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종합 라이프
1%의 디테일 담은 남자 액세서리 '시계'
  • 생활부
  • 승인 2015.10.06 17:43
창립 175주년을 기념하여 선보인 그랜드마스터 차임 와치 5175R (Grandmaster Chime Watch 5175R)의 뒷면(왼쪽)과 앞면. (파텍 필립(Patek Philippe) 스위스 본사 제공) 창립 175주년을 기념하여 선보인 그랜드마스터 차임 와치 5175R (Grandmaster Chime Watch 5175R)의 뒷면(왼쪽)과 앞면. (파텍 필립(Patek Philippe) 스위스 본사 제공)

Fashion is all about detail. 디테일을 거듭 강조했던 대학 은사님의 말은 대학을 졸업하고 패션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금에도 늘 되짚어보게 되는 명언이다.

그렇다. 패션은 디테일이다. 특히나 실루엣의 변화가 적은 남성 패션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넥타이 하나, 단추 하나, 스티치 하나에도 작은 변화나 포인트가 중요하다. 그런 남성 패션에 있어 시계는 장식을 넘어, 자동차와 더불어 남자에겐 자존심이며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표상과도 같은 것이다.

그만큼 최상급의 고급 시계는 가격과 희소성 면에 있어 꿈에서나 그릴 수 있는 제품인 것이다. 청담동에서 고급 남성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지인은 시계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감각적인 고급 패션의 요충지인 청담동에서 비싸고 전통 있는 시계는 남자의 훈장과도 같습니다. 이곳에선 시계에 관해 모르던 사람들도 알게 되는 분위기가 있죠. 그리고 일단 알게 되면 자연히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다만 어떤 시계를 선택하느냐는 개인의 취향 문제입니다. 자동차의 승차감과 마찬가지로 시계도 착용해보면 각각 느낌이 다르거든요. 마치 내게 맞춰진 것인 양 다가오는 것이 있습니다.”

2007년 중견 건설업체인 락산그룹 박성관 회장의 차남 박주영과 결혼한 탤런트 김희선은 당시 예비 신랑을 위한 예물로 브레게(Bregeut) 시계 3점을 구매했다. 그 또한 예비 신랑으로부터 1억 원 상당의 브레게 시계를 예물로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브레게는 천재 시계 제작자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eut, 1747~1823)에 의해 창립된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로 24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브레게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살아생전 가장 사랑했던 시계 브랜드로 유명한데, 그의 마지막 작품인 ‘브레게 N.160’은 바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한 것이었다.

566-13-4-w 브레게 레인 드 네이플 “데이_나이트” 8998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계

2014년 11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15년 만에 가장 비싼 시계가 경매되었다. 그 주인공은 올해로 17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시계의 명가 파텍 필립(Patek Philippe) 사의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콤플리케이션(Henry Graves Jr’s Patek Philippe Supercomplication)이다. 이 회중시계는 한화로 약 263억 여 원으로 낙찰되었는데, 재밌는 사실은 같은 시계가 이미 1999년 (같은 경매에서) 한화로 약 123억 여 원에 낙찰되며 한차례 이름을 날린 바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시계가 경매장에 다시 나타난 이유는 1999년 시계를 낙찰 받았던 카타르 국왕의 6촌이자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알려진 셰이크 사우드 빈 모하메드 빈 알리 알 타니(Sheikh Saud Bin Mohammed Bin Ali-Al-Thani)가 시계 가격을 지불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새 임자를 찾기 위함이었다. 헨리 그레이브스 슈퍼콤플리케이션은 1925년 뉴욕의 은행가인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가 파텍 필립 측에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를 주문하면서 제작되었다. 완성하는 데만도 총 8년이 걸린 걸작으로 24개의 콤플리케이션이 탑재된 18K 골드 케이스로 제작되었으며, 사용된 부품 수만도 900여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에도 경매에 올라와 유명해진 시계가 있다. 바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회중시계이다. 2010년 3월 10일 K옥션에 출품된 순종의 회중시계는 뒷면에 대한제국의 황실을 상징하는 이화문 모양이 새겨져 있다.

26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의 시계 명가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에 직접 의뢰하여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살아생전 유난히 시계를 아꼈다던 순종 황제. 그의 회중시계는 어려운 경제 사정에 처한 후손에 의해 출품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1억 2천 50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566-13-6-w 브레게 트래디션 오토매틱 레트로그레이드 세컨드 핸드 7097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비운의 명품 시계가 있다.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비서실의 행정비서관을 통해 파텍 필립 사에 의뢰한 박 전 대통령의 생일 선물용 시계이다.

<월간조선> 2005년 3월호의 기사를 인용하고 있는 저서 <시계 남자를 말하다>에서 시계 컨설턴트 이은경은 의뢰된 시계의 가격은 1만 9천 달러로, 이는 당시 중간에서 업무를 진행했던 제네바 대표부 서기관의 연봉과 각종 수당을 합친 금액과 맞먹는 액수였다고 말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시계는 서기관이 송장을 한국으로 발송했던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박 전 대통령을 암살함과 동시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무엇이 시계를 비싸게 하는가?

청담동 멋쟁이들에서부터 재벌가 사람들, 탤런트, 왕족 그리고 고위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고급 시계에 대한 그들의 애착은 자못 특별해 보인다.

스위스 시계의 자존심이자 최상급 시계제조의 양대 산맥으로 일컬어지는 파텍 필립과 바쉐론 콘스탄틴을 비롯해 시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에 의해 창립된 브레게 외에도 블랑팡(Blancpain),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아 랑게 운트 죄네(A. Lange & Söhne) 등과 같은 고급 시계들은 그 가격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수십억 원에까지 이른다. 이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급 시계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4년 7월 22일 스위스 시계 중반기 수출 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과 더불어 가장 크게 성장하는 시계 시장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올 4월 롯데 백화점 본점 에비뉴엘에 입점한 파텍 필립의 경우 오픈 한 달 만에 10억 원의 월 매출을 달성했다고 한다. 그 매출액이 순수 국내 소비자들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과 같은 해외에서 온 부호들의 구매력에 의한 것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한 생각이 필자의 머릿속을 스친다.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기능위주의 시계의 이미지가 퇴색되어가는 지금, 아날로그 시계가 이처럼 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가? 아니, 도대체 왜 비싼 것인가?

시계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가격이 높은 명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디테일에 있다. 직경 5센티미터 안팎의 사이즈 내부를 빼곡히 메우고 있는 정교하고 복잡한 부품들의 집합 무브먼트(Watch Movements), 중력으로 인한 시간의 오차범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투르비옹(Tourbillon), 깊고 영롱한 소리로 시각을 알려주는 리피터(Repeater), 윤달과 불규칙한 날짜의 한계를 극복한 퍼페츄얼 캘린더(Perpetual calendar)와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에 따른 달의 형태 변화를 거의 완벽하게 제현한 문 페이즈(Moon phase), 예술성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장식된 외관 등 명품 시계들은 긴 역사만큼이나 그들만의 기술력과 숙련된 장인들의 손끝으로 범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영역을 만들었다.

그랜드마스터 차임 와치 5175R (Grandmaster Chime Watch 5175R)의 무브먼트. 시계 내부의 정교한 부품들. 그랜드마스터 차임 와치 5175R (Grandmaster Chime Watch 5175R)의 무브먼트. 시계 내부의 정교한 부품들.

시계의 가치를 결정하는 각종 부품들

시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각종 부품들은 시계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나 심장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무브먼트는 시계를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기능에 따라 수백 개에서 천 개 이상의 크고 작은 부품들의 조립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해 파텍 필립 사에서 창립 175주년을 기념하여 선보인 그랜드마스터 차임 와치 5175R(Grandmaster Chime Watch 5175R)의 경우 시계의 케이스나 다른 부품들을 제외하고 무브먼트 부품만 1,366개가 쓰였다. 부품 개발에만 10만 시간, 생산 및 조립에 6만 시간이 소요되었다.

투르비옹이라는 장치도 있다. 투르비옹은 중력으로 인한 시간의 오차범위를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광장의 탑에서나 볼 수 있던 커다란 시계가 작은 주머니 안으로 들어왔을 때 시간의 오차 범위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는 서거나 눕거나 또는 걸을 때 변화되는 시계의 위치에 따라 밸런스 장치에 미치는 중력의 영향 때문이다. 이를 상쇄하는 장치가 투르비옹 레귤레이터이다. 이 장치는 아브라함 루이 부레게가 1801년에 고안한 것으로 무브먼트 이외에 추가로 200여개에 달하는 부품을 극도로 작은 중량으로 만들어 넣어야만 한다.

566-13-2-w

고급 시계를 구성하는 장치에는 무브먼트나 투르비옹 외에도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각종 리피터 기능들이 있다. 분단위까지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minute repeater)에서부터 15분 단위로 알려주는 쿼터 리피터(quarter repeater), 일종의 알람기능이라 할 수 있는 소네리(sonnerie) 등의 장치들이 그것이다.

처음 리피터가 개발되던 때는 전기가 개발되기 전이었다. 즉 어두울 때 시간을 알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고안되었던 것이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리피터 기능이었다. 작은 시계 안에 들어가는 리피터의 기술력을 좌우하는 것은 정확한 시간의 알림과 더불어 그것이 내는 맑고 영롱한 소리에 있다. 부품의 소재 선택이라든가 부품중 하나인 공(gong)의 무게를 조절해 음을 만드는 일은 장시간의 작업 시간과 섬세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566-13-0-2-w

매달 넘어가는 일수가 자동변환으로 세팅되어 있는 퍼페츄얼 캘린더와 달 모양의 변화를 보여주는 문 페이즈 역시 시계의 가치를 높이는 또 다른 기능들이다. 퍼페츄얼 캘린더의 기술력은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달과 매달의 마지막 일이 30일 또는 31일로 끝나는 불규칙성을 수동으로 변환하지 않고 자동으로 넘어가게 하는 데 있다. 이는 각 달의 일수와 윤달을 일일이 계산해 기계적으로 세팅을 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문 페이즈는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인 29일 12시간 45분을 주기로 달의 모양이 바뀌는 형태를 보여주는 기능으로 캘린더 기능과 함께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성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장식된 외관

최상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내부와 더불어 예술성을 바탕으로 한 아름다운 외관은 시계의 가치를 높여주는 또 다른 요소이다. 시계를 치장하는 기법은 크게 인그레이빙(engraving)과 에나멜링(enamelling)으로 나뉜다. 외관을 마치 조각처럼 깎아 장식하는 인그레이빙은 시계의 케이스, 다이얼을 비롯한 소형 무브먼트 부품 장식 등에 널리 쓰이는 장식 기법으로 섬세한 작업을 요한다.

에나멜링은 시계의 얼굴과도 같은 다이얼 전체를 통으로 구워서 사용하는 방법과 다이얼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특수한 기법을 이용해 장식을 하는 방법 등이 있다. 중세 시대부터 보석 세공이나 화려한 장신구 제작에 두각을 나타내던 스위스 제네바인들이 기존의 기술력을 시계에 접목시키면서 스위스 고급 시계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밖에 외관을 보석으로 장식한다거나, 시계의 수명이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재질의 사용 역시 시계의 값어치를 올리는 또 다른 요소라 할 수 있다.

최고의 시계를 향한 장인들의 노력

기계식 시계의 묘미는 직경 5센티미터 남짓한 작은 공간 안에 수백 개, 혹은 천개 이상의 작은 부품들이 서로 얽혀 돌아가며 정확한 시간은 물론 날짜, 시간 알림 등의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는 데 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평생을 작은 부품들과 사투를 벌여온 장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급 시계의 기술력이라는 것은 바로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장인들의 능력이기도 한 것이다.

오늘날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스위스 시계 장인들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기 종교개혁 운동이 한창이던 유럽에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스위스 제네바로 건너간 신교도들 대부분은 수공업자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시계 장인들도 있었는데 스위스 제네바로 건너간 이들이 당시 뛰어난 금세공술을 지닌 스위스 인들과 만나면서 스위스 시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긴 겨울 척박한 날씨에 집안에서 치즈와 감자로 끼니를 때우며 시계 부품을 만들었던 스위스 시계 역사의 개척자들과 그들로부터 나고 자라난 수많은 스위스의 시계 장인들의 열정과 기술력은 수대에 걸쳐 이어져온 그들의 유산인 것이다.

시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수학과 천문학, 과학 기술 거기에 반세기를 이어온 장인의 손 기술이 결합된 인간의 역사를 담은 작은 기록물이다. 그것은 오랜 세월 기술적 제약과 맞서 싸우며 인간의 한계를 직경 5센티미터 안에 집대성한 위대한 작품인 것이다.



------------------

글: 한문희 디자이너

생활부  lifestyle@epochtimes.co.kr

<© 대기원시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영상
  • 1
  • 2
  • 3
  • 4
  • 5
여백
포토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