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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배는 벌어야 본전? 수익 구조로 보는 영화산업 이야기
  • 석주원 객원기자
  • 승인 2016.04.25 11:24
얼마 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개봉한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영화가 하나 있다. 국내에서도 상영관 독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그 주인공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8억 달러라는 큰 수익을 올렸는데, 투자 대비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영화산업에서 만족할 만한 수익이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메인

할리우드 영화의 고민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인 소비가 가장 많은 문화 콘텐츠 중 하나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연간 영화관람 횟수는 2014년 기준 4.19회로, 아이슬란드의 4.0회, 싱가포르 3.9회, 미국 3.6회 등을 넘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영화를 보는 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영화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매출 규모는 2014년 상영관 매출로만 1조 6,641억 원으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영화시장의 달라진 위상은 최근 수년간 영화 홍보를 위해 공식적으로 방한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숫자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물론, 할리우드 스타들의 외국 나들이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스타 마케팅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추세다. 이는 제작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할리우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상업 영화의 중심지로 어마어마한 자본이 몰리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제작비가 100억 원만 넘어도 많은 관심을 받지만, 할리우드에서는 1,0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가 수두룩하다. 서두에 언급한 <배트맨 대 슈퍼맨>은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로, 공식 발표로만 2억 5,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800억 원이 넘게 사용됐다. 그리고 이와 별도로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홍보ㆍ마케팅 비용이 1억 5,000만 달러에 이른다. 모두 총 4억 달러가 제작비로 쓰인 셈이다. 미국 영화 시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내수 시장만으로 이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할 수는 없다. 결국, 제작비를 건지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미국 외 시장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고, 스타들의 외국 나들이도 잦아진 것이다.

영화 제작비의 구성

 

한국 영화 중 역대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 순수한 제작비만 437억 원이 들었다. 한국 영화 중 역대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설국열차>. 순수한 제작비만 437억 원이 들었다.

 
영화의 제작비는 어떻게 책정되고, 사용될까? 제작비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아야 한다. 영화산업은 크게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의 4단계로 나누어진다. 영화의 규모에 따라 필요한 제작비는 각기 다르지만, 어쨌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투자자를 모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초기 콘셉트 기획이나 시나리오를 보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주 투자자가 공동 투자자를 모으는 형태가 많다. 산업으로서의 영화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에 다수의 투자자를 통해 위험 부담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형 배급사, 전문 투자사 등이 공동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가 결정됐으면 본격적인 제작 과정에 들어간다. 기획, 시나리오, 콘티 등의 기초 작업과 배우를 캐스팅하고 실제로 촬영하는 작업, CG 작업, 편집 및 수정 작업 등이 모두 제작의 영역이다. 보통 제작비라 하면 바로 이 단계에서 사용되는 모든 비용을 의미한다.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 제작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CG 작업이라고 한다. 이는 CG의 비중이 높은 영화일수록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건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어마어마한 스타급 배우의 출연료뿐 아니라 수많은 조연 및 보조출연자들의 출연료, 감독을 비롯한 촬영 관계자들의 인건비도 상당하다. 영화가 끝난 후 올라가는 스태프 롤을 생각해보자. 거기에 언급된 이름들과 스튜디오 목록들은 제작비가 사용된 내역서나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원작 혹은 시나리오에 대한 저작권료, 음악 작업 비용, 세트 제작 및 스튜디오 비용 등을 모두 합쳐 제작비가 결정된다. 제작비의 구조를 대략적으로만 살펴봐도 다수의 특급 스타들이 등장하고, 대량의 CG 작업이 추가되는 슈퍼 히어로 영화들의 제작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수익배분과 손익분기점

영화의 수익은 영화관 입장권 수익과 2차 미디어 시장에서의 수익으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2차 미디어 시장은 영화관 수익의 20%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영화관에서 승부를 걸지만, 콘텐츠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미국이나 일본 등은 2차 미디어 시장이 더 크다. 다만, 2차 미디어 시장은 부가 시장으로 분류하므로, 영화의 흥행을 이야기할 때는 입장권 수익만을 집계한다. 흥행에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들은 입장권 수익만으로 적게는 제작비의 3~5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해 본전도 찾지 못하는 영화 역시 부지기수다. 특히 1,000억 원 이상이 투자된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에서 실패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대부분 2차 미디어 시장에서 본전을 회수하게 된다.

영화산업의 손익분기점은 보통 총투자금액의 2배로 잡는다. 그 이유는 입장권 수익의 절반 정도가 영화관의 몫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영화관의 몫을 뺀 나머지 수익을 배급사, 제작사, 투자자 등이 나누어 가진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제작비와 홍보ㆍ마케팅비를 합쳐 총 4억 달러가 투입됐다. 즉, 못해도 8억 달러는 벌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현재 겨우 손익분기점은 넘은 상태다.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지만,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한편, 지금과 같은 영화의 제작 및 유통 구조 속에서 가장 손해를 덜 보는 곳은 영화관과 배급사들이다. 이미 구축된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투자비용은 발생하지 않으면서 수익은 나눠 가지니, 손익분기점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물론, 과도한 상영관 배치가 부메랑이 되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지만, 직접 자금을 투자한 사업자의 손해에 비하면 가벼운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관과 제작 및 배급사 사이에서는 수익배분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석주원 객원기자  stonepillar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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