude remark (打骂体罚虐待), nearly no payment (10 yuan / 1 month).

People who work here, suffer punishment 1~3 years averagely, without Court Sentence (unlawful punishment, 非法劳教), many of them are Falun Gong practitioners, who are totally innocent people. Only because they have different belief to CCPG(中共政府), they often suffer more punishment than others.

[번역문]

선생님, 이 제품을 우연히 구입하셨다면 부디 이 편지를 국제 인권단체에 전해주십시오. 중국 공산당 정부로부터 핍박받는 중국인 수천 명이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고 감사해 할 것입니다.

이 제품은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沈陽)시 마싼자 노동교양소 제2수용소(二所) 8대대(八大隊)에서 생산됐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주말 휴식시간이나 공휴일도 없이 매일 15시간씩 일하고 있지만 임금은 거의 없습니다(한 달에 10위안 정도). 만약 따르지 않으면 욕설과 체벌, 학대와 고문을 받아야 합니다.

이들은 대개 법정 판결 없이 1~3년 노동교양을 선고받았는데 그중 많은 사람이 완전히 무고한 파룬궁 수련자들입니다. 그들은 단지 중국 공산당 정부의 신앙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구울(Ghoul, 全食屍鬼)’이라 불리는 이 할로윈데이 장식품을 보고 딸은 기뻐서 환호를 질렀다.

하지만 키스 씨는 제품에 포함된 해골과 작은 비석, 작은 손뼈, 핏자국이 낭자한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공포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키스 씨가 2011년 케이마트에서 산 ‘구울’이라 불리는 할로윈데이 장식품 세트.(작가 제공)

2

베이징. 2012년 12월.

장량(張良)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재로 돌아갔다. 건너편 공원에서 댄스 노래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저녁 무렵, 건너편 공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교댄스를 추고 있었다.

창문을 닫으니 그나마 조용해졌다.

컴퓨터를 켜고 암호화된 디스크에서 VPN 소프트웨어 ‘작은 비둘기’를 누르자 익숙한 화면이 열렸다. 중국에서는 접속이 차단된 뉴스 사이트였다.

순간, 한 편지 사진이 장량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편지를 알아보았다. 편지 가장자리에 있는 흠집까지 알아볼 수 있었다. ‘이럴 수가! 정말 이 편지를 누군가가 받아 봤다는 건가?’ 그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놀랍고도 기뻤지만 차분한 어투를 유지하면서 아내를 불렀다. “리메이(李梅), 이리 좀 와 봐요.”

아내는 빨간 체크무늬 잠옷을 입은 채 푹신한 침대 맡에 기대 누워 이따금 깔깔깔 웃는 소리를 냈다. 발밑에는 늙은 강아지가 조용히 누워있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침실에서 한창 인기리에 방영 중인 남녀 맞선 프로그램 ‘쉬즈 더 원(非誠勿擾, If You Are The One)’을 보고 있었다. 아내는 방해받지 않기를 원치 않았다.

장량이 다시 불러서야 아내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서재에 나타났다.

“이 편지 내가 쓴 거예요.” 장량은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해외에서 난리가 났어요.”

이것은 한자가 섞인 영문 평지였다. 그녀는 영어는 잘 모르지만 중국어는 눈에 익은 남편의 필체였다.

‘마싼자 노동교양소 제2수용소 8대대!’ 아내도 알고 있다. 3년 전 남편이 그곳에 갇혀있던 남편에게 옷을 부쳐준 적이 있었다.

순간 얼굴에 긴장과 초조함이 아내의 얼굴에 돌아왔다. 그녀는 장량에게 얼굴을 돌려 말했다.

“아이구, 위험해지는 거 아니죠? 또 당신을 잡아가는 거 아니죠?”
 

3

‘편지 쓴 사람이 잡혀가면 어떻게 되지?’ 멀리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키스 씨는 이렇게 우려하기도 했다.

작은 포도잎 무늬 벽지로 꾸며진 넓은 주방에서 키스는 컴퓨터 앞에 앉아 구글에 ‘Masanjia(마싼자)’를 검색해 보았다. 결과는 소름 끼칠 정도였다.

선양, 마싼자. 미국에서 9천 킬로미터 떨어진 멀고 추운 중국 동북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Made in China’, 이것이 그녀가 중국에 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이 구조요청 편지는 마치 신비로운 표류병이 태평양을 건너는 것처럼 감옥을 둘러싼 겹겹의 철문과 세관의 촘촘한 관문을 뚫고 중국을 빠져나와 4년이란 길고 긴 모험 여행을 거쳐 끝내 그녀의 손을 선택해 펼쳐지게 되었다!

그녀는 외면할 수 없었다. 편지에 담긴 내용은 너무나 중대하고 생소했기 때문이다.

인권단체를 찾아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소셜미디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10월 말, 페이스북에 편지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I found this in box of Halloween decorations that I just opened. Someone in a Chinese labor camp asking for help. I am going to do as they asked, I will turn this over to a Human Rights Organization.

No matter how screwed up I feel our political system is, there is one thing I know for sure… God Bless the USA!

[번역문]

방금 열어본 할로윈데이 장식품에서 이런 게 나왔습니다. 중국의 한 노동교양소에 있는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요청에 응하기 위해 편지를 인권단체에 전달할 것입니다.

우리 정치체제가 얼마나 엉망일지는 모르지만 저는 이 일만은 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신이 미국을 가호한다는 것을!
 

4

또, 잘 알고 지내던 수련자 두 명이 실종되었다. 며칠 전 장량이 만난 사람들이었다. ‘18차 당대회 안보(安保)’ 기간 동안 베이징에서만 이미 수십 명 체포되었다. 이것은 방금 그가 인터넷 우회 접속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컴퓨터를 끄고 창문 밖을 묵묵히 내다보았다.

지하 차고 옆 대형 게시판 앞에서 붉은 완장을 찬 치안 요원들이 한가롭게 떠들고 한 아이는 킥보드를 타면서 ‘18차 당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열렬히 경축합니다’라는 플래카드 앞을 지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앞에서 뛰는 큰 개의 목줄을 붙잡고 바싹 쫓고 있었다.

당국은 이번 ‘18차 당대회’ 기간에 “목숨을 걸고 보위하라”고 외쳤다. 거리에 있는 사람 10명 중 1명은 안보요원이었다. 혹시나 반정부 전단을 살포할까봐 택시 뒷유리 와이퍼를 강제로 떼어갔고, 버스 창문은 열지 못하게 막았으며 연날리기조차 금지했다. 애먼 비둘기도 새장에 갇혀 나오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과거에 그를 도왔던 대리 변호사도 강제로 베이징을 떠났다.

이 모든 사실은 아내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다. 이런 민감한 날이 올 때마다 아내는 줄곧 안절부절못했다. 장량이 자유를 얻어 부부가 안정된 생활을 시작한 지 겨우 2년째였다.

‘18차 당대회’가 드디어 끝나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으려던 아내는 편지 때문에 또다시 가슴을 졸이기 시작했다.
 

5

미국 <뉴욕타임즈>지는 2013년 6월 12일자 지면 1면과 내지에 마싼자에서 온 구조요청 편지 이야기를 전 세계에 최초 보도했다. 지면 내의 사진은 마싼자 노동교양서와 구조요청 편지를 발견한 줄리 키스 씨.(대기원 자료실)

◇ 언론이 제발 ‘제 2수용소 8대대’에 모자이크 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다. 거기에 재소자가 얼마나 많이 있을지 모르지만 경찰들은 분명 그들을 한 명씩 고문해 편지 쓴 사람을 찾아낼 수 있으니까......

◇ 저 언론들은 정말 경솔하다! 편지의 정확한 출처까지 밝히다니. 그러지 않았다면 편지 쓴 사람을 보호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수치스럽다! 화제가 될 기삿거리에만 신경 쓸 뿐 정작 사람의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소피 리처드슨(Sophie Richardson) 중국 지부장은 ‘편지의 진실성과 출처를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지만, 편지가 묘사하는 정황이 우리가 알고 있는 수용소 정황과 일치한다’라면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응답해달라는 구조 요청이고 곧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 “이런 제품이 정말 중국 노동교양소에서 제조됐다면 미국에 있는 체인 할인점들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 연방 관세법의 307 조항(19 U. S. C. Section 1307)은 ‘강요된 노동에 의하여 채굴, 생산 및 제조된 모든 물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앤드류 무뇨스(Andrew Munoz) 공공사무관은 ICE에서 이미 해당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CNN이 ICE에 이를 확인했을 때, ICE 대변인은 사실 확인을 거부하면서 “이런 의혹은 매우 심각해 조사 최우선 순위에 속할 것이다. 이런 것은 미국 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라고 답했다.”

◇ 마싼자 노동교양소는 랴오닝성 선양시 위훙(於洪) 구(區)에 있다. 기자가 전화로 통화한 교양소의 남성은 제2수용소 8대대 존재를 인정했지만 그 이상의 언급을 꺼리면서 ‘모든 것이 법률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고만 강조했다. 기자가 다시 연락했을 때 남성은 편지에서 묘사한 일은 불가능하다고 반복하면서 더 말하지는 않았다.

◇ 편지의 진실성이 의심스럽다. 노동 교화를 받는 재소자로서 말이 너무 유창하다. 차라리 중국어를 먼저 쓰고 영어로 번역했다면 모를까……

◇ 이 편지는 가짜다! 영어를 너무 잘하잖은가. 게다가 종이도 의심스럽다. 내 아이가 미국의 화교학교에 다니면서 쓰는 공책이 딱 저렇게 생겼다. 아래에 ‘점수’와 ‘학부모 서명란’도 똑같다.

-전 세계 주류 언론의 보도와 SNS 사용자 의견-

카페 안.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방금 나온 <뉴욕타임스>를 보고 말했다. “이 편지 쓴 사람을 보면 정말 좋겠네요. 이 사람을 찾아주실 수 있나요?” 장량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거 제가 쓴 겁니다.”

6

2013년 초 눈이 그친 어느 오후 선양 마싼자.

택시 안에서 한 촬영기자가 차창 너머 노동교양소의 높은 벽을 향해 사진을 찍고 있다.

그 옆에 앉은 장량도 창밖을 내다보았다. ‘노동교양소의 담장은 어째서 그 당시 안에서 본 것처럼 높아 보이지 않을까?’ 그가 이곳을 떠난 지 이미 2년이 되었다.

멀리 바라보니 담장 안의 기다란 두 건물은 낮고 황폐해 보였다. 저 거무칙칙한 3층 건물은 꼭 버려진 건물처럼 보인다. 키스 씨가 산 할로윈데이 장식품은 바로 그곳에서 생산됐다.

오른편 4층짜리 회색 건물은 바로 장량이 몰래 구조 요청 편지를 썼던 곳이다. 건물 한쪽에 커다란 굴뚝이 있지만 인적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게도 많은 사람이 갇혀있건만 밖에서 보자니 텅 빈 것 같다.

그는 멀리 4층 어두컴컴한 창문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 번 창밖을 내다보았다.

주변의 사물이 물러가는 듯 했다. 그는 창 너머 고통에 일그러진 수많은 얼굴이 부르짖으며 구원을 청하는 것 같았다!

그는 안다. 지척의 담장 안에서 아무리 크게 외치더라도 담장 밖 사람들은 들을 수 없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영원히 모른다는 것을. 흡사 온 땅을 두껍게 뒤덮은 눈이 대지의 모든 소리를 흡수하듯 말이다. 그럼에도 작물의 남은 줄기는 역시 눈밭을 뚫고 나왔다. 어렴풋이 드러나는 논두렁이 교양소 담장 밑까지 이어졌다.

그는 당시 창문 밖으로 보았던 논두렁 위를 걸었다. 아직 발길이 닿지 않은 새 눈이 발밑에서 뿌드득뿌드득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추운 벌판은 더없이 광활하고 적막해 보였다.

과거 담장 안에서 보기 어려웠던 햇빛은 지금 눈밭에 반사돼 약간 눈이 부셨다.

태양을 마주하고 한 걸음씩 내딛던 장량은 사실 담장이 아직도 매우 높다는 걸 깨달았다.

윈자오(雲昭.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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