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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청담동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쇼핑 공간
  • 생활부
  • 승인 2015.10.27 13:40


 하우스 오브 디올의 5층에 자리 잡고 있는 카페 디올의 모습. 프랑스 패스트리 셰프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가 운영하는 카페로 감각적인 에르메의 메뉴들로 인해 카페는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노블레스 매거진) 하우스 오브 디올의 5층에 자리 잡고 있는 카페 디올의 모습. 프랑스 패스트리 셰프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가 운영하는 카페로 감각적인 에르메의 메뉴들로 인해 카페는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 몇 년 사이 슬로우 쇼핑이 하나의 문화처럼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슬로우 푸드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던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이제 느림의 미학은 빠른 유행의 흐름을 선도하는 패션업계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하나의 문화적 행태가 되었다. ‘슬로우 쇼핑’이라 함은 말 그대로 천천히 느긋하게 쇼핑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존의 쇼핑 방법이 어떤 품목을 구입하는 것 자체만을 목적으로 했던 것과 달리 쇼핑을 하나의 문화적 행위로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옷이나 여타 패션 아이템들을 구입하러 왔다가 미술 전시를 관람 한다든가, 반대로 전시를 보러 왔다 쇼핑을 하는 것, 혹은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은 후 같은 공간에 있는 패션 아이템들을 보며 쇼핑을 하는 식이다. 패션업체들에 있어 슬로우 쇼핑은 한 공간 안에 오랫동안 사람들을 묶어둠으로써 매출을 올림과 동시에 브랜드 충성도를 쌓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평소 고가의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 망설여지는 고객들의 경우 커피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는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하고 매장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렇듯 다양한 매력을 지닌 슬로우 쇼핑을 표방하는 매장들이 청담동을 중심으로 속속 늘어가고 있는데, 이들 중 특히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몇 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
10 Corso Como Seoul

슬로우 쇼핑을 말할 때 10 꼬르소 꼬모를 빼놓을 수 없다. 1990년 밀라노 꼬르소 거리에 문을 연 편집 숍이자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한 이곳은 이탈리아 보그와 엘르 등에서 19년 동안 패션 저널리스트로 일 해온 까를라 소짜니의 철학과 안목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다. 패션 도시로 익히 알려진 밀라노 외에 첫 해외 지점을 연 곳이 바로 서울의 청담동 매장이다. 가수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에도 나와 화제를 모았던 이곳은 2008년 오픈이래 소짜니의 취향과도 맞아 떨어지는,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ia)를 비롯한 자신만의 색깔과 철학을 가진 해외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를 소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들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밀라노와 서울 양 도시의 패션교류에 앞장서며 문화 사절단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패션 사진계의 거장 파올로 로베르시(Paolo Roversi)와 피터 린드버그(Peter Lindbergh) 등의 전시회를 개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총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1층엔 각종 인테리어, 리빙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서점과 카페, 레스토랑 등이 위치한다. 2층과 3층에는 여성 의류를 비롯해 쥬얼리와 패션잡화 등이 판매되고 있고, 3층 코너에 나있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남성 의류와 액세서리 또한 볼 수 있다. 남성 매장의 경우 건물 밖에서 바로 통하는 계단이 있어 굳이 건물 내부로 입장하여 다른 매장들을 거쳐 가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고객들에게 편리하다. 덧붙여 1층 레스토랑의 밖에 있는 작은 야외 정원은 요즘처럼 한낮의 햇볕이 따스하게 느껴지는 계절에 잠시 쉬어가기 좋다.

하우스 오브 디올
House of Dior

하우스 오브 디올의 계단과 요람 메보라크 오요람(Yoram Mevorach Oyoram)의 비디오 설치물. (노블레스 매거진) 하우스 오브 디올의 계단과 요람 메보라크 오요람(Yoram Mevorach Oyoram)의 비디오 설치물.
최근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또 다른 패션 복합문화공간인 하우스 오브 디올은 한마디로 ‘블링블링’, ‘러블리’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곳이다. 마치 커다란 꽃봉오리를 연상시키는 건물의 외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크리스챤 드 포잠박(Christian de Porztzamparc)이 맡았으며, 인테리어 역시 유명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참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시아의 심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며 5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은 하우스 오브 디올은 지상 5층과 지하 1층의 구조로 되어있다. 먼저 매장의 입구에 들어서면 프랑스 조각가 클로드 라란(Claude Lalanne)의 나뭇가지와 은행잎을 엮어 만든 듯한 벤치가 이곳을 방문하는 고객들을 맞는다. 또한 천장에 설치된 이 불(Lee Bul) 작가의 작품은 1층 매장 곳곳에 진열된 가방 및 액세서리 등과 어우러져 매장에 깊이감과 무게감을 한층 더해 준다. 매장안쪽으로는 화려한 쥬얼리와 향수 코너가 조명 아래서 한층 빛을 발하고 있어 여성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시작하여 2층에는 파인 쥬얼리가, 3층에는 여성복과 신발 코너가 있다. 4층은 프라이빗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VIP 전용 라운지와 갤러리가 있는데, 현재 디올의 ‘레이디 백(Lady Dior Bag)’을 주제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갤러리 내 안내 직원의 친절한 설명으로 전시된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5층엔 인기리에 운영되고 있는 프랑스 페이스트리 셰프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가 운영하는 카페 디올이 있다. 카페 메뉴에는 마카롱,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 뿐 아니라 카페 디올 만의 스페셜 음료가 포함될 예정인데, 높은 가격으로 뭇매를 맞기도 하지만 감각적인 에르메의 메뉴들로 인해 카페는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화사한 카페 디올의 야외 테라스에서 서울 도심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는 지친 일상의 오아시스와 같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지하에 자리하고 있는 남성 매장은 최근 새로 영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아쉐(Kris Van Assche)의 다채로운 남성복 라인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하우스 오브 디올’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건물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와도 같이 시각적인 볼거리와 함께 달콤한 미각의 경험까지도 제공하는 디올 매장은 올 가을 한번쯤 시간을 쪼개 들러 볼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장소이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Maison Hermès Dosan Park

도산 공원 입구와 접해 있는 메종 에르메스는 화려한 하우스 오브 디올과 달리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고 우아함이 돋보이는 매장이다. 18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명품 가죽 브랜드 에르메스는 1997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이래 2006년 파리, 뉴욕, 도쿄에 이어 네 번째 메종을 서울에 오픈했다. 8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메종 에르메스는 지속적인 변화를 줘왔는데, 최근에는 지하 1층으로부터 지상 3층에 걸쳐 다양한 볼거리를 방문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가죽 가방과 팔찌, 지갑을 포함한 가죽 소품들, 그리고 실크 스카프는 매장의 1층에 자리하고 있다. 비록 에르메스의 대표 인기 제품인 벌킨 백(Birkin Bag)과 켈리 백(Kelly Bag)은 진열장에서 볼 수 없을지라도 가방에 최초로 지퍼를 부착한 것으로 알려진 볼리드 백(Bolide Bag)과 린디 백(Lindy Bag)을 포함해 최상급의 다양한 가죽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장인들의 손길이 묻어난 꼼꼼한 바느질은 보고 있노라면 잔잔한 감동과 함께 즐거움을 준다. 2층으로 올라가면 남성과 여성의 의류, 구두 그리고 가방을 포함한 액세서리 등을 진열한 코너와 마주하게 된다. 사실 에르메스하면 워낙 가죽 제품이 유명해 의류를 살펴보는 데는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에르메스의 깐깐한 안목은 의류에서도 예외 없이 발휘된다. 좋은 원단의 감촉을 손으로 느끼고, 마음에 드는 옷은 직접 입어보기도 하며 나와 어울리는 에르메스 스타일을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매장에는 가구를 포함한 리빙 제품들과 아기 용품 등도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지하에는 ‘눈 오는 날 더 멋지다’는 필자의 지인의 평가가 있는 카페 마당과 예술 작품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아뜰리에가 자리한다. 은은한 조명이 인상적인 카페는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듯한 테라 브루치아타(Terra bruciata) 가죽으로 만든 소파와 한국 도자기에 사용하는 유약에서 영감을 받은 색상으로 가구와 실내 장식품들로 꾸며 놓았다. 에르메스는 예술계와도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00년부터 15년째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에르메스 재단은 그간 김범·서도호·박찬경·구정아·김성환 등 현재 한국 예술계를 이끌어 가는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해냈다. 현재 아뜰리에에서는 작가 이수경의 <믿음의 번식>이 전시 중이다. 회화와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하는 이수경 작가의 전시는 오는 12월 2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퀸마마 마켓의 지하 1층. 자연 친화적 가드닝 제품과 식기가 함께 어우러진 코너로 한국적인 느낌의 투박하면서도 은은하고 정갈한 질감과 색감의 식기가 인상적이다. (노블레스 매거진) 퀸마마 마켓의 지하 1층. 자연 친화적 가드닝 제품과 식기가 함께 어우러진 코너로 한국적인 느낌의 투박하면서도 은은하고 정갈한 질감과 색감의 식기가 인상적이다.

퀸마마 마켓
QUEENMAMA MARKET

메종 에르메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퀸마마 마켓은 정원을 모티브로 패션과 자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1994년 여성복 '오브제'를 선보이며 국내 패션 업계에 돌풍을 불러 일으켰던 디자이너 강진영이 뉴욕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디자이너 윤한희와 다시 조우한 퀸마마 마켓은 오픈 전부터 큰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도시생활에서의 느림과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내부 곳곳에 배치된 식물들은 노출 콘크리트 벽과 대조를 이룸과 동시에 묘한 조화를 이룬다. 지하 1층과 지상 4층으로 되어있는 매장은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푸르른 내음이 기분 좋게 방문객을 맞는다. 풀 향기를 맡으며 1층에 진열된 각종 가드닝 제품을 구경한 후 위층 메자닌에 올라가면 비누와 샤워용품을 비롯하여 향수와 디퓨저, 향초의 은은한 향이 1층에서의 기분 좋은 향에 이어서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2층은 7년간의 공백을 뒤로하고 컴백한 디자이너 강진영의 여성복 라인인 'GENE KEI'를, 3층은 좀 더 트랜디한 라인인 'QMM STUDIO'의 여성복과 가방, 신발류 등이 젊은 고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푸르른 도산공원이 내려다보이는 4층의 카페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들 중 하나다. 널찍하게 트인 내부의 공간과 야외 베란다가 바깥의 풍경과 이어져 마치 안과 밖이 하나로 연결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커피는 연남동에서 핸드드립 커피로 잘 알려진 매뉴팩트(Manufact)가 선보이고 있는데, 커피 제조부터 핸드드립까지 품질 좋은 커피를 선보이기 위해 모든 커피 제조과정을 직접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한다. 지하 1층은 자연 친화적 가드닝 제품과 식기가 함께 어우러진 코너로 한국적인 느낌의 투박하면서도 은은하고 정갈한 질감과 색감의 식기가 인상적이다. 안쪽 공간에 꾸며진 화분들은 마치 하나의 작은 공원을 실내에 재현해 놓은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퀸마마 마켓은 하우스 오브 디올처럼 화려하지도, 메종 에르메스만큼 우아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도심 속의 작은 공원처럼 편안하게 구경하고 쉬기에 좋은 공간이다. 올 가을 도산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퀸마마 마켓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퀸마마 마켓의 2층에 자리잡고 있는 'GENE KEI' 매장. 7년간의 공백을 뒤로하고 컴백한 디자이너 강진영의 여성복 라인을 선보이는 코너이다.(노블레스 매거진) 퀸마마 마켓의 2층에 자리잡고 있는 'GENE KEI' 매장. 7년간의 공백을 뒤로하고 컴백한 디자이너 강진영의 여성복 라인을 선보이는 코너이다.

빠른 것이 제일의 미덕이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빨라서 좋은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사람들은 예전보다 조금은 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자 노력한다. 슬로우 쇼핑은 이러한 흐름의 한 반영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자면 이는 명품 소비의 또 다른 단상인지도 모른다. 스위스의 명품 시계나 에르메스 등과 같이 장인들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느림의 미학과 천천히 두루 살피는 슬로우 쇼핑은 왠지 멀리 있는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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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문희 대표
Dickinson’s Room

한문희 대표는 뉴질랜드 메시 대학(Massey University)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뉴질랜드와 영국의 디자이너 밑에서 경력을 쌓았고 현재 패션 브랜드 Dickinson’s Room의 대표 겸 디자이너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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