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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의 취향…그녀들의 영원한, 에르메스(Hermès)
  • 생활부
  • 승인 2015.10.21 13:35
켈리 백(Kelly Bag): 모나코의 왕비가 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에 의해 유명해진 가방으로 국내 유명 연예인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의 첫 여성 총재이자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으로도 유명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역시 즐겨드는 가방이다. (사진=노블레스 매거진 제공) 켈리 백(Kelly Bag): 모나코의 왕비가 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에 의해 유명해진 가방으로 국내 유명 연예인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의 첫 여성 총재이자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으로도 유명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역시 즐겨드는 가방이다. (사진=노블레스 매거진 제공)

지난 편에서 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유층을 기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태리 발렉스트라 가방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실상 명품 가방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에르메스이다. 18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는 변하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최고의 품질, 거기에 고객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로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명품 브랜드가 되었다. 브랜드의 시그니처와 같은 켈리 백(Kelly Bag)과 벌킨 백(Birkin Bag)은 재벌가, 유명 연예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번은 청담동에서 부유층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패션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번 높아진 안목은 내려갈 수 없다. 한번 에르메스에 빠지면 다른 가방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그래서 결국에는 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색상별로 모으게 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싶다. 한때 인터넷 기사를 후끈 달구었던 탤런트 황신혜의 에르메스 사랑과 100개가 넘는 에르메스 가방을 소유하고 있는 빅토리아 베컴의 이야기를 통해볼 때 우리는 에르메스가 단순히 한번 쯤 구입해서 들고 다니고 싶은 가방을 생산하는 브랜드가 아님을 짐작케 한다. 에르메스에는 루이비통이나 샤넬이 가지고 있지 않은 그들만의 특별한 아우라가 있다. 에르메스가 시대를 초월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에르메스는 어떻게 최상급의 명품 브랜드가 되었을까?

켈리 백(Kelly Bag): 모나코의 왕비가 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에 의해 유명해진 가방으로 국내 유명 연예인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의 첫 여성 총재이자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으로도 유명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역시 즐겨드는 가방이다. (사진=노블레스 매거진 제공) 켈리 백(Kelly Bag): 모나코의 왕비가 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에 의해 유명해진 가방으로 국내 유명 연예인 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의 첫 여성 총재이자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으로도 유명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역시 즐겨드는 가방이다. (사진=노블레스 매거진 제공)

시대를 초월한 그녀들의 사랑,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Tierry Hermès)에 의해 창립된 회사로 설립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안장과 마구용품 등의 제작을 멈추지 않은 전통 있는 명품 브랜드이다. 안장에 사용하던 스티치 기법인 새들 스티치(Saddle Stitch)를 다른 가죽 제품이나 여행용 가방 라인 등에 접목시키며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온 에르메스는 2010년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최고 럭셔리 브랜드 5위에 이어 2015년 밀워드 브라운(Millward Brown) 리서치가 발표한 럭셔리 브랜드 가치 순위 2위에 올랐다. 또한 매년 세계 100대 기업 중 하나로 빠짐없이 오르고 있다. 주로 다루는 아이템인 가죽 가방을 비롯, 실크 스카프, 남성 넥타이, 홈웨어, 향수, 시계에 이르기까지 에르메스가 손을 대는 영역은 넓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많은 여성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는 단연 켈리와 벌킨 백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이 들고 나와 주목을 받기도 했던 켈리 백은 연예인들의 각종 행사나 공항 패션 사진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가방 중 하나이다. 연예인들뿐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첫 여성 총재이자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으로도 유명한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역시 이를 즐겨든다. 일명 가방의 대명사라고도 불리는 켈리 백은 원래 사냥을 나갈 때 기수들이 사용하던 새들 캐리어(Saddle Carrier) 백을 모티브로 삼아 1930년경 “쁘띠 삭 오뜨 (Petit Sac Haute)”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을 위해 출시된 가방이었다. 이 가방이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는 1956년 모나코의 왕비가 된 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에 의해서였다. 당시 임신한 자신의 몸을 가리기 위해 사용했던 커다란 사이즈의 가방이 라이프(Life) 지에 실리면서, 일명 “켈리 백”으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알려졌고, 이후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이자 브랜드 미학을 가장 잘 드러내는 제품이 되었다.

“It’s not a bag. It is a Birkin.”

미국의 인기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극중 사만다는 에르메스 매장 직원으로부터 벌킨 백을 구매하고자 하는 대기자 명단이 5년 치나 밀려 있다는 말을 듣는다. 가방 하나를 사는 데 그렇게나 오래 기다려야하냐며 사만다가 놀라자, 직원이 그녀에게 말한다. “이건 그저 단순한 가방이 아닙니다. 벌킨 입니다.” 좀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실제로 벌킨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평균 1-2년의 대기시간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대기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상위에 올릴 수 있는지 노하우를 전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대기자 명단에 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또 다른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벌킨은 켈리만큼이나 잘 알려진 가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홍라희 리움 관장을 비롯해 대상 그룹의 임세령 상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심은하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벌킨을 들었다. 그것의 명칭은 영국 출신의 모델이자 프랑스에서 유명한 가수 겸 영화배우인 제인 벌킨(Jane Birkin)에서 비롯되었다. 벌킨은 1970년대 중반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프랑스 패션의 선두주자였다. 그런 그녀의 이름을 딴 가방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1984년 에르메스의 5대 회장이었던 고(故) 장 루이 뒤마와의 작은 만남에서였다. 당시 뒤마 회장과 같은 비행기의 옆 좌석에 앉아있던 벌킨은 그녀의 밀짚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 소지품들을 죄다 쏟아내었다. 이를 본 뒤마 회장이 그녀를 위해 수납이 잘 되는 검정색 가죽 가방을 제작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상징이자 현재까지도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인 벌킨 백의 시작이었다.

스타일리스트이자 인트렌드의 정윤기 대표는 “일생에 한 번, 단 하나의 백을 선택해야 한다면 단연 켈리와 벌킨”이라고 말하며, 그 이유로 그 안에 담긴 우아한 디자인과 최고급 소재, 그리고 아무나 쉽게 소유할 수 없다는 특별함을 꼽았다. 높은 가격을 지불함에도 몇 년간의 대기 시간을 거쳐야만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에르메스는 그저 단순한 가방이 아니다. 그녀들이 에르메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상징되어지는 무형의 가치 때문이다. 가방이라는 작은 물체 안에 담긴 무형의 가치란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에르메스는 어떻게 이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벌킨 백(Birkin Bag): 평균 1-2년의 대기시간이 필요할 만큼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인기 제품 중 하나로 홍라희 리움 관장을 비롯해 대상 그룹의 임세령 상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심은하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 가방을 들었다. (사진=노블레스 매거진 제공) 벌킨 백(Birkin Bag): 평균 1-2년의 대기시간이 필요할 만큼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인기 제품 중 하나로 홍라희 리움 관장을 비롯해 대상 그룹의 임세령 상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심은하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 가방을 들었다. (사진=노블레스 매거진 제공)

최고의 브랜드가 되기까지

에르메스는 처음 시작부터 귀족들을 상대로 말의 안장이나 마구 용품 등을 제작해 판매하던 명품 브랜드였다. <Made in 브랜드>의 저자 야마다 도요코 교수(일본 아이치 슈쿠도쿠 대학교)는 에르메스의 가방을 이해하기에 앞서 마차를 알아야한다고 이야기 한다. 마차야말로 귀족적 사치품이자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는 것이다. “귀족이 소유하는 마차에는 대개 브랜드 로고와 귀족 가문 문장이 문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이 마차들은 수제품들이었다. 유럽의 귀족적 핸드크래프트는 마차에서 꽃을 피웠다.” 에르메스의 가방은 바로 이 귀족적 사치품을 만드는 기술을 이어받았던 것이다.

에르메스가 주력 생산 품목을 마구 용품에서 현재의 패션 용품으로 전환한 데에는 창립자인 티에리 에르메스의 손자 에밀 모리스 에르메스(Émile-Maurice Hermès)의 선구자적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제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군에 입대 하게 된 에밀은 군에 필요한 마구용 가죽을 사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캐나다로 파견되었는데, 그곳에서 마차가 더 이상 미래의 운송이나 교통수단이 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곧 자동차의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목격했던 것이다. 그는 다가올 대량 생산의 시대에 대비하여 가업으로 이어져오던 에르메스의 운명을 건 대전환을 꾀한다. 놀라운 점은 그가 꾀한 대전환이 시대의 흐름을 따른 대량 생산 체제로의 전환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 인해 수공예품의 가치가 올라가리라 예측하고 수제의 소량 생산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선 왕후와 귀족들을 대상으로 한 장인들의 제품들로 100년 이상 번영을 누려온 에르메스의 가치를 대중에게 인식시킨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한마디로 고급 자동차와 같았던 귀족들의 고급 마차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던 회사가 고급 가방을 만드는 계보를 이어간 것이다. 이렇듯 에르메스는 1920년대에 마구 용품이 아닌 패션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며 새롭게 태어났다.

벌킨 백(Birkin Bag): 평균 1-2년의 대기시간이 필요할 만큼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인기 제품 중 하나로 홍라희 리움 관장을 비롯해 대상 그룹의 임세령 상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심은하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 가방을 들었다. (사진=노블레스 매거진 제공) 벌킨 백(Birkin Bag): 평균 1-2년의 대기시간이 필요할 만큼 에르메스를 대표하는 인기 제품 중 하나로 홍라희 리움 관장을 비롯해 대상 그룹의 임세령 상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심은하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이 가방을 들었다. (사진=노블레스 매거진 제공)

최상의 수공예품을 만드는 에르메스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는 뛰어난 장인들의 확보이다. 명품 브랜드 전문 리서치 기관인 알파밸류(Alphavalue)의 리서치 책임자 피에르 이브 고티에(Pierre-Yves Gauthier)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시가 총액을 비교할 때 에르메스 장인 1명의 가치가 330만 유로(약 5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수치는 프랑스의 2위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 직원 가치의 30배에 달한다. 180여년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의 계보를 잇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인의 기술이 중요하다. 에르메스는 철저한 장인 관리 시스템으로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에르메스의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프랑스 상공회의소에서 운영하는 가죽·바느질 학교에서 2~3년간의 교육을 이수해야한다. 이수자들 중 에르메스 자체 시험을 통과한 자만이 많은 경력을 가진 에르메스 튜터로부터 2년간의 교육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총 4년 이상의 교육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에르메스의 가방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만든 가방이 곧바로 상품화되는 것은 아니며, 켈리나 벌킨과 같은 가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7~ 10년 정도의 경력을 쌓아야만 한다. 에르메스의 가방은 분담 과정 없이 장인 한 명이 한 제품을 전담해서 만드는 데, 가방의 안감 재단부터 가죽 마감처리나 끝단 염색, 손잡이·버클 달기 등 모두 한 자리에서 한 사람이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방에는 만든 장인의 책상 번호와 제작 연도가 찍히는 데, 이는 수년, 혹은 수십 년 후에 고객이 수선이나 부분 교환을 원할 때 그 가방을 제작한 장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보통 켈리 백 하나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8~20시간 남짓하다. 이들의 법정 주간 근로 시간을 고려한다면 장인 한 명이 일주일에 한두 개의 가방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도요코 교수의 말을 인용하자면 “브랜드의 권위는 귀족 시대의 종언과 함께 시작한다.”에르메스를 비롯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들은 그들이 영광을 누렸던 귀족 시대의 종말과 함께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과거 귀족이라는 특권층이 상징하는 것들을 브랜드에 투영시켰다. 즉, 귀족제를 상징하는 소량의 수공예품 제작 방식과 그것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최고의 원자재 확보, 그리고 장인 정신의 고수이다.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언급된 5년의 대기시간이라든지, 극중, 가방 하나에 1000만원에서 억대를 넘어가는 높은 가격, 700조각의 가죽을 2만 6000번의 바느질로 연결해 완성한 벌킨에 관한 이야기, 견고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새들 스티치 기법이나 제작한 장인의 책상 번호와 연도를 기입해 후대에 까지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영속성 등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에르메스에 대한 인식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에르메스는 특별하다.” 에르메스를 손에 넣는다는 것은 단순히 고가의 사치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특권층을 상대로 18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 전설 속에 여러분이 참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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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문희 대표  Dickinson’s Room

한문희 대표는 뉴질랜드 메시 대학(Massey University)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뉴질랜드와 영국의 디자이너 밑에서 경력을 쌓았고 현재 패션 브랜드 Dickinson’s Room의 대표 겸 디자이너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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