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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비를 내리고, 어머니가 시집을 가다”
  • 강병용 기자
  • 승인 2017.08.08 13:18

살다 보면 상황이 자기 뜻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의지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경우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것보다 하늘의 뜻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럴 때 어울리는 중국의 고사성어가 있다. ‘천요하우, 낭요가인(天要下雨 娘要嫁人)’이라는 말이다. 이는 ‘하늘이 비를 내리고, 어머니가 시집을 가다’는 뜻인데, 이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자.

옛날 중국에 주요종(朱耀宗)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일찍이 그의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 진수영(陳秀英)이 홀로 요종을 길렀다. 요종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글 읽기를 좋아했다. 어머니 진수영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장문거(張文擧)라는 유명한 학자를 초청해 아들을 가르쳤다. 주요종은 마침내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했다.

황제가 그를 부마로 삼고 싶어 그에게 소원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 힘들게 자기를 길러준 어머니 덕분이라며, 어머니를 위한 열녀문을 세워달라고 했다. 황제는 흔쾌히 승낙했다.

주요종은 날듯이 고향으로 달려가 어머니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기뻐할 줄 알았던 어머니는 오히려 깜짝 놀라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말을 하였다. “열녀문이라면 받아들일 수가 없구나. 네가 장성하고 장원급제까지 했으니 나는 이제 개가하여 내 인생을 살겠다.”

“네? 개가하신다고요? 벌써 혼인을 약조하신 분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렇다. 그분은 바로 너의 스승 장문거 선생이시다.”

주요종을 가르치면서 매일같이 얼굴을 대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흠모하게 되었고, 주요종이 과거에 급제하자 결혼하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주요종이 어머니에게 간곡히 요청하였다. “하지만 어머니, 그렇게 되면 저는 황제를 농락한 죄인이 됩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십시오.”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아들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는데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장문거와의 약속을 내팽개칠 수도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어머니는 치마를 내어주면서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하늘의 뜻에 따르도록 하자. 이 치마를 빨아서 마당에 널도록 해라. 내일 아침까지 이 치마가 다 마르면 나는 개가를 포기하겠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나는 결혼할 것이니 너도 반대하지 말아다오.”

아들은 그날 날씨가 매우 화창했기에 치마가 충분히 마를 것으로 생각하고 어머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새벽 무렵이 되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폭우가 쏟아졌다. 아침에 보니 치마는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하늘이 비를 내리니 이 어미는 시집을 가야겠다. 하늘의 뜻이니 거스를 수 없다.”

주요종은 어쩔 수 없어 어머니의 혼인을 받아들이고 황제에게 돌아가 자초지종을 아뢰고 벌을 내려달라고 했다. 이야기를 들은 황제는 “네게는 아무 죄가 없다. 하늘이 맺어 준 혼인이니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라면서 그를 용서하였다.

흔히 부부의 연은 하늘이 맺어준다고 한다. 혼인 같은 대사는 인연에 따라야지 인간의 욕심으로 성사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어디 혼사만 그럴까? 인간사 모든 일에 적용되는 도리가 아닌가?

무슨 일이든 되고 안 되고는 전생에 쌓은 덕(德)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 있다. 무턱대고 구한다고 해서 손에 쥘 수 있는 게 아님을 모르고 죽어라 악을 쓰는 것이 문제이고, 그래서 안 되면 상심하거나 분노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 이것이 좀 더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강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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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종#열녀문#진수영#장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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