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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상도(商道)란 무엇인가
  • 편집부
  • 승인 2017.03.20 10:36
대기원

한 서생이 과거 시험에 응시했지만 낙방했다. 매정한 세상에 염증을 느낀 서생은 출세를 포기하고 속세의 욕망을 비우기 위해 수행길에 나섰다.

그는 소문을 통해 산 속 동굴에 사는 도인을 알게 되었다. 도인을 직접 찾아가 배움을 청했다. 도인은 기쁜 마음을 숨기며 그를 힐끗 보았다.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나는 돌을 금으로 바꿀 줄 알며 하늘을 날며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서생은 망설이지 않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는 그저 도(道)를 닦고 싶을 뿐입니다." 도인은 이를 수락했다. 그는 매일 도에 대해 배웠고 참선과 선정을 통한 수련에 거듭했다.

몇 년이 이렇게 흘렀다. 도인은 서생을 불렀다. "나는 장대한 천궁을 세우고 싶지만 자금이 부족하다. 네가 하산하여 번화가에서 볼에 바르는 연지를 팔아라. 밤에는 동굴로 돌아와 부족한 참선과 수련을 보충하여라." 서생은 제자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도인의 말을 따랐다. "그런데 저에게는 볼연지를 살 돈이 없습니다. 어디서 구하면 좋겠습니까?" 도인이 한 무더기의 돌을 가리켰다. 돌은 순식간에 수백 상자의 고급 볼연지로 바뀌었다. 이 모습을 본 서생은 의문을 가졌다. 도인은 돌을 금으로 만들 수 있으면서 왜 자신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행자의 태도를 버리지 않고 스승의 명령을 받들었다.

그 날부터 서생은 볼연지 상자를 메고 산을 내려갔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호객 행위를 하기 부끄러워했다. 소리를 질러 사람의 이목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일부러 사람의 왕래가 없고 조용한 곳을 찾아갔지만 이마저도 힘들었다. 모기 소리 같은 목소리로 "볼연지, 볼연지 팔아요." 하고 말했다.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할 정도였다.

먼 곳에서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도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도를 닦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생이 세속의 사람들을 너무 두려워했던 것이다. 도인은 험상궂은 얼굴의 도축업자로 변신했다. 그는 칼을 품에 안고 서생에게 소리 쳤다. "무엇을 하고 있나!" 서생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볼연지를 팔고 있습니다." 도축업자는 서생의 얼굴에 칼을 겨누며 외쳤다.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아!" 칼을 보자 서생은 더욱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볼연지를 팔고 있습니다." 도축업자가 서생을 째려보았다. "장사를 할 결심이라면 소리를 질러라. 지금 네 목소리는 이 동네의 누구한테도 들리지 않아. 목소리가 다시 작아진다면 볼연지를 모두 부숴버릴 것이다."

서생은 거리를 둘러보았다. 도축업자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의심이 생겼지만 볼연지를 팔지 않으면 도인의 소원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이 더 앞섰다. 서생은 내성적인 성격을 떨쳐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큰소리로 호객행위를 했다.

세속에 몸을 담게 되면서 서생은 다양한 일을 겪고 여러 모습을 마주쳤다. 남의 험담을 하는 사람, 싸움을 하는 사람, 노닥거리는 사람, 아이의 울음소리, 건달이 떠드는 소리. 그는 마음의 평정을 되찾기 힘들었다. 매일같이 번뇌로 들끓었다. 동굴로 돌아와 좌선을 했지만 이를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하지만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할 수는 없었다. 혼자 고민하면서 깨닫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겨우 깨달음을 얻었다. 수행하는 자의 마음이 언제나 도를 향해 있다면 세속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져도 세속의 번뇌가 깃들 틈이 있을 리 없었다.

한 달이 흘렀다. 서생은 볼연지를 하나도 팔지 못했다. 장사가 수련보다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도인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도를 닦기 위해 마음을 다해야 되는 것처럼 장사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우선 어떤 사람들이 볼연지를 구매하는지 파악했다. 민가의 부인, 양반의 부인, 기생, 궁궐의 왕비였다. 그들은 모두 여인들로, 도를 닦는 수련자로서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혹시 여색을 탐하기라도 한다면 그동안의 수행은 모두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장사꾼으로서 그들에게 볼연지를 권하고, 어울리는지, 깔끔한지 말해야만 했다. 서생은 고민 끝에 결정했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세속의 사람에 불과해. 나는 도를 닦는 자이며 이미 세인을 넘어섰어. 세속의 어느 누구도 수련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 없어.’ 이때부터 그는 사람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으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다가가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의 어떤 유혹 앞에서도 당당하게 행동했다.

장사로 고생하는 서생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천궁의 여신이 있었다. 어느 날, 여신은 소녀로 변신하여 세상으로 내려왔다. 수줍은 얼굴로 서생에게 다가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항상 도에 향해 있던 서생은 태연하게 맞았다. 여신은 늙은 귀부인으로 변신하여 다시 서생에게 갔다. 그는 마찬가지 태도로 손님을 대했다. 귀부인이 볼연지를 얼굴에 붙이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귀부인이 젊은 여인으로 바뀐 것이었다. 이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볼연지를 구입했다. 소문은 순식간에 전 지역으로 퍼졌다. 그리고 황태후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황태후는 백 냥에 달하는 거금으로 서생의 볼연지를 모두 사들였다. 서생은 도인의 소원이 이뤄줬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귀가를 서둘렀다.

그런데 그 길에서 도적떼가 꽃을 따던 소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여성에게 정조를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는 장기간의 호객행위를 통해 다져진 목소리로 외쳤다. 목소리는 징처럼 울리며 군인의 귓전을 때렸다. "내가 백 냥의 돈을 주겠다! 소녀를 풀어줘라!" 도적떼가 환호하며 소녀를 풀어주었다.

백 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서생은 스승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도인은 이미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여러 인물로 변신하여 서생을 지켜보았던 것이다. 서생이 잘못이나 실수를 하면 당장 이를 지적하고 충고했다. 도인은 서생의 이야기를 담담히 듣고 있다가 하늘을 가리켰다. 천궁이 나타났다. 도인이 말했다. "자네 덕분에 천궁은 이미 세워졌다네. 볼연지 장사가 마지막 수련이었네. 자네는 세속에 좌우되지 않고 수련을 성취했어. 그러니 이 천궁은 오로지 자네 힘으로 지은 것이지." 서생은 꿈에서 깬 듯 모든 일을 깨우쳤다. "이것이 진정한 상도(商道)였구나!"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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